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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는 지난 12일 '법무병과 발전특별위원회'(이하 발전특위, 단장 조영호 육군 중장)를 발족시켜 군(軍) 법무 분야의 조직 진단에 나섰다. 그간 군검찰 수사관 활동비를 횡령한 혐의로 감사원 감사를 받아온 김창해(준장) 전 법무관리관의 보직해임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법무병과 발전특위는 '괘씸죄' 처리 특위?

▲ 전쟁기념관에서 바라본 국방부 전경.(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권우성
하지만 벌써부터 발전특위가 그간 김창해 준장의 비리 혐의를 제기해 온 군내 일부 인사들을 소위 '괘씸죄'로 걸어 색출하기 위한 조직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참여연대에 의해 횡령 및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당한 김 준장을 지난 2월 무혐의 처리해 면죄부를 준 군검찰단을 그대로 둔 채 내부제보자들을 처벌하기 위해 한시적 특별 감찰조직까지 만든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우선 국방부장관 지시에 따라 12일 발족한 발전특위는 1반과 2반으로 분리돼 있으며, 구성원은 총 9명이다. 발전특위는 오는 26일까지 활동하는 한시 조직이며, 표면상으로는 △법무병과 조직 △업무 △운영 전반에 대해 점검하고, 향후 발전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구성됐다.

하지만 특위 구성원에서부터 특정 병과가 제외되는 등 이미 그동안 밉보인 사람들을 겨냥한 조직이 아니냐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선 발전특위는 육군 준장(부위원장), 육군 대령(전투병과), 육군 중령(전투병과), 공군 중령(법무병과), 해군 중령(법무병과)와 기무사 대령, 헌병 대령, 소령(전투병과) 등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서 유일하게 제외된 병과는 육군 법무병과이다.

이와관련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객관성을 담보해야 하기 때문에 제외됐다"고 밝혔지만, 국방부 조직상 가장 규모가 큰 육군 법무병과 관계자가 배제된 채, 법무병과 조직 전체를 진단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 발전특위 가동 시한은 26일. 즉, 보름만에 법무병과 조직과 업무, 운영 전반을 진단한다는 것도 현실성이 떨어진다. 다소 급조된 조직이라는 인상이 짙은 것이다.

그렇다면 왜 국방부는 김 준장의 보직해임 시기에 맞춰 이같은 특별조직을 발족시킨 것일까.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난 대선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 수사 과정에서 군내부 의견차가 많았다. 외부에서 보면 갈등으로 비춰질 수 있었다. 상하 위계 질서가 뚜렷해야 할 군 조직의 특성상 조직진단이 필요한 것이다."

그는 소위 '내부제보자 색출 작업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법무병과의 발전 차원에서 그간 지속적으로 해온 개혁작업의 일환"이라고 잘라말했다.

차츰 현실화되고 있는 '표적 감찰'

발전특위 "폭넓은 의견 구하기 위해 노력"
일부 군 관계자 "알맹이 빠진 토론... 요식행위"

국방부는 최근 발족한 법무병과 발전특별위원회 활동의 일환으로 지난 15일과 16일 세차례에 걸쳐 토론회를 개최했다. 15일 오전에는 중령과 대령을 대상으로 법무병과의 문제점과 나아갈 방향에 대한 주제의 토론을 실시했고, 이날 오후에는 소령, 다음날인 16일 오후에는 대위와 중위를 대상으로 같은 내용의 토론회가 개최됐다.

국방부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법무병과 발전을 위해 폭넓고 다양한 의견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면서 "군사법제도 개선과 관련해 기존에 많은 준비를 했고, 이번 특위 활동은 이를 보완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다른 군의 한 관계자는 "국방부는 토론을 마친 뒤 설문조사지를 나눠주는 데, 그 내용을 보면 다소 황당한 질문이 많아 도대체 법무조직을 어떻게 개혁하자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설문조사 내용에는 가령 '소령에 대한 불만을 쓰시오' '법원과 검찰은 서로 협조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등의 내용이 들어있다"면서 "이번 사건이 발생한 것은 김 준장의 비리 혐의를 제대로 엄벌하지 못하는 군 사법시스템의 문제였는데 이에 대한 내용은 토론 중에도 설문조사지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결국 눈가림식 요식행위가 아닌지 의문이다"라고 지적했다. / 김병기 기자
하지만 일부에서 제기되는 '표적 감찰' 우려는 이미 현실화되고 있는 듯하다.

국무총리실 산하 공직기강 조사팀은 지난해 10월부터 1달여간 최근 보직해임된 김창해 전 법무관리관에 대해 내사를 벌였다. 공직기강조사팀은 내사 결과 그간 제기됐던 김 전 법무관리관의 횡령 등의 혐의가 사실로 밝혀졌다는 내용의 보고서, 즉 '비위자료'를 국방부에 통보했고 청와대에도 보고했다.

감사원 감사에서도 김 전 법무관리관에 대한 조사 결과, '인사자료' 통보조치에 그쳤지만, 사실상 '횡령 혐의'를 밝혀냈고, 이에 따라 국방부는 김 전 법무관리관을 보직해임했다.

발전특위는 국무총리실과 감사원의 조사에 '협조'했던 2-3명의 법무관들에 대해서도 이미 면담을 마쳤다.

또 발전특위는 김 전 법무관리관의 횡령 혐의 등에 대한 참여연대의 재정신청을 받아들여 현재 심리를 진행하고 있는 고등군사법원의 고위 간부를 상대로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국정감사에 출석해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 장남 정연씨의 병역비리 의혹, 소위 '병풍'과 관련, 김창해 법무관리관과 엇갈린 진술을 해 이목을 끌었던 부하 장교에 대해서도 면담을 마쳤다. 당시 김 법무관리관은 이 부하 장교에게 "조치할테니까, 기다려"라고 발언했다가 국회의원실에 해명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참여연대가 고발한 김 전 법무관리관의 횡령 혐의 등에 대해 '무혐의' 처리한 국방부 검찰단과 이와관련 '장관 서면경고'라는 경징계 조치를 내린 국방부 감사실의 허술한 수사·감사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침묵했다. 감사원 감사 결과 김 전 법무관리관을 보직해임된 것을 감안하면, 군내 사정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군검찰과 국방부 감사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고, 오히려 면죄부를 준 셈이다.

결국 발전특위가 겉으로는 법무조직 개선이라는 명목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김 전 법무관리관에게 밉보인 인사들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조사를 벌이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보직해임된 인사로부터 '보복성 명단' 받아 조사하나?

이와관련 군의 한 관계자는 다음과 같은 충격적인 발언을 했다.

"발전특위 한 관계자로부터 현재 조사자(면담자) 명단을 보직해임된 김창해 전 법무관리관에게서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명단은 6명이다. 이00 중령, 류00 전 소령(제대), 남00 중령, 최00 소령, 소00 소령(제대), 박00 고등군사법원 관계자 등이다."

만약 이같은 주장이 사실이라면 이미 횡령 혐의 등으로 인해 보직해임된 인사가 법무병과 발전특위의 방향을 좌우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게다가 국방부의 공식기구인 발전특위가 부도덕한 인사가 흘린 '보복성 명단'에 기초해 조사를 벌인다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얘기다.

이와관련 발전특위의 한 관계자는 19일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김 전 법무관리관이 건네준 '명단'의 존재 자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그는 특히 "우리는 법무조직을 진단하고 있는 것이지, 특정 인사의 잘잘못을 가리기 위한 조직이 아니다"라면서 "면담자 선정은 위원회에서 판단해 법무조직 발전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들을 골라서 하고 있고, 강제성을 띤 조사도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오마이뉴스> 확인 결과, 발전특위는 이미 현역 장교 4명에 대한 면담 조사를 마쳤으며, 심지어 제대한 류 전 소령도 면담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머지 1명(소00 소령)은 연락처를 확보할 수 없어 확인하지 못했다.

또다른 군 관계자는 "발전특위가 구성된 것은 국방부 내에 김창해 준장의 보직해임 문제를 육사와 비육사간의 갈등에서 비롯됐다고 인식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라면서 "이는 명백히 김창해 준장의 개인비리 사건을 존재하지도 않은 세력간의 알력으로 희석시키려는 것이고, 뇌물수수와 횡령 혐의를 덮은 군검찰단을 그대로 둔 채 특정인을 겨냥해 매를 든 것은 우리 국방부의 현 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낸 것"이라고 개탄했다.

▲ 지난해 10월8일 오전 국방부를 방문한 참여연대 장유식 변호사(오른쪽)가 국방부 검찰단 이장봉 사건과장에게 김 법무관리관에 대한 고발장을 전달하고 있다.
ⓒ 임경환
참여연대는 지난 10일 김창해 전 법무관리관의 보직해임과 관련 논평을 내면서 현재 국방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움직임을 이미 예고했다는 듯이 다음과 같은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국방부가 이후의 처리과정에서 '군기강 문란'을 명분으로 내세워 이 사실을 외부에 알린 제보자의 신원을 파악하여 이들에 대해 인사상 불이익을 가하려는 일체의 시도에 대해 참여연대는 계속해서 주시할 것이다."

참여연대 공익법센터 장유식 변호사는 "발전 특위의 짧은 활동 기간과 특정 병과가 배제된 구성원 등을 놓고 볼 때 내부제보자 색출을 목표로하는 기구라는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면서 "오히려 이번 일을 계기로 비리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준장을 제대로 조사하지도 못하는 군 사법제도의 전면적인 개편 작업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남아있는 발전특위의 활동기간은 1주일 남짓. '내부제보자 색출'을 위해 활동하지 않는다고 극구 부인하고 있는 발전특위가 이 짧은 기간 동안 군 법무조직 발전을 위해 어떤 결과를 내놓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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