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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 연극협회 최종원(55) 이사장의 '연극인 100인 성명서에 대한 이사장 입장'이라는 글이 협회 홈페이지에 게시되고, 또 이를 언론이 "연극계 보혁갈등 심화" 투로 보도하면서 최 이사장은 돌연 "문광부 편중인사 논란"의 중심에 선 꼴이 됐다.

이어 '100인 선언'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정진수(성균관대 교수)씨가 최 이사장의 글에 대한 반박글을 인터넷에 올렸고, 연극계는 편중인사 논란의 대리전 양상을 띠는 듯했다.

이와 관련 지난 4일 열린 연극협회 이사회에서 공식적인 입장이 표명될 것으로 알려졌으나, 최 이사장은 "이미 공은 연극계를 떠났다"며 "인터넷상에서의 자유로운 토론을 통해 문화예술계 전반의 문제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연극협회 최종원 이사장.
ⓒ 오마이뉴스 남소연
최 이사장은 6일 오후 7시, 연극협회 사무실에서 가진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정진수씨를 포함 '100인 선언'에 서명한 이사가 전체의 과반수(전체 18명중 10명)를 넘는 마당에 이사회에서 거론할 성질은 아니라고 판단했다"며 "다만 내 글에 대한 이의나 해명이 필요하다면 협회 홈페이지에 올리면 답변하겠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노무현정부 흠집내기 위해 특정언론이 문화계 편가르기 조장"

최 이사장이 주장하는 것의 골간은 '세대교체'를 통한 '혁신'이었다. 그는 "현재 문화예술계는 현재 개혁을 넘어 혁신이 필요한 시기"라며 "젊은 예술인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세대교체'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리고 최근 일고 있는 '문화예술계 편가르기'에 대해서는 "언론에 의해 조장되고 있다"고 단정했다. 최 이사장은 "민예총/예총 싸움" "연극계 보혁갈등" 등으로 보도하고 있는 언론에 대해 "노무현 정부를 흠집내려는 특정언론의 정치적 의도에 문화예술계가 동원되고 있는 꼴"이라며 "이번 사건을 통해 언론권력의 실체를 확인했다"고 비판했다.

최종원 연극협회 이사장의 임기(3년)는 올 연말로 마무리된다. 문화계 안팎에서 들리는 소문, 즉 예총 회장 출마설에 대해 "권유를 받기는 했지만 5∼7억이나 드는 선거비용이 있으면 앉아서 놀겠다"는 말로 대신했고, 국회의원 출마에 대해서도 "밖에서 자기들끼리 하는 얘기"라며 연기자로 돌아갈 뜻을 밝혔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이다.

- 이사장 임기도 얼마 남지 않았는데 요즘 일상이 어떤가.
"일주일에 2, 3일을 지방출장으로 보낸다. 시장, 군수 만나 몇천만원씩 지원금 끌어다가 행사 만들어주고 올라오는 게 일이다. 서울 대학로 사무실은 사무차장에게 맡긴다. 책상에 앉아있는 건 내 체질 아니다. 또 그걸 시간도 없고. 서울에서는 항상 이 동네(대학로)에 있다. 어느 날은 집사람이 '당신 무슨 연극의 십자가 졌어?'라고 말하더라. 그래서 내가 그랬다. '됐어 시끄러워. (연극협회 이사장) 3년 임기야. 남자가 한번 하려면 멋지게 해야지.' 집에는 늘 미안하다."

- 지난 3년간 사업중 초중고 연극교과목 개설이라든가, 사랑의티켓 전국확대, 뿐만 아니라 정부 지원금을 따내는데 남다른 수완이 있다는 평가가 있던데.
"연극교과목 개설은 연극계 100년 숙원사업이다. 2년 전부터 7차 교육과정에 배정되어 예산규모도 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예산부족으로 학교를 엄선해 연극인들이 직접 학교현장에 나가고 있다. 외국의 천막극장 도입도 큰 수확이다. 관람객에게는 인생살이의 산지식을 전달하고, 연기자들과 제작자들은 장기간 공연을 통해 인재 배출이 가능해 졌다.

공연예술 활성화는 돈에서 출발하지만 돈만 가지고 되는 것도 아니다. 지금까지 정치권이 선심용으로 베푼 소액·단기 지원방식은 연극인들을 망하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충분한 금액을 지원하고 이에 대한 실사를 제대로 해서 살 사람은 살리고 도태될 사람은 도태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연기 30년 해봐야 집 한칸 마련하기 힘든 예술인들을 위해 임대아파트 분양사업과 대학로의 방송대를 옮기고 예술센터를 짓는 문제는 현재 논의하고 있다."

- 지난 3년을 자평한다면.
"뭐 누구는 내가 진흥원 이사라고 특혜받은 양 얘기하는데, 연극계 대표로 들어간 거다. 그 때문에 아주 피박 쓰고 있다. 경제적인 문제도 크고. 연기자 생활은 '올스톱' 되었다. 일주일에 2, 3일은 출장에 시장, 군수 만나 몇 천만원이라도 따내 행사 만들어주고 올라오는 게 일이다. 후배들을 위해 봉사한다고 생각하고 3년만큼은 멋지고 보람있게 끝낸다고 자인하고 있다. 악착같이 올 연말까지 갈 것이다."

"연극 100년 숙원사업인 초중고 연극교과목 개설은 큰 수확"

- 이번 '100인 선언'에 대한 입장 글은 표현도 거칠고, 원로의 실명을 거론하는 등 유난히 어조가 강하던데, 작심한 게 있었나.
"울분과 비통함을 느꼈다. 나는 여기까지이고 이제는 후배들이 살아갈 세상이다. 더 나은 토양을 만들기 위해 선후배가 끌어주고 밀어주어야 하는데 문화권력 논쟁이나 하고 있는 게 한심했다. 내가 없을 때 성명서를 낸 건 다분히 의도적이다. 성명서를 팩스로 받아보았는데 남들에게 책잡힐 내용이었다. 예총이 필요치 않은 존재라고 스스로 알리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임명권자가 결정한 부분을 왈가왈부할 이유가 없다. 정책이나 능력의 문제는 비판되어야 하지만 기본적으로 시간이 필요한 문제다. 지금 와서 43개 산하단체 중 9개를 임명했고 5개를 민예총이 차지했다고 한들 그게 무슨 독식인가. 그 5개마저 예총이 차지했을 땐 만족했나. 이건 곤란하다. 하지 말라고 그랬다."

- 언론에서는 현재 상황을 '문화계 보혁갈등'으로 다루고 있는데.
"언론이 갈등을 키우고 조장하고 있다. 귀국해 보니 100인 선언 기사가 조중동을 등에 업고 문화예술계를 강타하고 있었다. 이렇게 대서특필해서 자기들 얻을 수 있는 게 있다면 그게 바른 언론인가. 기사들 보니까 '얘들이 우리 가지고 장난치는구나' 생각 들었다. 내가 관여한 문제를 다루고 있는 걸 보니 언론권력의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실감했다. 연극계를 무슨 범죄집단처럼 묘사하고 이사장은 죽을 죄를 진 사람이 되었다.

전에는 조중동에 대해 이처럼 비판적이지 않았다. 요즘 신문을 보면 이 나라는 대통령도 없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써대면 누가 제대로 걸음을 걷겠나. 전부 나자빠지지. 우리가 무시하고 막말을 해대는데 대통령이 어디 가서 국민의 대표로 인정을 받겠나. 또 외국에 나가 국익을 대변할 수 있겠나."

ⓒ 오마이뉴스 남소연
- 최 이사장의 위치는 모호해 보인다. 예총 안에서는 "무늬만 예총 사람"이라는 비난도 있고, 조선일보는 올초 문화연대 강내희 교수와의 언쟁을 빌어 "이번 입장표명은 의외다"라고 보도했는데.
"20년 전 만든 연기자그룹 활동부터 나는 줄곧 '연극운동가'로 알려져 있지 어느 쪽도 아니다. 다만 나는 현재 문화예술계는 개혁을 너머 혁신이 필요한 시기라는 점을 주장하고 싶다. 이제는 한 시대의 선을 그어야 된다. 젊은 사람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정책에 담아가야 한다.

문예진흥원이 진흥위원회로 가는 것에 대해 나는 기대를 걸고 있다. 문화예술인으로 이사회 구성해서 예·결산 집행하고 소위는 소위대로 전문성을 갖춰 합심하면 되는데 누가 계열이니 하는 얘기가 왜 나오나."

- 반대하는 측은 문예진흥원이 '위원회'로 갔을 때 11명의 이사의 대표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건데.
"그럼 누굴 인정하겠다는 건가. 기득권을 놓지 않겠다는 논리다. 이사회 선출방식은 국회를 통과해 봐야 안다. 하기도 전에 반대한다는 게 100인 선언 아닌가. 그게 연극 100년 역사를 걸고 할 짓인가. 이제껏 연출하고 대학교수하고 단장하던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해 왔다. 그들이 공연예술 활성화를 위해 한 일이 뭔가. 먹고 살만한 사람들 아닌가. 그들은 현장의 배고픔을 모른다.

차제에 연극의 역사를 다시 시작해야 한다. 정권에 빌붙어 온갖 지위는 다 누리고 반공청년단 활동까지 한 이해랑씨, 그 때 만들어진 파벌이 아직까지 연극계를 지배하고 있다. 냉전시기에 민예총/예총 나뉜 건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남북화해를 말하는 시점에 이제는 만나야 하지 않겠나."

- "관변적 혜택을 누려온 인사"라고 말한 것에 대해 정진수씨는 반박글에서 "칠순이 넘는 예술계 원로(차범석 예술원 원장)를 향해 막말을 해도 되는가"라고 비난했는데.
"내가 이사장 당선소감으로 한 얘기가 있다. 우리 아버지, 어머니가 95, 94살이시다. 큰형, 큰누나는 70살이 넘는다. 우리 집은 어른들이 많다. 그래서 나는 신물이 날 정도로 어른은 잘 모신다. 다만 어른다울 때에 한해서다. 어른답지 못하면 대접받을 생각하지 마라. 막말했다 그러는데 그들은 어른답지 못했다.

예술원이 어떤 곳인가. 칠순이 넘는 문화예술계 최고 여배우 백성희 선생을 작년에야 회원으로 받아들였다. 악극은 예술이 아닌가? 예술원 회원제도 바뀌어야 한다. 특정한 파벌이 예술원을 장악해 혜택을 독식하고 있다. 매번 같은 심사위원이면 누구라도 고개 숙이지 않겠나. 어른들이 세운 가치기준이 지금까지 흘러왔다면 나는 차라리 선을 긋자고 말하고 싶다."

"선거비용만 5∼7억 드는 예총 회장선거 나설 생각없어"

ⓒ 오마이뉴스 남소연
- 3년간 공사가 중단되고 있는 서울 목동의 예술인회관 건립문제가 이번 국정감사에서 다시 문제로 지적되었다.
"예총은 어떻게든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지어보려고 하는데 왜 일이 이렇게 되었나 그 근본을 따져야 한다. 공사중단의 책임이 있는 쌍용건설에 대해 위약금을 0.1% 밖에 물릴 수 없게 됐다. 또 초기 디자인 설계비도 과다하게 지불되었다. 계약서 자체가 잘못 작성된 거다.

당시 예총 회장이던 신영균(현재 한나라당 의원)씨가 책임져야 한다. 현재 예총 집행부는 어떻게 전임자에게 그럴 수 있냐고 하는데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되고 제발 그러지 말자고 했다. 정부 돈이 100억이 넘게 지불되지 않았나. 최근 건설본부장이 검찰 내사를 받았다길래 문제가 커질 줄 알았는데 다시 유야무야 됐다."

- 서울문화재단은 이사선출의 공개추천제도를 도입해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앞으로 문화예술계 인사는 어떻게 진행돼야 한다고 보나.
"예술계에 경영학을 전공한 사람은 드물다. 경영이론과 현장체험의 노하우가 각각 장단점을 살릴 수 있는 위치에 배치돼야 한다. 이제까지는 인맥이 크게 작용했고 현장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집중되었다. 그에 대해 우리는 입다물어 왔다. 그래서 더욱 100인 선언이 명분이 없다는 거다.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이냐는 식이다.

다면평가 얘기도 나오지만 나는 사후 검증과 실사를 철저히 하자는 쪽이다. 지금까지의 지원은 소익·단기 지원에, 우는 애 떡 하나 더 준다는 식이었다. 정치권의 이해관계가 크게 작용했다. 망할 거 뻔히 알면서도 지원해 준 꼴이었다. 이번 국제연극제에도 문광부에서 2명의 사무관이 실사를 나왔더라. 오래 있지도 않았다. 제대로 크게 지원하고 실사를 강화해, 될 놈은 키우고 안될 놈은 도태되는 수밖에 없다. 그래야 국제경쟁력도 키울 것 아닌가."

- 참여정부의 문화예술정책을 평가한다면.
"지난 대선 때 노무현 후보를 도우면서 내가 약속받은 게 있다. 문화예술계 만큼은 정책적으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내 성질에 이거 지키지 않으면 참여정부라고 봐주는 것 없다. 다만 지금은 더 두고 봐야 할 때다. 인선도 끝나지 않았고 올해는 국민의 정부 때 편성한 예산이 지출되고 있는 거라 평가할 게 없다. 장관이 제대로 하겠다고 하니 앞으로 1년은 지켜봐야 하지 않겠나."

- 예총 회장 선거와 국회의원 출마설 등 이사장직 그만두고 여기저기 부르는 데가 많다던데.
"예총 선거 나오라는 권유는 받았다. 알아보니 선거비용만 5∼7억이 든다더라. 내가 집 팔아서 그거 할 일 있나? 앉아서 놀지(웃음). 공연예술 위해 선배로서 도울 일 있으면 돕고 싶다. 정치는 돈에 구애받지 않고 조국과 민족을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이 해야 한다. 그래야 정치'꾼'이 안된다. 나는 연기자로 돌아갈 거다. 83년 만든 '연기자그룹'이 올해로 20년째인데 이제 '연극운동가 최종원'의 삶에는 종지부를 찍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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