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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쓰레기가 아니에요. 너무 힘들지만 끝까지 싸울 거예요. 죽어도 한국에서 죽을 거예요."

11월 17일 정부의 '불법체류 외국인 합동 단속'이 시작된 가운데 강제추방 위기에 몰린 이주노동자들이 전국 곳곳에서 농성을 전개하며 맞서고 있다.

'노예 사냥' 하듯 마구잡이 검거

법무부는 17일부터 전국을 50개 지역으로 나눠 경찰, 노동부 등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50개 전담반을 투입해 일제 단속에 들어갔다. 이날 낮 12시경 안산역에서는 30여명의 합동단속반이 지나가는 외국인에 대해 무차별 검문을 실시해 11명을 체포했다.

한편 경기도 마석 성생공단에서는 단속을 실시하면서 이주노동자에게 수갑을 채워 논란이 일고 있다. 마석 '샬롬의 집' 이영 신부에 따르면 오후 4시 30분경 단속반이 성생공단으로 들어와 지나가던 외국인을 마구잡이로 잡아 봉고차에 태웠으며 아무런 저항도 하지 않은 이들에게 수갑까지 채웠다는 것이다. 이영 신부는 "단속반은 외국인 등록증을 요구하지도 않고 막무가내로 봉고차에 태웠으며 노동자들이 아무런 저항도 없었는데도 수갑을 채웠다"고 말했다. 단속반은 시민들이 계속 항의하자 마지못해 수갑을 풀어주었다.

이날 단속반은 마석 성생공단에서 단속을 실시해 3명을 목동 출입국관리사무소로 이송했으나, 그 중 2명을 다시 풀어주기도 하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한 명의 노동자는 정식으로 등록을 했으나 외국인 등록증을 소지하지 않았고 다른 한 명은 출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행기 티켓을 소지하지 않은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영 신부는 "제조업은 단속하지 않는다는 말만 믿고 성생공단의 이주노동자는 물론 사업주들도 계속 일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단속반에게 항의했더니 "공장에만 있으면 괜찮다"고 말했다"며 현실적이고 일관성 있는 정부의 정책을 촉구했다.

이 신부는 단속이 TV뉴스에서 보는 것처럼 점잖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며 "범죄자도 아닌데 '현대판 노예 사냥' 하듯이 끌고 갔다"고 지적했다. 또한 "고용허가제 통과 이후 단속에 대한 정부측 의지가 어느 때보다 강하지만 자진 출국자 수가 예상보다 적어 향후 무리한 단속 과정에서 인권 침해가 속출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렇게 강제 추방 위기에 몰린 이주노동자들은 명동성당 등 전국 곳곳에서 '강제추방 반대, 미등록노동자 전면 합법화'를 요구하며 무기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이주노동자 헌신짝 취급하나"

▲ 명동성당 들머리에서 이주노동자들이 농성을 벌이고 있다
ⓒ 강성준
명동성당 들머리에는 15일 저녁 8시부터 이주노동자와 연대단체 회원 200여명이 모여 철야 노숙농성에 돌입했다. 이들은 "정부는 또 다시 미등록노동자 문제를 강제 추방이라는 방법으로 해결하려 들고 있다"며 "그간 수없이 실시했던 단속과 강제추방은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오랫동안 한국 사회를 위해 땀 흘려온 노동자들을 내쫓고 새로운 인력을 들여오겠다는 정부의 비열한 '토사구팽' 정책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며 강제추방정책의 즉각 철회와 미등록이주노동자의 전면 합법화 등을 요구했다.

이주노동자 농성 전국화

소공동 성공회 서울대성당에는 17일 아침부터 버마, 파키스탄 출신 노동자 50여 명이 모여 철야 농성에 돌입했고,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에는 스리랑카, 인도네시아 출신 노동자 60여명이 지난 12일부터 무기한 농성을 벌이고 있다. 마석에서는 방글라데시, 필리핀 출신 노동자 100여 명이 16일부터 '샬롬의 집'에 자리를 잡았다. 이 밖에도 대구와 전주, 창원 등지에서도 농성을 벌이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는 등 농성 투쟁은 전국적으로 확산될 전망이다.

17일 명동성당에서 열린 '강제추방 분쇄 미등록 이주노동자 전면합법화 쟁취 결의대회'에서 평등노조 이주지부 샤멀 타파 지부장은 "우리도 인간이다"며 "우리가 원하는 것은 무슨 대단한 것이 아니라 합법적으로 일하면서 노동3권을 보장받는 것"이라고 호소했다. 이에 민주노총 단병호 위원장은 "여러분은 자기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기 위해 하나의 노동자로 당당하게 나섰다"고 격려하며 "강제 추방을 막기 위해 한국 노동자들도 함께 투쟁하겠다"고 약속했다.

제조업만 당분간 제외한다?

이처럼 이주노동자들의 투쟁이 전국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음에도 법무부는 17일 "중소 제조업 종사자는 당분간 단속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미봉책을 내놓는 데 그쳤다. 이에 대해 버마 출신 뚜라 성공회대성당 농성단 대표는 "한국 정부는 고용주가 우리를 더 잘 이용해 먹도록 배려하는 데만 관심을 쏟고 우리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김재근 사무차장도 "일선 단속반은 '제조업 종사자라 하더라도 공장에서 일할 때 단속하지 않는다는 것이지 출퇴근시 길거리 단속까지 면제받는 것은 아니'라고 우기면서 계속 잡아들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법무부에 따르면 단속 대상인 3년 이상 체류자 12만4천여명 중 겨우 19%인 2만3천여명만이 출국 시한 전에 자진 출국했다. 정부 집계만으로도 최소 10만 명 이상의 이주노동자들이 강제 추방 위협에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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