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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신: 8일 오후 8시>
"여러분이 남편의 생명을 살렸습니다"
양심수 박경순씨 단식농성 중단


간경화증을 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옥중 단식농성을 하며 양심수 전원석방과 정치수배 해제를 요구했던 박경순씨가 7일 저녁 단식을 중단했다.

이 날 오후 4시 30분경 부인 김이경씨와 불교인권위원회 진관 스님, 권오헌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양심수후원회장과 임기란 민가협 전 회장 등으로 구성된 대표단들은 항공편으로 부산에 도착해 박씨를 특별면회했다.

이 자리에서 대표단은 "신문지상에 보도된 것과 같이 어제 법무부장관 면담에 이어 오늘 오전에 진행된 청와대 민정수석과의 면담에서 양심수석방에 대한 확답을 얻었으니 단식을 중단하라"고 박경순씨를 설득했고 박씨는 "그런 결정 빨리 내려서 다행"이라며 대표단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박경순씨가 단식을 풀고 죽을 먹는 모습을 지켜본 김이경씨는 교도소 밖으로 나와 기다리고 있던 교도소 앞 농성 참가자들에게 "여러분이 제 남편을 살렸다"며 일일이 감사의 인사를 나누었다.

김이경씨는 "밖에서 며칠째 추위에 떨고 함께 울었던 농성 참가자들에게 너무 고맙다"며 "앞으로는 정부가 인권문제 의연하고 자신있게 대처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2신: 7일 오후 1시 50분>
"'목숨건 단식'은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376개 시민사회단체 '박경순 석방' 기자회견


▲ 7일 오전 10시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열린 '박경순 석방 촉구' 기자회견
ⓒ 권박효원
부산교도소에 수감된 상태에서 '목숨을 건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는 박경순(47)씨를 살리기 위해 376개 시민사회단체가 발벗고 나섰다.

7일 오전 10시 서울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열린 '옥중단식 중인 간경화 환자 박경순 석방 촉구 시민사회 기자회견'에 함께 한 단체는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이하 민가협),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참여연대, 여성단체연합, 환경운동연합 등 376개. 이날 기자회견장에서 배포된 A4용지 자료중 2페이지에 달한다.

이 날로 양심수 전원석방과 정치수배 해제를 요구하는 박경순씨의 단식농성은 9일째를 맞았다. 현재 박경순씨는 몸무게가 3㎏ 줄고 혈역검사 결과 검사수치가 정상치를 훨씬 상회하는 상태. 얼굴은 검은 색을 띄고 발음도 부정확해지고 있다.

단식 전문가인 기세문씨는 "단식이 10일 이상 지속되면 회복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박경순씨는 "지금 상황에 더 이상의 검사가 무슨 의미가 있냐. 나의 죽음을 인정하기 위한 검사에 동의할 수 없다"며 일체의 검사와 의료행위를 전면 거부하고 있다.

권오헌 민가협 양심수후원회장은 "국민의 정부에서 구속된 양심수가 2000명을 넘는데 이제 까지 책임있는 당국자의 답변이 없었다"며 "이들을 그대로 두고 참여정부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지금 제일 급한 것은 박경순씨의 생명을 하루빨리 살리는 것"이라고 기자회견 취지를 설명했다.

▲ "지금 정도의 사회적 공론으로 남편을 설득할 수 있을 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워 하는 김이경씨
ⓒ 권박효원
박경순씨의 부인 김이경씨는 "남편이 '양심수 문제가 어떻게 되어가냐'고 물어볼 때마다 '바깥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고 대답했었다"며 "그런데 목숨을 걸고 단식농성에 들어간 지금도 사회는 큰 반응이 없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오늘 '우리가 잘 할테니 이제 그만 하라'고 설득하기 위해 남편이 있는 부산교도소로 내려가는데 남편이 이 정도의 사회적 공론에 만족할 지 모르겠다"며 "이런 일이 더 이상 일어나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최인순 보건의료단체연합 집행위원장은 "흔히 단식을 할 때는 '목숨을 건다'고 표현하지만 박경순씨의 경우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인순 위원장에 따르면, 건강한 사람들과 달리 간질환 환자들은 간에 있는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바꿔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없기 때문에 단식이 더욱 위험하다. 또한 간질환 환자들은 음식을 정상적으로 섭취해도 영양장애를 겪는데 단식을 하면 해독기능 등 간기능 약화가 더욱 심각해진다.

최 위원장은 "한총련 수배 학생들 역시 오랜 수배기간동안 스트레스로 인해 위염 등에 걸리며 사소한 질환은 방치하고 있어 질병이 악순환된다"며 "9일 수배학생들의 건강진단을 실시할 예정이지만 질병을 발견해도 치료가 어렵다"고 전했다.

시민사회단체들은 "개혁과 통합을 이야기하는 '참여정부'가 양심수를 감옥에 가두어 둔다는 것은 모순"이라며 "하루빨리 박경순씨를 비롯한 모든 양심수를 조건없이 석방하고 수배조치를 해제하라"고 촉구했다.

단체들은 이 날 권오헌 회장과 불교인권위원회 진관 스님을 중심으로 대표단을 꾸려 박경순씨를 면회하고 단식중단을 설득할 예정이다. 또한 11일 오후 7시에는 천도교 수운회관에서 박경순 후원의 밤을 가진다는 계획이다.

<1신: 6일 오후 8시>
"노 대통령, 제 남편 좀 살려주세요"
간경화 앓는 양심수의 옥중단식 8일째


▲ 6일 오후 2시 탑골공원 앞에서 열린 민가협 목요집회
ⓒ 권박효원

6일 오후 2시,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탑골공원 앞에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이하 민가협) 회원 50여명이 모였다. 매주 목요일마다 열리는 집회지만 이 날의 집회는 더 숙연했다.

강법무, 양심수 석방 검토 지시

법무부는 강금실 장관이 6일 저녁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관계자를 만나 면담을 갖고 공안사범 및 양심적 병역거부 사범의 석방 문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날 면담은 강 장관이 공안사범을 담당하는 유재만 법무부 검찰3과장을 배석시킨 가운데 20분 정도 진행됐으며, 민변 최병모 회장과 김인회 사무차장, 조순덕 민가협 회장. 이종걸 의원이 참석해 강 장관에게 양심수 석방을 건의했다. / 연합뉴스
부산교도소에 수감된 박경순(47)씨가 이 날로 8일째 양심수 전원석방과 수배 해제를 요구하는 단식농성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6년 넘게 심각한 간경화증을 앓고 있던 박씨에게 단식은 목숨을 담보로 한 투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날 민가협 회원들은 양심수들의 사진과 함께 '간경화 환자 박경순을 즉각 석방하라'는 피켓을 들고 거리에 나섰다. '노무현 대통령님! 박경순을 살려주십시오'라는 피켓도 눈에 띄었다.

박경순씨의 부인인 김이경(42·통일연대 사무처장)씨는 "오늘 아침 교도소 측에서 혈액검사 결과를 알려왔는데 '간 수치가 일반인의 몇배'라며 빨리 형을 집행정지하고 입원시켜야 한다고 했다"며 "그러나 양심수 전원의 석방을 요구하며 단식에 들어간 남편이 자기 건강 때문에 병원치료를 받을지 모르겠다"고 박씨의 절박한 상황을 전했다.

김씨는 "오늘이라도 남편에게 면회를 가야겠지만 밖에서 해야 할 일이 있어서 이 곳에 나왔다"며 "이제 시간이 별로 없다. 제 남편 박경순을 살리기 위해, 노무현 정부를 개혁정부로 만들기 위해 여러분이 도와주셔야 한다"고 호소했다.

지금 이 시간에도 부산교도소 앞에는 박씨의 농성에 맞춰 시민사회단체 회원 20여명이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목요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교도소 앞을 잠시 비운 이은미 '양심수 석방과 정치수배 해제를 위한 울산·부산 대책위원회' 울산연합 집행위원장은 "3월 5일 특별접견을 하는데 박경순씨가 애써 웃으며 '내가 죽어도 사람들이 대신 싸워줄 테니 두렵지 않다'고 했다"며 "박경순씨가 단식농성을 시작한 것은 우리 모두의 책임이 크다"고 강조했다.

시민사회단체들도 7일 오전 10시 안국동 느티나무 카페에서 '옥중 단식 중인 간경화 환자 박경순 석방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오후 7시 수운회관에서 박경순 후원의 밤을 개최할 예정이다.

"노무현 아저씨가 당선됐어요.
아빠도 곧 감옥에서 나올 거예요"


▲ 박경순씨의 석방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고 있는 민가협 어머니들
ⓒ 권박효원
울산에서 김이경씨와 함께 서점을 운영하던 박경순씨는 98년 7월 국가변란을 목적으로 하는 반국가단체인 '영남위원회'를 구성했다는 혐의로 구속되어, 7년형을 받았다. 국민의 정부 최초의 '반국가단체 사건'이였다. 부인 김이경씨를 비롯, 15명이 구속되어 형을 받았다.

당시 박경순씨는 간경화증이 악화되어 의사로부터 사형선고를 받고 식이요법으로 투병생활을 하고 있었다. 다행히 박씨는 감옥 내에서도 민간요법 치료를 계속했고 증세도 나아지는 듯 했다. 함께 구속된 동료 15명이 단식농성을 벌일 때에도 그는 음식을 끊지 않았다. 단식은 간경화 환자에게 치명적인 악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건강을 지키려고 애쓰던 박경순씨가 2월 27일부터 목숨을 건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김이경씨는 "남은 2년 반, 못 살 게 뭐 있냐. 그냥 다 살고 건강하게 나가자"며 단식을 만류했지만 "양심수라고 감옥까지 들어왔는데 이런 상황에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는 남편을 더 이상 말리지 못했다.

박경순씨가 단식을 결심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 취임식에서 양심수 사면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부터였다. 사실 인권변호사였던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됐을 때만 해도 박씨와 가족들은 '정치수배 해제까지는 어려워도 양심수 전원 석방은 가능하다'고 확신했다. 길었던 4년 7개월 동안의 감옥생활도 이제 끝나는가 싶었다.

아들 정우(13)군은 박경순씨에게 "노무현 아저씨가 대통령에 당선되었어요. 너무너무 기쁘고 좋아요. 아빠도 이제 곧 감옥에서 나올 수 있을 거예요"라고 편지를 보냈다. 양심수가 뭔지도 모르는 채 경찰이 엄마아빠를 잡아가는 상황을 지켜봐야 했던 8살짜리 아들은 어느새 중학생이 됐다. 당시의 정신적인 충격은 잊었지만 정우군은 지금도 친구들에게 아버지가 어디 있는지 설명하기 힘들어한다. 김이경씨는 면회와서 "아이스크림 사달라"며 울던 아이의 모습을 잊을 수 없어 아직도 눈물이 난다.

그러나 '한나절 내내 뙤약볕에서 자전거를 가르쳐준 자상한 아빠, 서점을 운영하며 24시간 붙어있던 다정한 남편이 이제 돌아올 수 있으리라' 생각했던 모자의 꿈은 곧 깨졌다. 개혁을 표방한 '참여정부' 대통령이 내린 조치는 정치수배 해제도, 양심수 전원석방도 아닌, '무사면'이었다.

독재정권에서도 대통령 취임식 때마다 있었던 양심수 사면이 개혁정부에서 없다는 것을 김이경씨는 믿기 어려웠다고 한다. 지금도 그는 '조금만 기다리면 3월 중순 즈음 사면이 있지 않을까' '설마 강금실 장관이 양심수를 죽일까. 뭔가 말이 나오겠지' 하는 기대를 갖고 있다. 그러나 '설마' 하면서도 "혹시 이러다 이 사람 이대로 보내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에 김씨는 가슴이 바짝바짝 타들어가고 있다고 토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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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정부'라 양심수 사면 안 한다.
양심수 문제 풀려야 개혁도 가능"


▲ "제 남편 박경순을 살려달라"고 호소하는 부인 김이경씨
ⓒ 권박효원
김이경씨는 "노무현 정권은 '개혁정부'이기 때문에 양심수 사면을 안 했다"는 다소 역설적인 주장을 폈다. 독재정부는 국민들에 대한 최소한의 제스추어를 보이려고, 김대중 정권은 출범초기 강조된 인권여론 때문에 각각 양심수를 사면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노무현 정권은 국민에게 신뢰를 받고 있으니 양심수 사면이 없어도 양해받을 수 있는데다가, 오히려 사면이 수구보수세력에게 공격의 빌미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자신의 주장을 폈다.

김씨는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이 진정 국민을 믿는다면 수구보수세력 눈치볼 것 없이 결단을 내릴 수 있었을 것"이라며 "국민의 지지 속에 출범한 정권이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 표현의 자유 하나 못 풀면서 무슨 개혁이냐"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박경순씨 역시 단식을 시작하면서 "양심수 문제가 올바르게 풀려야 노무현 정권도 이후 제대로 된 개혁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김이경씨는 "바깥에서 내가 할 일을 제대로 안 해서 생긴 일이다. 남편의 단식은 지금이라도 싸워달라는 부탁"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사면이 없어 절망에 빠졌던 양심수 가족들이 이번 단식농성을 바라보며 희망을 느끼고 있다"며 "남편이 이대로 죽는다 해도 개죽음은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초파일, 8월 15일, 연말 등 대규모 사면이 이루어지는 철이면 늘 남편이 출소한 뒤 입을 옷을 준비했다는 김이경씨는 "'조금만 더 기다리자'고 말할 때 남편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며 다시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는 이제라도 남편이 건강하게 가족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 거라는 믿음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단체명 바뀌고 단체구성항목도 없어
박경순씨 제외한 연루자 전원 무죄석방
'영남위원회' 사건이란?

98년 7월 박경순씨 부부와 김창현 당시 울산동구청장 등 15명은 "90년대 초반부터 울산지역에서 주체사상을 지도이념으로 하는 지하혁명조직 '영남위원회'를 구성하려 했다"는 혐의로 징역 3~15년의 중형을 받았다.

현 정부 민정수석인 문재인 변호사를 비롯한 인권변호사와 시민사회단체들은 "경찰이 증거로 제출한 디스켓의 입수경위가 불명확하고 검찰이제시한 조직명칭도 번복한 데다가 단체구성내역이 없다"며 연루자들의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경찰과 검찰이 긴급체포영장과 수사과정, 공소장 등에서 조직 이름을 여러 차례 바꿨다는 것 역시 의문점으로 남는다. 이들 문서는 단체명을 각각 '반제청년동맹 영남위원회' '한민전 영남위원회' '조선노동당 영남지역당' '영남위원회' 등으로 표기하고 있다. 게다가 반국가단체 구성죄가 성립되기 위해서 필요한 단체구성 3대항목인 강령과 규약, 자금내역도 존재하지 않았다.

또한 경찰이 증거로 내세운 디스켓은 '협조원이 제공했다'고 알려졌으나 그 신분은 '수사기밀'이라는 이유로 밝히지 않았다. 이렇게 간접 보고된 증거는 형사소송법상 법정에서 증거로 채택될 수 없다.

결국 재판부는 2심에서 박경순씨를 제외한 연루자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다. 부인 김이경씨 역시 2000년 1월 무죄로 풀려났다. 그러나 '수괴'로 지목된 박씨는 1심에서 15년형, 2심 등에서 7년형을 선고받아 유일하게 복역 중이다.

김이경씨는 "사면을 위해 여러 곳을 뛰어다니면서 관계당국 측으로부터 '다른 사람은 몰라도 박경순만은 내줄 수 없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며 "아마도 조작의혹이 많았던 사건이라 검찰 자존심 때문에 석방을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 권박효원 기자

덧붙이는 글 | 박경순 후원계좌 우리은행 525-097577-02-101(김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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