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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 기자회원으로 가입한 신참이다. 앞으로 호주 관련 문화기사를 쓸 예정인데, 오늘은 오마이뉴스에 보도된 김대중 대통령의 퇴임뉴스를 읽고 쓴 시 한 편로 신참인사를 드린다.

외국에서 이민생활을 하는 재외동포중의 한 사람인 내가 김대중 대통령의 퇴임을 바라보면서 갖는 감회는 어쩌면 고국의 정서와 많이 다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그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는 호주에서 접하는 김 대통령의 퇴임기사가 너무나 처연하다.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대한 한국에서의 시비를 접한 호주의 한 언론인의 말이 기억난다. 그는 호주 국영 ABC 라디오에 근무하고 있다.

"한국인들의 몰이해가 아쉽다. 그 상은 김대중 개인에게 준 것이라기 보다는 평화를 갈망하는 세계인들이 한국인들 모두에게 준 상이었다. 그가 수상하는 장면을 TV로 지켜보면서 호주인들은 김대중 대통령과 한국인들 모두에게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부러워 했다. 만약에 호주인들에게 노벨평화상이 돌아온다면 호주 수상이 가서 대표로 상을 받을 것이다. 마치 초등학교 럭비팀이 우승했을 때 주장이 나가서 대표로 트로피를 받듯이. 한국인들이 노벨평화상 수상에 시비를 거는 것은 자기 얼굴에 침을 뱉는 행위다. 뿐만 아니라 그 상을 한국인들 모두에게 준 세계인들을 모독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오늘 따라 그 호주언론인의 말이 귓가를 맴돈다. 재외 한인동포들을 포함한 한국인 모두를 대표해서 노벨평화상을 받은 그가 왜 저렇게 만신창이가 되어 떠나가야하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가 없다.

우린 언제까지 자기 얼굴에 먹칠이나 해대면서 살아갈 것인지. 떠나가는 겨울을 꽃으로 단장하여 배웅하는 봄날의 마음이 한국인 본디의 마음일진대, 그동안 우리가 너무 급하게 달려오면서 그런 귀한 마음들을 다 버리고 온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복사꽃에 절하다
-김대중 님에게

윤필립(在호주동포 詩人)

잠깐! 꽃이나 핀 뒤에 가라
누더기는 벗어놓고 가라
가는 것보다 급한 것은, 지금
용서하는 일이다
용서받는 일이다
저들과 화해하는 일이다

꿈조차 꿀 수 없는 몽상가에게
뭇매를 주는 것도 모자라서
시궁창에다 머릴 처박아놓고
퉤퉤! 침 뱉었던 내 동포들
너를 용서하는 일이다
너에게 용서받는 일이다

곧 죽어도 비굴하지 말자던
밤 세운 다짐일랑 잊자
진짜 부끄러운 굴종은, 끝까지
용서하지 않으려는 거다
용서받지 않고 죽으려는 거다

가는 겨울을 꽃으로 배웅하는
이른 봄날에 절하고 싶다
오기부리는 꽃샘바람에게도
모가지 꺾어, 몇 송이
건네주며 웃는 저 복사꽃에게
절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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