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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한국에 갔을 때 필요한 책을 찾기 위해 서점에 있는 중국 코너를 찾아가다 보면 솔직히 겁부터 난다. 이번에는 얼마나 많은 책이 나왔을까? 이미 인터넷이나 각종 서평을 통해 익숙해졌어도 마지막으로 책을 선택하는 데는 항상 주의가 따른다.

화려한 포장이나 언론플레이에 속아서 쓸데없이 돈을 낭비한 적이 많기 때문이다. 이런 실수를 줄이기 위해 서점에서 책을 고를 때는 앞이나 중간의 한 장 정도를 읽어본 후 결정한다. 그래도 실수가 따르지만 실패의 확률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한류(韓流)라는 말에 못지 않은 강도로 한류(漢流)가 있는데, 한국에서 중국문화의 유행을 말하는 한류(漢流)는 대부분 출판시장에서 기인한 것이다. 특히 몇 책은 전체 베스트셀러의 중심부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중국관련 책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중국에 관한 좋은 글을 쓰는 이들은 이미 입도선매의 물망에 올랐고, 출판사 관계자들은 앞다투어 중국에 들러 번역할 만한 책이 있는가를 찾는다. 언제나 유행에는 거품이 일기 마련이듯 중국 관련 서적에도 거품이 적지 않다.

그 거품을 걷어내고, 독자들의 판단에 도움을 주기 위해 중국관련 서적을 점검해 본다. 문학, 철학 등 전문서적을 제외하고 일반인들이 중국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경제나 정치, 문화 개론서, 기행문 등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경제서, 흥미는 한국책 깊이는 일본책

중국 경제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경제서는 중국관련책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신문사가 중심이 돼서 펴내는 일반 경제 이해서는 물론이고 관련법이나 세부정보를 담은 책들도 적지 않게 출간됐다.

한국 책들은 대부분 신문사가 기획 과정을 거쳐서 출간한 책이다. 중앙일보의 '니하오 중국경제'(평점 4), 매일경제의 '차이나 쇼크'(평점 4), 한국경제의 '상하이 리포트'(평점 3) 등 신문사와 전문가 집단이 결합된 책이 중심이다. 이 책들의 최대 장점은 화제 중심으로 기획되어 가독성이 높고, 흥미거리가 많지만 책의 내용이 넓고, 깊지 못한 한편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일색이다는 약점이 있다.

반면에 일본의 언론사나 언론인이 쓴 책은 흥미는 떨어지지만 중국에 대해서 알아야 기본적인 지식을 잘 전달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 특파원 출신 탄도 요시노리의 '중국은 지금'(평점 4), 니혼게이자이신문 출신 사메지마 게이지의 '2020년 중국: 세계 속 중국의 가능성과 한계'(평점 4), 경제전문지 주간 다이아몬드의 '중국대전'(평점 3)은 전반적으로 흥미로운 요소는 적지만 중국 경제의 원칙을 찾는데 주력한 책들이다.

중국 내부의 경제서적 가운데 번역된 한더치앙의 '13억의 충돌'(평점 5)은 중국 내부에서 냉철하게 중국의 현실을 점검한 책으로 시각교정을 위해서 읽어두면 좋다.

중앙일보에서 기획해 중국을 둘러본 기록인 '정운영의 중국경제산책'(평점 3)은 중국을 보는 깊이가 많이 떨어지지만 다양한 지식을 소유한 소장 경제학자가 중국을 어떻게 보는지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반면에 주룽지 등 중국 정부 내 인사와 저명한 중국연구자들의 기록을 모은 '중국의 시대'(평점 4)는 중국 전문가가 되고자하는 이들이 꼭 점검해야할 책이다.

문화 이해서, 편견에 사로잡힌 책은 피해야

중국 이해서 가운데 비교적 홀대받았지만 가장 가치 있는 책은 중국문화연구자 강효백의 '차이니즈 나이트'(평점5)다. 우리의 시각에서 편견을 거의 배제한 채 오랜 시간을 중국을 직접 겪고나서 묶어낸 이 책은 중국인들을 쉽고, 편견없이 이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2권에서 지나치게 흥미 위주로 간 게 흠이라면 흠. 반면에 박승준의 '중국, 중국인 똑바로 보기'(평점 2)나 이인택의 '차이나 신드롬 속의 진짜 중국'(평점 1)은 자신들의 눈에 너무 매몰되어 중국에 대한 선입견과 편견을 키우는 부정적인 역할을 하기 싶다.

최근에 출간된 김경일의 '중국인은 화가 날수록 웃는다'(평점 3)와 문화일보 특파원 홍순도의 '99색 99인의 중국&중국인'(평점 3)은 키워드는 잘 찾아내지만 깊이가 부족하다는 것이 약점이다.

중국인들의 중국문화에 대한 기록인 위치우위의 '중국문화답사기'(평점 5)나 중국사회출판사의 '사람을 알아야 중국을 안다'(평점 3)는 중국인이 중국을 어떻게 보는지에 관한 책들이다. 전자는 최근에도 '행자무강'(行者無疆)을 출판하는 등 중국 문화전도사 역할을 하고 있는 위치우위의 초반기 책이자 중국문화를 깊이 볼 수 있는 책이다. 후자는 문체가 너무 딱딱한 느낌이 있지만 중국인들의 일상과 심리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준다.

역사문화서, 스펜스나 웨난 저술 읽기 편해

흔히 역사나 문화관련 서적은 읽기가 불편하다는 것이 최대의 장점. 이런 문제를 잘 극복한 책이 조너선 스펜스의 '현대 중국을 찾아서(1/2)'(평점 5)다. 스펜스는 문학이나 회화 등 문화를 역사와 접목시키는 탁월한 재주가 있는 중국문화학자다. 비록 사학계에서는 알아주지 않지만 중국에 관심있는 이들이 중국근현대사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그의 '천안문'(평점 4)은 현대사의 격변기를 문학과 더불어 잘 묶어냈다.

중국 고고학자이자 문화학자 웨난의 '법문사의 비밀'(평점4), '황릉의 비밀'(평점 3), '마왕퇴의 귀부인'(평점 4)은 발굴사 등을 통해 당, 명, 한 등 중국고대사를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책으로 중국사의 신비로운 부분을 쉽게 읽어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우리학자가 쓴 김호동의 '황하에서 천산까지(평점 4)'나 정수일의 실크로드 관련 서적은 깊이에서 세계적인 수준에 도달한 책들로 관심을 가질 만하다. 3권으로 엮은 '이야기 중국사'(평점 3)는 역사의 흥미로운 부분을 찾아서 쉽게 중국사에 접근하도록 한 책이다.

인물서, 마오쩌둥-덩샤오핑-주룽지 이해는 중국 필수

중국 현대를 이해하는 데 있어 마오와 덩, 장쩌민, 주룽지의 이해는 필수다. 마오에 관한 가장 대표적인 저작은 아직까지 에드가 스노우의 '중국의 붉은 별'(평점 4)이다. 장정기에 그를 다뤘지만 중국이 태동한 근본 정신과 과정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

덩샤오핑의 딸 등용의 '불멸의 지도자 덩샤오핑'(평점 4)은 가족의 관점에서 쓰여져 감정적이지만 중국 경제를 살린 덩샤오핑의 면모를 잘 느낄 수 있는 책이다. 반면에 아직까지도 신비스러운 장쩌민에 관한 저술은 통상적인 수준 이상의 책은 없다.

최근 급부상한 중국경제의 선장인 주룽지에 관한 책은 김승환의 '내 棺도 준비되어 있다'(평점 3)가 좋다. 구성이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최근 중국정치의 전반을 알 수 있다.

이밖에 포괄적인 정치서인 마크 블레처의 '반조류의 중국'(평점 4)이나 제스퍼 베커의 '중국은 가짜다'(평점 3)도 중국 현대 정치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기행서, 깊이와 흥미는 다르다

국내외 저자에 상관없이 중국기행서는 적지 않다. 최근에 가장 주목을 끈 한비야의 '중국견문록'(평점 3)은 세계를 보는 저자의 눈으로 중국을 뒤집어본 책으로 인간적인 내음과 개인사는 잘 드러나 있지만 중국에 관한 이해는 거의 없는 책이다.

반면에 딱딱하지만 중국계 일본인 진순신의 '시와 사진으로 보는 중국기행'(평점 3)은 흥미는 부족하지만 깊이가 있는 책이다. 금장태의 '산해관에서 중국역사와 사상을 보다'(평점 3)나 허영환의 '중국문화 유산 기행'(평점 2)은 정보는 있지만 깊이나 흥미가 떨어진다는 것이 흠. 폴 써로우의 '중국기행'(평점 2)은 묘사가 뛰어나지만 오리엔탈리즘이 섞여 편견을 키운다는 것이 약점이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중국학자 레이황의 '허드슨 강변에서 중국사를 이야기하다'(평점 4)는 깊이나 내용면에서 좋지만 흥미가 약간 떨어진다는 것이 약점이다.

덧붙이는 글 | *창완이의 평점: 개인적인 관점일 뿐입니다. 1~5단계로 나누었고, 4~5단계는 아주 권하는 책을 선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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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케이아이테크놀로지 상무. 저서 <삶이 고달프면 헤세를 만나라>, <신중년이 온다>, <노마드 라이프>, <달콤한 중국> 등 17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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