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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 씨가 강준만 선생님의 답변을 듣기 전에 잠시 논쟁에 끼어 들고자 합니다. 진중권 씨는 이문옥 후보의 사이버 대변인을 자처한 만큼 그 몫을 다하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주장하시는 바도 원칙적으로 틀린 말은 없습니다.

누구나 말로는 부패척결을 얘기합니다. 물론 진중권 씨가 얘기하는 이문옥 서울시장 후보는 그 누구보다도 부패척결의 의지를 몸소 보여줬습니다. 문제는 이문옥 씨가 민노당 후보라는 데에 있습니다. 외면하고 싶은 냉혹한 현실이지만 서울시민들은 현재로서는 양대 정당의 후보들인 김민석, 이명박 후보를 더 주시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민노당이라는 명제로서 다뤄져야 하지 '인간 이문옥에 대한 편견 바로잡기'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민노당의 정치바람이 거센 울산에서는 그 어느 때보다 '민노당 소속 시장'의 가능성이 확률적으로 높게 점쳐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민노당이 그간 울산에서 조금씩 쌓아온 정치적인 역량이 높게 평가받았기 때문입니다. 민노당은 적어도 서울에서 정치적인 역량을 울산만큼은 쌓아오지 못한 채 이문옥 후보를 내보냈습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변할지 모르지만 이문옥 후보가 현재 여론조사에서 한 자리 수를 기록하고 있는 것은 국민사기극에 의한 것은 아닙니다. 민노당의 서울 시장 공략이 아직 제자리를 찾기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문옥은 시민단체가 추천하는 국회의원 후보로 출마하여 영남의 지역감정에 대한 반사물로 생긴 호남의 작은 지역주의에 대항하여 싸우다가 고향땅에서 낙선을 한 경험이 있습니다"란 사실 또한 그렇습니다. 이 사실에 대해 많은 얘기가 오고가지 못한 것은 분명 국민사기극이겠죠.

하지만 여기서 이문옥 씨가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되새겨봐야 합니다. 분명 여기에는 언론의 그른 잣대가 있을 수도 있었겠지만 유권자들 또한 당선 가능성을 낮게 평가했다는 점이 화제가 되지 못한 이유입니다. 노무현 후보가 부산에서 낙선하기 전까지 '민주당의 부산교두보 확보 가능성'이란 가시적인 측면이 있었기에 그토록 화제가 되었다는 사실을 간과해선 안 되겠죠. 이는 지역감정 타파라는 필연적인 과제와는 다른 측면입니다.

"최근 일부 열성적인 노무현 지지자들 사이에는 '옳기 때문에 노무현이 아니라 노무현이기 때문에 옳다'고 말하는 경향이 보이고 있습니다"라고 지적한 데에 대해서는 분명 조심스러워할 필요가 있습니다. 노무현 후보의 지지자라면 비판을 제기하며 각성할 것을 촉구하는 모습을 보여야겠지요.

그런데 "진보정당에서 후보를 내는 것은 수구세력의 집권을 돕는 일이다"란 비난도 있다고 했습니다. 즉 진보정당 후보의 표는 민주당 후보의 표를 잠식한다는 얘기겠지요. 이것은 하나의 흘러다니는 얘기일 뿐 통계적으로나 설문조사로도 분석되지 못한 이야기일 뿐입니다. 무시해도 좋다는 얘기지요.

그런데 여기서 진중권 씨는 논리비약을 합니다. "노무현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려면 지방선거에서 무조건 그와 같은 당에 속하는 후보를 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회창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같은 당의 후보를 밀어야 한다는 논리도 있다는 얘기겠죠.

민노당 후보가 이 틈바구니를 벗어나기 위해서라면 양쪽의 논리를 모두 제시해 비판해야 되는데 하필이면 노무현으로 대표되는 쪽의 편협한 시각만을 제시하셨는지요. 이는 자칫하면 '이문옥 씨를 지지할 수 있는 성향의 사람들이여 '노풍'이란 콩깍지를 눈에서 벗고 각성하라'란 선거구호로밖에 비쳐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모르십니까?

되어야 할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말은 언제 들어도 좋은 말입니다. 문제는 이런 필요조건을 충족시키기 위해 국민사기극에서 탈피해야 된다는 것이겠죠. 이런 타깃이 노무현 후보 지지자든, 이회창 후보 지지자든 아무도 지지하지 않는 사람이든지간에 뚫고 나갈 구석은 많다는 것입니다.

민노당도 현재 울산에서처럼 일찌감치 서울에서 선전할 때가 있을 겁니다. 그것은 민노당의 정치성향이 서울에 뿌리내렸을 때이지 서울의 정치성향이 울산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그것은 "노무현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야말로 깨인 사람들이다"라고 얘기할 때 반대쪽 사람들이 "너무 논리비약적인 얘기다"라고 지적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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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소설 '고주몽', '홍경래의 난' '처용'을 내 놓은 작가로서 현재도 꾸준한 집필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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