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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달 2일 첫 방송을 준비하고 있는 KBS '한국사회를 말한다' 사무실. ⓒ 오마이뉴스 손병관
지난 4년 반 동안 매주 토요일 밤에 방영됐다가 지난달 막을 내린 KBS 1TV '역사스페셜'의 뒤를 잇는 프로그램이 내달 2일 첫 전파를 탈 예정이다.

최근 KBS가 내놓은 일련의 개혁프로그램들 중 막차를 탄 '한국사회를 말한다(이하 '한국사회')'는 첫 회에서 국내 방송사상 처음으로 대법원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메스'를 들이대 주목되고 있다.

23일 KBS 기획제작국에 따르면, '한국사회'는 8월2일 첫 방송으로 대법원, 좀더 구체적으로는 대법원 인사시스템을 다루게 된다. "사회의 변화발전 속도에 맞춰 대법원도 변화하고 있는가, 변하지 않는다면 그 원인은 무엇인가"를 짚어보자는 게 제작진의 생각이다.

오는 9월로 예정된 국회의 대법관 인사청문회가 프로그램 제작의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대법원장이 제청하면 국회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구조에서 결국 대법원장이 누구를 추천하느냐에 따라 후임 대법관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대법원장을 포함, 14명의 대법관 자리중 검찰과 대한변호사협회에 주어지는 2자리를 제외하고는 법원의 나이 지긋한 판사들이 독식해왔다. '최고사법기관의 마지막 판결'로 사회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면서도 대법관들은 6년 임기동안 어떠한 법적 책임도 지지 않지만, 정작 검증과정은 철두철미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민주사회을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참여연대 등에서는 "박정희 대통령 집권기에 처음 틀을 잡은 현재의 인사시스템이 대법원의 폐쇄성을 가속화시켰고, 보수성향의 판결들을 무더기로 양산해왔다"고 비판해왔다. 양 단체는 "향후 대법관 임명과정에서는 법관으로서의 전문성과 함께 진보적 개혁에 대한 소신과 이념적 다양성을 반영할 수 있는 인물을 뽑아야 한다"며 '대법관 후보 시민추천운동'을 벌일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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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는 75년 2차 인혁당 사건 판결과 판결과정에서 정치권력의 입김이 반영된 과정을 당시 판결에 참여한 대법원 판사와 유족들의 증언을 통해 되짚어본다. 당시 중앙정보부의 고문조작이 작년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에 의해 일부 사실로 드러난 이 사건은 법조계에서 대표적인 대법원 오심사례로 꼽히고 있다.

▲ 75년 4월8일 '인혁당 사건' 대법원 판결에 참가한 대법원 판사들(생존자). 왼쪽 위로부터 시계방향으로 민복기 대법원장, 민문기, 안병수, 양병호, 한환진, 주재황, 임항준, 이일규 대법원 판사. 이중 이일규 판사만이 소수의견을 낸 가운데 '사형 확정' 판결 다음날 사형수 8인에 대한 처형이 이뤄져 '사법살인' 논란을 빚고 있다.
당시 판결에 참여했던 대법원 판사중 민복기 당시 대법원장 등 8명이 현재 생존해있는데, 제작진은 "부분적으로는 당시 대법관들이 협조적이었지만, 전반적으로는 어려움이 많았다"고 밝혔다. 대법원에서는 기본적으로 호의적이지 않았다.

제작진은 미국과의 비교를 위해 최근 현지 취재를 다녀왔고, 지난 5월22일 현직판사 26명이 연서명한 '사법개혁 건의문'을 주도한 서울지법 문흥수 판사와도 인터뷰를 가졌다.

'한국사회' 대법원 편은 방송사상 처음으로 대법원에 대한 비판적 접근을 시도하는 프로그램이다. 가깝게는 연초 MBC 'PD수첩'이 청와대, 검찰, 국가정보원, 국회라는 4대 핵심권력기관을 해부하는 특집기획을 방영했지만, 대법원 문제를 공론화하지는 않았다.

▲ 황용호 책임프로듀서
ⓒ 오마이뉴스 손병관
지난 16년간 '추적60분'과 '일요스페셜' 등을 연출해온 황용호 책임프로듀서(CP)는 23일 "87년 민주화 운동이후 법원 내부에서도 사법파동이라는 형태로 개혁흐름이 있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 지금 시점이 사법개혁의 문제를 제기할 또 다른 타이밍이라고 본다"고 밝혔다.

'한국사회'는 2회(9일 방영)에는 정치자금 문제를 다루게 되고, 후속편으로는 '언론개혁'과 '역사청산' 등 서너개의 아이템을 검토하고 있다. 프로그램 제목처럼 숨겨진 과거의 진실에만 천착하지 않고 우리사회의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도 적극적으로 제시하겠다고.

'한국사회'는 간부급이 아이디어를 내면 평기자와 PD가 구체적인 기획을 준비하고 프로그램을 제작하는, 종래의 구조에서 벗어나 "우리도 제대로 된 개혁프로그램을 만들자"는 KBS 구성원들의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프로그램이다.

황용호 CP 이하 15명의 기자, PD들이 모두 "개혁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하겠다"고 자원한 것도 '예전 KBS'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새로운 풍속도였다. 가깝게는 오는 10월 가을 개편에서 중간평가를 받게될 '한국사회'가 초기의 열정을 잃지 않고 완성도 있는 작품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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