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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및 정리/ 이한기 최경준 이성규 기자
사진/ 이종호 기자
동영상/ 오마이TV 김정훈 PD


29일 유시민 의원의 평상복 차림 등원을 놓고 정치권에서는 '정치를 희화화한 것이냐, 문화의 다양성이냐'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국회에서 정장 차림을 하는 건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는 의견에서부터, 복장은 의원 개개인의 판단과 양심에 맡겨야 할 문제라는 주장까지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같은 논란을 불러일으킨 유 의원은 30일 오후 본회의에 양복 차림으로 참석해 '평상복의 날'을 제안했다....<편집자 주>



<4신: 30일 오후 4시>

유시민 '관용론'에 "그러니까 국회의장이 박관용이지!"라며 냉소


"오늘 제 옷 마음에 드십니까?"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나온 유시민 의원이 30일 오후 본회의장에서 의원선서를 한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30일 오후 유시민 의원은 전날과는 달리 쥐색 싱글 정장에 연두색 넥타이를 매고 국회 본회의장에 나왔다. 이날 오후 3시15분께 유 의원은 4·24 재보선 당선자 오경훈·홍문종 한나라당 의원에 이어 마지막으로 국회의원 선서를 했다.

유 의원은 이날 오전 사전에 배포한 '국회의원 선서에 부쳐…'라는 글의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오늘 제 옷차림은 맘에 드십니까. 오늘은 제대로 입었습니다. 어제 제가 옷을 그렇게 입은 이유는 혼자만 튀려는 것도 아니고, 넥타이 매는 게 귀찮아서도 아닙니다. 국회나 국민을 모독하기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 저는 똑같은 것보다 다 다른 것이 더 좋습니다. 제가 가진 생각과 행동방식, 저의 견해와 문화양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분들의 모든 것을 인정하고 존중하겠습니다. 그러니 저의 것도 이해하고 존중해 주십시오. 관용과…."

유 의원은 마지막으로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다음 번 첫 본회의 때는 의원들이 평상복을 입고 나오자는 것. 유 의원이 이같이 제안하자, 조금씩 술렁이던 한나라당 의원석에서 급기야 "그만해!"라는 고함과 야유가 터져 나왔다. 또 다른 쪽에서는 "그러니까 국회의장이 박관용이지!"라며 유 의원의 '관용론'을 비꼬았다. 이에 유 의원은 "예, 그만 하겠습니다"라며 살짝 웃고는 맺음말을 이어갔다.

이에 앞서 유 의원은 2시50분께 국회에 도착, 곧바로 박관용 의장실에 들러 박 의장과 5분간 환담을 나눴다.

다음은 박관용 의장과 유시민 의원이 나눈 이야기다.

유시민 (웃으며) 죄송하다. 나 때문에…. 어제 의장께서 별 말씀이 없어서….
박관용 나는 복장 생각은 못했다. 나도 처음 본 것이기 때문에…. 나도 (본회의장) 들어가서 깜짝 놀랐다. 옛날에 이런 사건이 있었다. 대전의 박아무개 의원이 갓을 쓰고 국회에 왔다. 당시 김영삼 총재가 '도대체 무슨 짓이냐'고 말렸데, 박 의원은 '나는 고전적인 정장을 입었다'고 고집을 피워 그냥 참석했다. 세계 어느 나라도 의회에서 그런 복장은 없다. 난 꿈에도 생각 못했다. (본회의장에) 들어가서 '어이쿠!' 했다. 아무튼 오늘은 바꿨으니 됐다.

유시민 국회는 일하는 곳 아닌가. 양복 입고 오는 것보다는 캐주얼을 입고 일하는 것이 편하고 좋지 않나.
박관용 좋든 나쁘든 관계없이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에서 정장을 입는 것은 예의이고, 일반론이기 때문에 굳이 타파할 이유가 없다. 지역구에서는 런닝 차림으로 다녀도 상관없지만 국회 본회의에서는 하나의 관례이고, 국민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한다.

유시민 이제 이렇게 입고 왔으니 선서를 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현재 (내가) 양당 총무의 눈 밖에 났으니 의장께서 내 상임위를 보건복지위로 할 수 있도록 책임져 달라. 보건복지위에서 일하겠다고 한 것은 지역 유권자에 대한 약속이었다.
박관용 그렇게 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노력하겠다.


5분 가량 이야기를 나눈 뒤 유 의원은 국회의장실을 나와 본회의장에 들어가기에 앞서 기자들에게 정장을 차려 입고 온 이유를 설명했다. 유 의원은 "내 취향도 중요하지만 다른 분들의 취향도 존중해줘야 하고, 어렵게 당선된 다른 두 분이 (나 때문에) 의원 선서를 못하고 있기 때문에 원만한 의사 진행을 위해 양복을 입고 왔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유 의원은 "내일부터는 어떻게 입고 올 지 모른다"며 "그 때 그 때 내 일정과 할 일에 따라 옷을 입겠다"고 말해 상황에 따라 평상복 차림으로 국회에 등원할 것임을 시사했다.

▲ 지난 재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유시민, 오경훈, 홍문종 의원이 30일 오후 본회의장에서 의원선서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3신: 30일 낮 12시10분>

"다음 번 본회의 열릴 때 '평상복의 날'을 제안합니다"


옷차림 시비에 휘말려 국회의원 선서가 하루 연기된 유시민 개혁당 의원은 오늘(30일)은 싱글 정장에 넥타이를 매고 본회의에 참석할 예정이다.

유 의원은 30일 오전 사전에 배포한 '국회의원 선서에 부쳐 다시 드리는 말씀'이라는 글을 통해 "어제(29일) 평상복을 입은 것은 혼자만 튀려거나 국회나 국민을 모독하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며 "(어제) 여러 의원님들께서 퇴장까지 하신 것은 너무 여유나 여백이 없는 것 같다. 웃어넘기거나 영 못마땅하면 점잖게 충고하실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유 의원은 어제(29일) 평상복 등원이 파문을 일으키자 "(많은 사람들이) '오늘은 꼭 한복 입고 의원선서를 하라'는 의견을 주었다"고 소개한 뒤 "다음 번 첫 본회의가 열리는 날을 '평상복의 날'로 하자"고 제안했다.

다음은 이날 유 의원이 사전에 배포한 '국회의원 선서에 부쳐 다시 드리는 말씀' 전문이다.

국회의원 선서에 부쳐 다시 드리는 말씀

존경하는 박관용 국회의장님과 선배 의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고양시 덕양갑 유권자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께도 인사드립니다. 개혁당 유시민 의원입니다.

오늘 제 옷차림은 괜찮습니까. 싱글 정장에 넥타이를 맸습니다. 어제 옷을 그렇게 입은 이유는 혼자만 튀려는 것도 아니고, 넥타이 매는 게 귀찮아서도 아닙니다. 국회나 국민을 모독하기 위한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이제 국회는 제 일터가 됐고, 저는 일하기 편한 옷을 입고 싶은 것뿐입니다. 이런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다.

저는 똑같은 것보다 다 다른 것이 더 좋습니다. 제가 가진 생각과 행동방식, 저의 견해와 문화양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분들의 모든 것을 인정하고 존중하겠습니다. 그러니 저의 것도 이해하고 존중해 주십시오.

어제 저 때문에 의원선서를 하시지 못한 오경훈·홍문종 두 의원님께는 죄송합니다. 그래서 오늘은 정장 입고 왔습니다. 하지만 여러 의원님들께서 퇴장까지 하신 것은 좀 심했습니다. 너무 여유나 여백이 없는 것 같습니다. 웃어넘기거나 영 못마땅하면 점잖게 충고하실 수도 있는 것 아닙니까.

'서로 다름에 대한 존중과 관용.' 이것이 이제 막 국회에 첫 발을 내딛은 제가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입니다. 우리가 서로 관용할 수 없는 것은 단 하나, 자기와 다른 것을 말살하고 배제하려는 '불관용'밖에 없다고 믿습니다. 서로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의정활동을 약속합니다. 하지만 불관용과 독선에는 단호하게 맞서 싸울 것입니다.

끝으로 한 가지 제안합니다. 어제 저희 전화와 홈페이지를 통해 수많은 분들께서 "오늘은 꼭 한복 입고 의원선서를 하라"는 의견을 주셨습니다. 우리 국회가 짙은 색 모노톤 정장만 고집하는 것에 대한 국민들의 질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다음 번 첫 본회의가 열리는 날을 '평상복의 날'로 제안합니다. 넥타이 풀고 함께 토론합시다. 동참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2003년 4월 30일
새내기 국회의원 유시민 드림


<2신: 29일 오후 5시20분>

"뭐야, 옷이!…국회를 뭘로 보는거야"...복장 문제 삼아 한나라 퇴장


▲ 유시민 개혁국민정당 의원은 29일 오후 의원 선서를 하기 위해 이번 보선에 당선된 홍문종, 오경훈 의원과 함께 단상에 섰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의 퇴장으로 선서를 하지 못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29일 오후 2시40분. 유시민 개혁국민정당 의원의 국회의원 선서가 진행되기 직전, 국회 본회의장 한나라당 의석에서는 "뭐야 옷이!" "안돼! 안돼!" "퇴장해, 퇴장" "국회를 뭘로 보는 거야" 등의 야유와 고성이 오갔다. 민주당 의석에서도 "여기 탁구치러 왔느냐. 운동장인줄 아느냐" "이게 뭐야!"라며 거들었다.

이후 한나라당 의원들 20∼30명이 본회의장을 빠져나갔고, 4·24 재보선에서 당선된 세 의원의 국회의원 선서는 내일(30일)로 미뤄졌다. 5분 동안 벌어진 일이다.

유시민 의원은 이날 국회의원 선서 때 넥타이를 매지 않고 평상복 차림으로 나오겠다고 공언했다. 그는 약속대로 베이지색 면바지에 회색 컬러의 라운드 티셔츠와 남색 재킷을 입고 본회의장에 참석했다.

오후 2시 본회의가 열리기 직전 유 의원은 이날 국회의원 선서와 관련된 의전 문제를 국회 관계자로부터 설명 들었다.

유 의원은 본회의 개회 직전 본회의장을 한 바퀴 돌면서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들을 비롯해 국회 직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며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유 의원이 민주당 의석쪽으로 다가오자 정범구 의원은 "(그런 복장인데 본회의장에) 들여보내 줬어?"라고 말을 건네며 "나도 딸과 약속을 한 게 있는데 국회에 말총머리를 하고 들어가는 것이었다"고 농담을 건네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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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같은 시각 정균환 민주당 총무 자리에서 윤철상 민주당 수석부총무와 임인배 한나라당 수석부총무가 유 의원의 복장 문제에 관해 협의했다. 임 부총무가 "저 차림으로 선서하면 우리 의원들을 퇴장시키겠다"며 한나라당의 불쾌한 입장을 전달하자, 정 총무는 "나는 잘 모르겠다"며 논쟁을 피했다.

이에 옆자리에 앉아 있던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그 문제는 양심의 문제이지 여야가 타협할 게 아니"라며 임인배 부총무를 질책했다. 이 전 의장은 "그것보다 본회의에 참석하지 않는 의원들부터 오라고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본회의는 정족수 미달로 오후 2시35분께 시작됐다. 의사국장의 보고 후 박관용 국회의장이 4·24 재보선 당선자들에게 발언석으로 나와줄 것을 요청했다. 의원선서가 진행되기 직전 (유시민 의원의 평상복 차림을 문제삼는) 한나라당 의원 20∼30명이 야유를 보내며 퇴장했다.

이후 박 의장은 "국회 관례를 (유 의원에게) 설명했고 본인도 알겠다고 했다"며 "내일 첫 의제로 선서하도록 하겠다. 이런 식으로 개별행동을 해서는 안된다"고 퇴장하는 한나라당 의원들을 만류했다.

오후 2시43분께 의원선서가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고 내일로 연기되자, 국회 본회의장 방청석에 앉아 있던 개혁당원 20여 명이 모두 빠져나갔다. 오늘 이 사태를 처음부터 지켜본 한 개혁당원은 "기대했던 것이고 원했던 바"라며 권위주의적인 국회의원들의 태도를 꼬집었다.

▲ 한나라당 의원들이 유시민 의원의 복장에 대한 항의표시로 퇴장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한편, 국회의원 선서 연기 사태에 대해 유시민 의원은 "대한민국 국회에서 예의를 갖춘 복장이 실크 정장 차림이어야 하느냐"고 반문한 뒤 "섭섭하고 실망스럽지만 다른 두 분도 의원선서를 해야 하기 때문에 내일(30일) 일은 좀더 고민을 해봐야겠다"고 밝혔다.

- (한나라당 의원들이 유 의원의 복장을 문제삼아 퇴장한 사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모르겠다. 여기는 내가 일하는 곳이다. 그래서 편한 복장을 입고 왔다. 소박한 생각이었다. 이는 된장찌개를 좋아하느냐 김치찌개를 좋아하느냐의 차이이다. 문화적 다양성은 존중되어야 한다."

- 내일(30일)은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해 보겠다. 대한민국 국회에서 예의를 갖춘 복장이 실크 정장차림이어야 하나. 이해가 안 간다. 마음에 안들 수도 있지만, 나와 다른 것에 대한 존중도 필요하다고 본다. 섭섭하고 실망스럽다. 나는 이 정신에 따라 할 것이다. 하지만 다른 두 분도 의원선서를 해야 하므로 민폐를 끼치게 되지 않나 걱정이다. 고민해보겠다."

- 임인배 한나라당 수석부총무와 얘기를 나누던데, 임 부총무가 뭐라고 하던가.
"(한나라당) 여러분들이 넥타이를 매라고 한다고 하더라."

- 박관용 국회의장도 뭐라고 지적한 것 같은데.
"의장님이 미리 사람을 보내 (복장 문제를) 말씀했다. 그래서 고려해 보겠다고 했다. 라운드 티셔츠에 재킷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지나치게 정치문화가 허례의식에 치우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치 변화가 늦어지는 것도 문화적 보수주의 때문이 아닌가 싶다. 나를 스스로 자유주의자라고 말하지 않았나. 사고방식뿐 아니라 행동양식도 자유롭게 할 것이다."

이에 대해 김원웅 개혁당 대표는 "깔끔한 복장이 뭐가 문제냐"며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한다는 것인데 선배들이 너무 인색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대표는 "국회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것은 오히려 선배 정치인들의 욕설과 몸싸움"이라며 "통속적 권위주의를 지키려 안간힘을 쓰는 것보다 기존의 틀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개혁당은 이날 오후 '양복이 국회의원 공식 유니폼으로 지정되었나?'라는 논평을 통해 "(유시민 의원의 평상복 차림은) 국회의장이 이미 양당 총무에게 양해를 구한 사항이었으며 양복 착용이 규정에 정한 바도 아니"라며 "그런데도 국회의원들이 복장을 이유로 야유와 퇴장을 불사한 것은 신성한 '의원 선서'를 깡패조직의 '막동이 기죽이기' 정도로 생각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비판했다.

▲ 이만섭 전 국회의장이 본회의 시작전 유시민 의원을 불러 격려하고 있다.(왼쪽) / 이규택 한나라당 원내총무와 국회 의사국장이 국회의원 복장에 대한 규정을 찾아보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1신: 29일 오전 11시40분>

"튀려는 게 아니라 일하기 편한 옷을 입고 싶은 것 뿐"


유시민 의원의 톡톡 튀는 행보가 화제다.

'새내기 국회의원.' 지난 4·24 경기 고양 덕양갑 재선거에서 당선된 개혁국민정당 소속 유시민 의원이 자신을 일컫는 말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유 의원은 2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있을 '국회의원 선서' 때에도 넥타이를 매지 않은 평상복 차림으로 나설 예정이다.

유 의원은 이날 사전에 배포한 '국회의원 선서에 부쳐 드리는 말씀'을 통해 "(평상복 차림이) 혼자만 튀려고 그러는 것도 아니고, 넥타이 매는 게 귀찮아서도 아니"라며 "이제 국회는 제 일터가 됐고, 저는 일하기 편한 옷을 입고 싶은 것뿐"이라고 동료·선배 의원들에게 양해를 구했다. 그는 앞으로도 평상복 차림을 즐겨 입을 예정이라고 한다.

이어 유 의원은 "'서로 다름에 대한 존중과 관용'이 이제 막 국회에 첫 발을 내딛은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이라며 "서로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의정활동을 약속하지만 불관용과 독선에는 단호하게 맞서 싸울 것"이라고 밝혔다.

과연 유 의원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동료·선배 국회의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 지 궁금하다. 다음은 유 의원이 작성한 '국회의원 선서에 부쳐 드리는 말씀' 전문이다.

▲ 유시민 의원은 의원선서는 못했지만, 국가인권위원 임명안 표결에는 참여했다. / 유시민 의원과 김원웅 개혁당 대표가 본회의장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국회의원 선서에 부쳐 드리는 말씀

존경하는 박관용 국회의장님과 선배 의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고양시 덕양갑 유권자 여러분과 국민 여러분께도 인사드립니다. 개혁당 유시민 의원입니다.

오늘 제 옷차림 어떻습니까. 일부러 이렇게 입고 왔습니다. 저는 앞으로도 국회에 나올 때 지금 같은 평상복을 자주 입으려고 합니다. 혼자만 튀려고 그러는 것도 아니고, 넥타이 매는 게 귀찮아서도 아닙니다. 이제 국회는 제 일터가 됐고, 저는 일하기 편한 옷을 입고 싶은 것뿐입니다. 이런 제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저는 똑같은 것보다 다 다른 것이 더 좋습니다. 제가 가진 생각과 행동방식, 저의 견해와 문화양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 분들의 모든 것을 인정하고 존중하겠습니다. 그러니 저의 것도 이해하고 존중해 주십시오.

'서로 다름에 대한 존중과 관용.' 이것이 이제 막 국회에 첫 발을 내딛은 제가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생각입니다. 우리가 서로 관용할 수 없는 것은 단 하나, 자기와 다른 것을 말살하려는 '불관용'밖에 없다고 믿습니다. 서로 차이를 인정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의정활동을 약속합니다. 하지만 불관용과 독선에는 단호하게 맞서 싸울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과 의원님들 지켜봐 주십시오. 격려해 주십시오. 감사합니다.

2003년 4월 29일
새내기 국회의원 유시민 드림


▲ 본회의 시작전 유시민 의원과 민주당 의원들이 방청온 개혁당원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 정균환 민주당 총무와 임인배 한나라당 부총무, 윤철상 민주당 부총무 등이 유시민 의원의 복장 문제 처리여부를 논의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 의원 선서를 하지 못한 유시민 의원이 본회의장 밖에서 기자들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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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에 대한 기사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보다 더 흥미진진한 탐구 대상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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