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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일 저녁 7시경 부산 태화백화점 앞에서 '촛불시위'에 참석한 2000여명의 부산 시민들.
ⓒ 정민규

7일 오후 4시부터 부산시민대회에 참석한 약 2000여명의 부산시민은 태화백화점 뒤 맥도날드 앞에 운집하였다. 행사 시작 전부터 전경과 교통경찰이 교차로에 집중 배치되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였다.

주말엔 자리가 없던 '맥도날드'는 개점 휴업 상태였으며 시민들은 '베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같은 외국계 패스트푸드 이용을 자제하자며 목소리를 높였다. 사회자의 진행에 자발적으로 단상에 올라온 시민들도 자신의 의견을 말하였다.

서울에서 내려왔다는 강용제씨는 "전두환 정권 당시 고문을 당했다"며 "미군은 평화유지군이 아닌 점령군"임을 강조해서 말했다.

자신을 그냥 아주머니라 소개한 한 여성은 단상에서 "안녕하십니까?"하고 인사를 한 뒤 "우리는 안녕할 지 몰라도 효순이와 미선이는 안녕하지 않습니다"며 "우리나라가 주권 국가가 맞습니까?"라며 울분을 토해냈다. 또 이 아주머니는 "이 일을 이번 대선에 꼭 반영시키자"며 시민들에게 호소했다.

한편 시위대 뒤에는 "살인미군 처벌하라"등의 스티커를 자발적으로 자체 제작하였다는 택시기사들이 택시를 몰고 나왔다. 택시 기사인 한진수(40)씨는 "미군에 항의하기 위해 나왔다. 일본하고 비교하였을때도 우리는 주권이 없는 나라다"며 "법인택시이지만 오늘 사납금은 우리 주머니를 털어서 낼 것이다"라고 말했다.

시위대는 오후 5시 20분경 공식 행사를 마치고 "미군처벌! 소파개정! 부산시민 함께 해요!"를 외치며 서면 일대를 한바퀴 행진한 뒤 서면에서 그리 멀리떨어지지 않은 하야리야부대까지 행진을 했다.

한편 서면교차로와 서면일대에는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측과 사회당 김영규 후보, 무소속 장세동 후보측의 선거홍보 트럭이 나와 있었다.

민주노총 차원에서 참가했다는 정은혜(31)씨는 "큰 정당들도 정치적 입장을 표명해 달라"며 한나라당과 새천년민주당에서도 관심을 보여 줄 것을 부탁했다.

중학교 1학년이라는 노윤정, 이남영양은 "인터넷에서 보고 (선배)언니들이 학교에서 알려줬다"며 "당연히 참석해야 한다. 선생님께서 오늘 이곳에 나가봐라"고 말씀하셨다며 길에서 시위대를 쳐다보던 시민들에게 큰 소리로 "참석하지 않는 사람들은 뭐냐?"고 외치기도 했다.

오후 6시 30분 시위대 선두가 하야리야부대 앞에 도착하였고, 10분 뒤 모든 시위행렬이 하야리야부대 앞에 운집하였다. 경찰은 시민들의 요구에 5보 후퇴를 하여 공간을 내어주는 등 전과는 다른 협조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저녁 7시 5분, 중학생만이라도 미군 부대 철문까지 가게 해달라는 시위대의 요구에 경찰은 2명 정도가 통행할 수 있는 길을 내어주어 중학생과 일부의 일반인까지 미군부대 정문까지 진입하여 양초를 놓아두고 나올 수 있었다.

▲ 부산시 연지동 미군부대(속칭 '하야리야부대') 앞에서 성조기를 불태우는 시민들
ⓒ 정민규
한편 미군병사 2명이 부대 안 건물 지붕에서 시위대의 사진을 찍어 시위대가 격분하게 하기도 했다. 그러나 서면에서 경찰과의 충돌에 대비한 지시사항까지 전달받은 시위대였지만 경찰측의 협조로 예상되었던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주한미군철거가'와 '아침이슬', 'Fucking USA' 등의 노래를 부른 시위대는 "야이! 미국놈들아 너희는 인간도 아니다"라고 크게 외치고 다시 저녁 8시 서면 태화백화점 앞에서 촛불시위를 하고 있는 시위대와 합치기 위해 서면으로 2차 이동했다.

인근의 교통 체증이 무척이나 심했지만 차량운전자들은 오히려 시위대에게 경적을 울리며 시위대를 격려했다. 부산 서면은 지금 촛불의 바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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