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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정리/ 오연호 김당 이한기 이병한 기자
사진/ 이종호 기자, 동영상/ 오마이TV 김정훈 PD


▲ 22일 오전 9시 25분 인수위 집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시작한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
ⓒ 오마이뉴스 이종호
그동안 언론개혁 문제에 대해 말을 극도로 아껴오던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오마이뉴스> 인터뷰를 통해 당선 이후 처음으로 '언론개혁 방향과 그 실천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취임식(25일)을 이틀 앞둔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는 2월 22일 <오마이뉴스>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언론개혁을 하려고 (언론사에) 금융 제재나 세무조사, 뒷조사를 통한 압력을 행사하는 것은 불법일뿐더러 효과도 없다"고 전제한 뒤 "새 정부에서는 기존의 정권과 언론의 (비정상적인) 유착 관계를 완전히 끊고 원칙대로 해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미리보는 1분 클립 / 김정훈 PD

"청와대와 정부의 가판신문 구독 중지시키겠다"/ 김정훈 PD

노 당선자는 "옛날에는 정권에 불리한 보도가 나오면 소주 파티 등 향응을 제공하며 보도를 빼달라거나 고쳐달라는 로비 방법을 썼다"며 "이러한 방법은 언론의 자세를 지나치게 자만하거나 해이하게 만들었다"고 기존 관행에 대해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청와대 취임 후 한두 달 안에 가판(전 날 저녁 7시께 발행되는 신문 초판) 구독을 전부 금지할 것이며, 정부 각 부처도 마찬가지"라며 "(가판 보도를 보고) 비정상적으로 협상하는 것을 일체 금지하는 대신 사실과 다른 보도에 대해서는 원칙대로 정정·반론 보도를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 당선자는 "이것이 단기적으로 굉장히 우리에게 고통스러울 것이지만 참아내면서 언론이 정확히 보도하도록 대응해 나갈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노 당선자가 당선 이후 언론개혁에 대해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아래 일문일답 참조).

▲ 노무현 당선자는 사전 질문지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메모도 전혀 없이 인터뷰에 응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노 당선자는 'SK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해 "그 사실을 아침 신문 보도를 보고 알았다"며 "그 순간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이 '어이쿠, 언론 보도에 재벌 길들이기로 나오지 않겠나' 걱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재벌개혁이) 어떤 정치적 의도나 기획에 의해 이뤄진다면 개혁에 도움이 되지 않고 성공할 수도 없다"며 "나는 기획해서 본때를 보여주자는 식의 개혁을 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 [노무현 인터뷰 ②] "SK건 신문보고 알아, 검찰 기획수사라면 바람직 안해"

노 당선자는 최근 완료된 청와대의 '386세대중심 실무 비서진'의 인선 결과에 대한 일부 언론의 비판에 대해 "변화와 개혁을 거부하는 사람들과 일을 같이 하라고 하면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뽑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 [노무현 인터뷰 ③] "386중심 비서진이 뭐가 문제인가"

노 당선자는 '현대상선 대북송금' 처리 방안과 관련해 "국회의 조사를 거쳐 밝힐 것은 밝히고 그 결과로써 특검제 도입 여부와 조사 범위 등을 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그런데 민주당이 처음부터 특검제가 안된다고 막아놓아서 한나라당이 (여야 간) 대화없이 특검으로 바로 가자고 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어주었다"고 협상 태도의 미숙함을 지적했다.

-> [노무현 인터뷰 ④] "대북송금 책임자 '벌 받겠다'는 자세 보여야"

노무현 당선자는 또 취임사에서 대미 자주외교와 관련한 '노무현 독트린'을 발표할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노무현 독트린'이라는 것을 발표해서 스스로 입장을 굳혀버리면 판단과 행동에 많은 제약을 받는다"면서 "특별히 그런 것은 없고 내가 확실히 하려는 것은 전쟁을 없게 하고, 아주 결정적이고 중요한 문제에 관해 우리 의견을 충분히 전하고 미국을 설득해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 [노무현 인터뷰 ⑤] "취임사에 '노무현 독트린' 발표하면 행동 제약"

노 당선자가 대통령 당선 이후 국내 언론과 국정현안 전반을 놓고 당선자의 집무실에서 면대면 정식 인터뷰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통령 취임을 불과 3일 앞둔 노 당선자는 인수위 건물 6층의 집무실 옆 접견실에 밝은 표정으로 나타나 오연호 대표기자, 김당 정치부장, 이한기 정치부 차장과 차례로 악수를 나누고 "(언론과의 인터뷰도) 주변 눈치나 관행을 살피는데 노무현 시대는 달라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 응한 배경을 설명했다.

노 당선자는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 말을 아껴왔던 언론개혁 문제를 비롯해 대북송금·북핵 문제 해결방안, 당 개혁, SK 수사 등 재벌개혁 등 쟁점 현안에 대해 시종 솔직한 입장을 밝혔다.

노 당선자는 기존 관행과는 달리 사전에 질문요지를 전혀 받지 않은 상태에서 현장에서 질문을 받고 답변하는 '파격'을 보였다. 노 당선자와의 인터뷰는 22일 오전 9시25분부터 10시5분까지 약 40분 동안 이뤄졌다.

다음은 노 당선자와의 인터뷰 가운데 언론개혁 부문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SK수사, 대북송금 등에 대한 일문일답은 이어지는 관련기사에 정리돼 있다.

- 대통령 후보 시절과 그 이전에는 인터넷을 자주 보셨을텐데, 대통령 당선 이후에는 시간이 없어서 인터넷을 잘 못볼 것 같다.

"조금 뜸하다. 하지만 청와대에 가서 자리를 잡으면 다시 볼 수 있을 것이다. 월드컵이 그렇게 뜨거워도 경기가 다 끝나면 식듯이, 우리도 선거라는 화이팅이 있어야 역시 재미가 있는데, 앞으로 국정 개혁을 그만큼 재미있게, 네티즌들이 흥미와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수 있게 해보려고 한다."

"대구 참사 죄송...정신적 인프라 제대로 세우겠다"

▲ "개혁 하라고 대통령 뽑아주지 않았나."
ⓒ 오마이뉴스 이종호
- 대구 지하철 참사 현장을 다녀왔는데, 느낌이 어떠했나.

"참, 처음에 그 소식을 접했을 때는 그냥 '난감하다, 망연자실하다'는 느낌이었다. 대구에 가니 대구시장이 저에게 인사를 하면서 '면목 없습니다.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고 말했다. '시장이 무슨 책임이 있소. 하고자 한 것도 아닌데'라고 위로했는데…. 그 인사를 받을 때 대구시장의 인사가 꼭 내 심정하고 같았다.

일반적으로 우리 동양에서는 국민들이 큰 우환을 당하면 지도자의 책임이라고 한다. 그런 측면에서 내가 죄인된 심정이라고 말했는데, 실제로 두 가지 큰 느낌을 받았다. 우리 사회에서 희망을 상실한 사람들, 본인들도 고통스럽겠지만 우리 사회 전체에 큰 위험 요소가 된다. 희망, 희망을 갖게 하자.

다른 하나는, 여러 가지 원인들을 쭉 분석했는데 한 군데도 제대로 된 게 없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이 우리 한국의 총제적 수준이라고 말해야 하지 않을까. 정말 우리가 '국민소득 1만 달러, 2만 달러'라고 하면서 모든 것을 다 무시하고 앞으로만 달려온 결과이고, 그야말로 소중한 것들을 가벼이 생각한 결과가 우리에게 돌려준 재앙이다.

나도 정치를 15년 동안 해왔다. 정치를 15년 해온 사람으로서 이런 결과에 대해서 '그동안 제대로 할 일을 했던가'라는 자괴감과 '앞으로 5년 동안 이것은 제대로 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걱정도 된다. 어쨌든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 인프라, 가치 인프라 등을 제대로 한 번 세워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소주파티 향응제공 없다...정정당당하게 하자"

- 네티즌이 가장 관심을 가질 사안이 언론에 대한 새 대통령의 입장인 것 같다. 최근 공정위에서 자전거 경품이 잘못됐다며 후속 조처를 한다고 했고, '언론개혁 문제는 새 정부 출범 초기에 해야 하지 않겠느냐' 하는 목소리도 있다. 굉장히 민감한 문제여서 당선 이후에 (언론개혁에 대한) 말씀을 아껴왔는데,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네티즌들이 궁금해한다.

"일반적인 생각과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언론개혁에 대한 일반의 인식을 다시 한번 돌아볼 필요가 있다. 실제로 대통령이 공권력을 통해서 언론을 적극적으로 개혁하려고 할 때 합법적으로 가지고 있는 수단이 무엇이 있는가? 없다. 실제로 없다.

자칫 잘못하면 권력의 남용이 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은근히 긍융 제재를 한다든지, 은근히 세무조사를 한다든지, 그밖에 뒷조사를 통해서 압력을 행사한다든지, 그런 방법은 불법일 뿐만 아니라 효과도 없다. 그래서 실제로 우리는 (언론개혁을 강제할 수 있는) 정치 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언론개혁에 크게 한 몫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기존의 정권과 언론의 유착 관계를 완전히 끊는다는 것이다. (첫째로 정권과 언론이 서로) 의지할 생각하지 말아라.

▲ 22일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오연호 대표기자(가운데)와 김당 정치부장(왼쪽). ⓒ 오마이뉴스 이종호
두 번째는 정정당당하게 해보자. 옛날에는 정권에 불리한 보도가 나오면 그 보도를 '좀 빼달라' '고쳐달라'며 앞으로 우호적인 기사를 써줄 것을 기대해서 자주 만나고 '소주 파티'를 하고 향응을 제공하고….

어쨌든 공격 당하지 않기 위해서 이런 비논리적인 방법, 흔히 말하는 로비 방법으로 대응해왔다. 이것이 언론의 자세를 해이하게 만들고, 지나치게 자만하게 하고, 규범 속에서 직업인으로서의 절제를 요구하지 않는 분위기가 되고 그랬다.

이번 청와대와 정부는 (언론과의 관계를) 아주 원칙대로 해 나갈 생각이다. 어떤 불리한 기사에 대해서도 그것을 갖고 어떤 인간적 관계를 통해 해소하려고 하지 않고 합법적이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예를 들면 정정보도도 청구하고 반론도 청구하고, 그렇게 대응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가려고 한다.

지금까지는 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청와대 취임 후 한두 달 안에 가판(신문) 구독을 전부 금지할 생각이다."

"족벌언론들, 스스로 변화 않고 변화의 기수인 척 한다"

- 청와대에서 가판신문(전날 저녁 7시경에 발행되는 다음날치 초판신문. 종이 조간신문 가운데 중앙일보를 제외한 전 신문이 가판을 발행한다)을 안 보겠다는 것인가.

"그렇다. 청와대에서 저녁 가판 구독을 금지하고 정부 각 부처도 마찬가지로 가판 구독을 금지시킬 생각이다. 그것을 보고 비정상적으로 협상하는 것을 일체 금지하고, 모든 보도에 대해서 원칙대로 대응하라(고 할 것이고).

참고 넘어가는 것도 해서는 안된다. 사실과 다른 보도에 대해서는 반드시 바로 잡으려는 노력을 해야 하고, 이런 노력을 통해서 또박 또박 해 나가려고 한다.

이것이 단기적으로는 굉장히 우리에게 고통스러울 것이다. 그럴수록 더욱더 비합리적인 공격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공격은 참아낼 생각이다. 그러면서 언론이 정확하게 보도하지 않으면 안 되도록 대응해 나갈 생각이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노 당선자는 이어 청와대 비서진의 주축이 386세대의 젊고 개혁적인 이들로 포진된 것을 비판하는 일부 언론을 언급하면서 족벌세습 언론을 비판했다.

"변화를 거부하는 사람들과 일을 같이 하라고 하면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뽑은 의미가 없는 것이다. 국민들이 노무현을 대통령으로 뽑을 때, 인터넷에서 그 전쟁과 같은 메시지를 주고 받을 때, 그거 다 이거 하라고 한 것 아닌가. 그런데 변화를 싫어하는 일부 언론이 자꾸 그렇게 쓰는 것이다.

언론들, 제발 변화를 이야기하지 말거나 그렇게 쓰지 말거나 해야지, 지금 일부 언론들 봐라. 무슨 족벌세습 체제, 기득권 체제, 고스란히 갖고 앉아서 자기들이 무슨 변화의 기수인 척 하고, 그러면서 실제로 변화와 개혁에 대해서 사사건건 딴지 걸고 발목 잡고. 지금 오죽하면 <인수위 브리핑>이 나왔겠는가. 앞으로 청와대에 가서도 <청와대 브리핑>을 낼 것이다."


"네티즌 여러분, 욕설은 하지 맙시다"

- 네티즌들도 한사람 한사람이 언론인인 셈이다. 여론형성 과정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는 네티즌들에게 한 마디 한다면.

"우리 사회가 잔잔한 호수처럼 항상 고르게 진행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발전할 때도 예전 로마 병정들이 전진하고 미국 독립전쟁 시대에 행군하듯이 일렬횡대로 발전하는 것은 아니다. 어느 부분은 앞서나가고 어느 부분은 뒤쳐지고, 그렇게 들쭉날쭉하게 진보해 나간다.

네티즌 사회에서도 그렇게 고르지 않고 어떤 사람은 대단히 이성적이고 냉정하고 어떤 사람들 대단히 감성적이고 하는 편차가 있는 것은 나도 인정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의 전반적인 수준을 높여나가자면 욕설 좀 안했으면 좋겠다. 상대방의 비판에 대해서 귀를 기울일 줄 아는 열린 자세가 됐으면 좋겠다. 그 다음 어떤 문제의 판단에 대해서 깊이 있게 생각하고 조사하고, 말하자면 일반 네티즌들도 취재를 좀 정확하게 해서 의사표현을 해주고,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

나는 실제로 인터넷의 수준 높은 논객들로부터 많은 판단 자료를 얻는다. 정말 놀라운, 놀라운 식견도 있고, <오마이뉴스> 필자는 아니지만, (어느 사이트에서 본) '팬더'라는 사람이 쓴 군사 또는 무기체계 등에 대한 보고서는 굉장히 수준 높은 것이어서 자주 보고, 실제 지난 경선 때 F-15기의 구입에 있어서 '정치적 고려를 할 수도 있느냐'고 했을 때, 다른 후보들은 다 안된다고 했는데 나는 할 수도 있다고 대답했다. 그것이 네티즌들의 글에서 얻은 지식을 근거로 판단한 것이다."

(아래 다른 부문 일문일답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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