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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가 암 투병 끝에 사망하자 노조가 노사분쟁 중에 머리를 다친 후유증이 원인이라고 주장하며 장례식을 거부하고 있다.

▲ 고 이현중씨.
충남 아산에 있는 S사에 근무하던 이현중(31)씨가 사망한 것은 지난 26일 오전 11시. 그러나 그의 장례는 29일 저녁 현재 치러지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그가 근무했던 회사의 노조사무실에는 그를 구하고자 동료들이 치료비 모금을 위해 붙인 포스터가 붙어있다. 포스터 속의 그는 피 흘리며 쓰러져 있는 모습이다.

S사는 2002년 여름 교섭결렬, 파업, 공권력 투입과 강제해산 등이 계속되는 등 노사갈등이 극심했다. 이 와중에서 사측은 파업에 참여한 조합원들의 공장 출입을 막기 위해 8월 초 공장 진입로에 거대한 쇠철문(바리케이드)을 설치했다.

같은 달 16일, 공장과 조합사무실로 들어가려고 하는 조합원들이 쇠철문을 흔들며 갈고리를 걸어 철문을 잡아당기자, 사측 관리자들은 쇠철문 안쪽에서 산소용접기로 철문을 건 갈고리를 절단했고 그때 절단된 갈고리 파편이 허공으로 날랐다.

그 파편은 이씨의 머리에 충돌, 이씨는 피를 뿜으며 그 자리에 쓰러졌고 두개골 함몰 등으로 생사를 넘나드는 수술을 해야만 했다.

수술 후 상처는 빠르게 아무는 듯했다. 하지만 외상만 회복됐을 뿐 곧 그는 여러가지 통증에 시달려야 했다. 귀가 잘 들리지 않았으며, 눈도 잘 보이지 않았고, 엄청난 두통 때문에 하루종일 기숙사에서 웅크리고 있는 날들이 계속되었다.

그는 결국 올해 4월 머리 재수술을 받았다. 재수술 이후 병원측은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으나 통증은 계속됐고, 이즈음부터 회사측은 부상자 치료와 관련한 합의(치료비 부담)를 더 이상 지킬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고 한다.

병원에서 아무 이상이 없다는데 계속 아프다고 하니 더 이상은 치료비를 부담하지 못하겠다는 것이 당시 사측의 입장이었다고 조합 관계자는 전한다. 2003년도 노사교섭도 난항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고통에 시달리던 그는 결국 자비를 들여 병가를 내면서 병원 진료를 시작했다.

이비인후과 진료를 받아 일시 호전되는 듯했으나 다시 악화되었고, 치과 진료를 하던 중 대학병원으로 가보라는 의사의 권유를 듣게 된다. 동료들의 도움으로 가게된 대학병원에서 그는 '상학도암'이라는 희귀암에 걸린 것을 알게 되었다.

이씨가 힘들었던건 항암치료의 고통보다도 엄청난 치료비를 대기 위해 유일한 집의 재산이었던 소까지 팔아야하는 부모님에 대한 죄송함과 여전히 힘겹게 투쟁하고 있는 동료 조합원들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유족들과 노조는 현재 사측에 대해 ▲ 사측은 유족과 고인 앞에 사과하고 장례비, 보상금 등 도의적 책임을 질 것과 ▲ 전문컨설팅업체 노조파괴관리자 해고, 공장진입로 쇠철문 철거, 성실교섭 등을 요구하고 있다.

S사측은 김아무개 회장이 자리를 비웠다며 취재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사망에 이르기까지 경과

2002. 8월 16일 갈고리 파편에 맞아 안면 부상 및 두개골 함몰, 실명위기
8월 18일 안면수술(천안소재 충무병원)
10월 22일 S사와 노사합의(부상자 산재신청, 치료비 부담 등)
11월 1일 노사합의에 따라 조업 복귀(치료와 통증으로 고인은 생산 현장 복귀 못함.)

2003. 4월 1차 수술을 받은 병원에서 2차 뇌수술.(수술 이후 일시적으로 상태 호전되었으나 다시 귀, 치아의 통증을 호소. 6월말 경북대병원에서 상학도 암 말기 판정).
7월 항암치료 받으며 병세 호전.
8월 26일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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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인권교육활동가모임 부뜰,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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