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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가 잘못된 걸꺼야..." 쌍둥이 딸 영진(18)양이 엄마 김태연(44. 오른쪽)씨를 위로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심규상

"엄마! 울지마. 뉴스가 잘못 나온 것일 거야."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북쪽 티크리트에서 괴한들의 총격으로 숨진 김만수(46)씨의 쌍둥이 딸 중 하나인 영진(18)양이 어머니를 잡고 흐느꼈다.

"엄마까지 그러면 우린 어떻게 살라고…." 영진양이 탈진하듯 기진맥진해 있는 어머니 어깨를 감싸 안았다. 모녀는 그렇게 또다시 눈물을 쏟아냈다.

전기공사업의 소사장 역할을 하던 김씨가 이라크로 떠난 것은 지난달 28일. 가족들이 나서서 위험하니 가지 말라고 말렸지만 김씨는 "마지막으로 하는 전기 일이고 그쪽은 조용하니 걱정하지 말라"며 끝내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나고 말았다.

영진양은 "'아빠 잘 갔다올께 엄마 말씀 잘 듣고 있어'라고 한 말씀이 귀에 생생하다"며 "어떻게 정부에서 전쟁이 나 위험천만한 곳에 내몰 수가 있느냐"며 울먹였다.

부인 김태연(44)씨는 "몇년 전 사우디를 갔다온 후 이라크 공사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한달 전쯤 이라크에 현장답사를 다녀와서도 일하러 가는 쪽은 괜찮은 것 같다고 말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새벽에 뉴스를 보고서야 사망소식을 들었고 영사관에서는 시신수습 문제로 전화 한 번 온 것이 전부"라며 "시신이 어디 있는지도 모른다니 억장이 무너진다"고 가슴을 쳤다.

때 맞춰 오후 5시20분 경 염홍철 대전시장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하지만 유족들은 "확실히 염 시장이냐? 하루가 다 지난 지금에서야 방송듣고 전화하니 정부도 자치단체도 다 왜 이 모양이냐"며 언성을 높였다.

▲ 부인 김씨가 남편이 떠나기 전 핸드폰에 남긴 사진을 들여다 보며 눈물을 떨구고 있다.
ⓒ 심규상
세 모녀는 김씨가 떠나기 전 짐을 꾸리며 함께 찍은 핸드폰 영상사진을 들여다보면서 다시금 울먹였다. 영진양은 사진을 들여다보며 "금세 다녀온다 하시지 않았냐"고 흐느꼈다.

부인 김씨도 "운동 열심히 하고 있으라더니, 도착해서 연락한다더니 이게 웬일이냐"며 "수능 본 딸들 대학 보낸다고 들떠 있더니…" 하며 말을 잇지 못했다.

세 모녀가 들여다보는 핸드폰에는 김씨가 장난끼 어린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하지만 이 사진은 김씨가 남긴 마지막 모습이 되고 말았다. 거실 벽에는 네 가족의 단란한 모습이 담긴 사진이 걸려 있었다.

ⓒ 심규상
▲ 가족들의 단란했던 한 때. 쌍둥이 두 딸(영진.영은)과 김씨 부부.
ⓒ 심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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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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