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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반대운동의 불길이 계룡산에서 타올라 5월을 뜨겁게 달구었다.

12일 오전 10시부터 계룡산 입구에는 피켓, 현수막, 유인물 등을 든 사람들이 속속 몰려들고 있었다.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 대전충남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인물과 사상을 사랑하는 충청독자모임이 세 번째로 개최하는 안티조선 관련 집회에 참여하기 위해서이다.

그 중에는 정효순 범민련 의장, 이규희 애국지사 숭모회 회장 등 지역의 원로 운동가들도 있었고,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회장인 명계남 씨, 조선일보반대시민연대 공동대표인 김동민 교수(한일장신대 신문방송학과) 등 멀리서 온 인사들도 눈에 띄었다.

행사시작 시간인 10시 30분까지 도착한 사람은 줄잡아 150여 명. 그동안 대전지역에서 세 차례 안티조선 집회를 열었지만 이번처럼 전국적으로 참석한 경우는 없었다.

아이들 손을 잡고 나온 사람들, 오랜만에 만나 정담을 나누는 사람들, 인터넷 상에서 얼굴을 모르고 지내다 아이디를 확인하고 악수를 나누는 사람들의 모습이 정겹게 보였다.

우희창 대전충남민언련 사무국장의 사회로 시작된 이날 대회에서 차재영 대전충남민언련 상임대표(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대회사를 통해 "시민들의 힘을 모아 조선일보 없는 좋은 사회를 만들자"고 역설했고, 김동민 대표는 "조선일보 반대운동은 특정언론의 반대운동이 아니라 조선일보로 대표되는 수구 기득권 세력과의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명계남 씨는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조선일보 반대운동에 모두 함께 동참하자"고 호소했다.

참석자들은 여인철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장이 낭독한 성명서를 통해 "조선일보의 사대주의적 행태는 일제시대 때부터 내려온 뿌리깊은 전통 단지 친일이 친미로 바뀌었다"며 "우리의 이웃에게 조선일보의 해악을 다시금 널리 알리기 위해 오늘 우리는 비록 3번째의 대회를 치르고 있지만 앞으로 30회, 아니 300회라도 이 고난의 길을 걸을 준비가 되어있다"고 다짐했다.

대회가 끝나고 참가자들은 계룡산 일대에서 3시간 동안 일제히 홍보활동을 전개했다. 50여 명은 등산을 하면서, 나머지 100여 명은 주차장 주변과 동학사 입구에서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홍보물을 등산객들에게 나누어주면서 안티조선운동을 펼쳤다.

곳곳에서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에게 조선일보 반대운동의 당위성을 설명하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고 일부 등반객은 조선일보 반대 운동이 민주당 노무현 대선 후보자를 돕는 행위라며 시비를 걸어오기도 했다.

특히 공주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 3명이 익명의 제보를 받았다며 현장에 나와 지방선거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게 유불리로 작용할 수 있다며 일부 피켓문구 등을 문제삼아 행사 관계자들과 실랑이를 벌였다.

이날 대회에는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 대전환경운동연합의 회원들도 참여했고 조선일보 없는 아름다운 목원(조아목원) 소속 학생 10여 명도 활발한 홍보활동을 전개했다.

아울러 서울 물총, 경기남부지역 노사모, 서울남부지역 노사모, 포항 조선일보 바로보기 시민모임, 부산 인사모 등 타 지역에서도 많은 회원들이 참여해 성황을 이뤘으며 명계남 대표는 광주에서의 5.18 마라톤 행사참석을 취소하고 이날 계룡산으로 달려왔다.

옥천신문 오한흥 대표와 경기민언련 장문하 대표도 뒤늦게 참석해 조선일보 반대운동에 열기를 더해주었다.

특히 '6.15 남북공동선언 실현을 위한 통일연대(이하 통일연대)' 소속의 범민련 정효순 의장, 한만승 사무국장, 이규희 회장, 전국연합의 김병수 사무처장, 통일연대 전기룡 사무처장 등 지역의 통일단체 집행부가 대거 참여함으로써 안티조선 운동이 외연적으로 확장됐음을 보여주었다.

전기룡 처장은 "통일의 가장 큰 걸림돌인 조선일보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어떠한 통일운동도 하기 어렵다"며 이번 참여의 동기를 설명했다.

이번 행사의 가장 큰 의의는 올해 처음으로 안티조선운동이 밖으로 나와 행사를 치렀다는 점이다. 대회 관계자들은 "겨울 내내 대외적인 행사를 치르지 못했다가 올해 처음 밖에서 조선일보 반대운동을 벌였는데, 이 행사가 봉화가 되어 전국 각 지역으로 확산되어 가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은 행사가 끝난 뒤 각 지역별로 조선일보 반대운동을 전개하기로 결의해 관심을 모았는데, 포항에서는 올해 여름, 해수욕장에서 조선일보 반대운동을 펼치기로 확정한 상태이다.

계룡산에 올린 안티조선의 봉화, 어떻게 전국적으로 번져나갈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덧붙이는 글 | 다음은 이날 대회에서 발표된 성명서 전문이다. 

제3차 조선일보 반대 대전시민가족 계룡산 전진대회 성명서

6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우리 대전의 안티조선 독립군은 삭풍을 무릅쓰고 이 자리에 섰다. 이 자리에서 우리는 조선일보에게 과거의 숱한 죄악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민족 앞에 사죄할 것, 더 이상 민중을 기만하지 말 것, 더 이상 민족의 앞길에 걸림돌이 되지 말 것을 충고한 바 있다. 그리고 그러한 충고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민중의 저항에 직면할 것임을 경고하였다. 

그 후 우리에게는 많은 사건이 일어났다. 그러나 그 많은 사건이 일어나는 동안 조선일보는 한치도 우리의 기대를 저버린 적이 없었다. 작년 12월 이후 우리의 한반도에는 우리 민족의 운명을 좌우할 만한 심각한 사태가 도래하였으며 그 ‘악의 축’은 미국의 부시대통령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심각한 사태가 조선일보로서는 오명을 벗을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였다. 그런데 그 소중한(?) 기회를 조선일보는 스스로 걷어차 버린 것이다. 조선일보의 사대주의적 행태는 일제시대 때부터 내려온 뿌리깊은 전통. 단지 친일이 친미로 바뀌었을 뿐, 그 버릇이 어디 가겠는가. 

역시 조선일보는 우리의 기대에 어긋남이 없었다. 자칫 잘못하면 민족의 공멸을 초래할 수도 있는 엄청난 상황에서도 침착하게 용왕매진, 친미를 부르짖는 대담함으로 인해 ‘과연 조선일보는 미국 대변지’라는 찬사를 받은 것이다. 

그 외의 자사의 이익에 따른 기사 왜곡, 날조, 축소, 확대는 더 말 할 것도 없고, 최근의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 보여준 조선일보의 눈부신 활약은 역설적으로 우리 안티조선 진영에게는 천군만마의 우호세력을 보태주었다. 그리고 주춤하던 안티조선의 가야 할 길을 고맙게도 그들이 명확히 일러주었다. 

그리하여 오늘 우리는 지난 해 섰던 이 자리에 다시 한번 모인 것이다. 우리의 이웃에게 조선일보의 해악을 다시금 널리 알리기 위함이다. 오늘 우리는 비록 3번째의 대회를 치르고 있지만 앞으로 30회, 아니 300회라도 이 고난의 길을 걸을 준비가 되어있다. 

조선일보여, 지금 우리의 주위로 모여드는 저 독립군들이 보이는가. 나름대로 무장한 이름없는 전사들이 그대와 일전을 도모하기 위해 여명에 눈을 반짝거리며 안개를 헤치고 오는 것이 보이는가. 

그대들이 오만과 미망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며 더러운 글을 토해낼수록 민중은 깨어나고 있다. 그들이 독립군이 되어 조선일보로부터 민중을 해방시키기 위해 우리에게 오고 있는 것이다. 그대들이 아무리 자본과 굽은 펜으로 민중의 눈을 가리려 해도 그것은 결코 오래 가지 못한다. 

민중의 의식은 더디지만 풀잎처럼 고개를 들고 있다. 저항은 한치의 거품도 없이 무게를 싣고 먼바다의 해일처럼 다가오고 있다. 그 해일은 어느 순간 감당할 수 없는 공포로 그대들의 머리 위를 덮칠 것이다. 

조선일보여, 우리의 의지와 인내심을 시험하고 싶은가. 우리는 얼마든지, 언제까지나 이곳에 서 있을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 우리는 두렵지 않다. 정의와 상식이 우리편이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의 우리가 골리앗과 싸우는 다윗처럼 초라하게 보여도, 시간은 우리편, 민중도 우리편, 대세도 우리편이다. 그러기에 이 싸움에서 조선일보는 이기지 못 한다. 

다시금 충심으로 경고하거니와, 우리로 하여금 이 길을 계속 걷게 하지 말라. 그것은 그대의 머리 위로 민중의 저항이라는 거대한 해일을 부르는 짓일 뿐이다. 

2002년 5월 12일 

조선일보 바로보기 대전시민모임 (대전물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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