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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22일 검찰에 출두하는 김은성 전 국정원 2차장
ⓒ 오마이뉴스 노순택

"최규선에 대해서는 2년전에 이미 문제점을 종합해 청와대에 보고한 바 있었고 대통령께서는 국정원이 책임지고 최규선을 조치하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김홍걸 씨나 권노갑 씨(당시 최규선은 권노갑 씨의 특보)는 국정원 김 차장이 허위 정보를 만들어 유능한 사람을 죽이려한다고 임동원 원장님과 저에게 노발대발하였습니다."

현재 구속수감중인 김은성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이 최근 재판장에 보낸 탄원서에서 최규선 씨 문제와 관련 이미 "2년전에 청와대에 보고했고, 홍걸 씨와 권노갑 씨에게 보고했지만 오히려 뒷조사까지 당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그는 또 고급 공무원, 판검사, 국정원 간부 등이 지난해 분당 고급 아파트에 특혜분양을 했다는 사실도 폭로했다. 김 전 차장이 탄원서에서 주장한 이같은 내용이 사실이라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최규선 씨의 '행각'이 대통령에게 보고되기도 했지만 오히려 불이익을 당했고, 사회 고위층 인사들의 특혜분양 주장도 사실로 밝혀질 경우 사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A4크기의 편지지 5장 분량으로 김 전 차장이 직접 쓴 탄원서는 지난달 21일 변호사를 통해 항소심 재판부인 서울고법 형사10부에 제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은성 씨의 탄원서ⓒ


우선 김 전 차장은 탄원서에서 고급 공무원 등이 분당 파크뷰 아파트에 특혜분양했다고 폭로했다.

"작년 4월 분당 파크뷰 아파트가 100:1로 분양되었는 데 여기에 고급공무원, 판검사, 국정원 간부 등 130여가구에 특혜분양을 하였습니다. 저는 극비리에 해당자들에게 통보해 해약을 시켰습니다. 사회적 물의를 최소화하기 위한 저의 판단이었습니다."

김 전 차장은 또 최규선 씨와 관련 대통령 뿐만 아니라 권노갑, 김홍걸 씨에게 보고했지만 오히려 불이익을 당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작년에는 무기구입까지 간여해 제가 강력히 견제하였더니 김홍걸 씨와 최규선은 청와대 민정과 검찰을 시켜 제 뒷조사까지한 바 있습니다."

▲탄원서 일부


심지어 그는 김홍걸 씨와 권노갑 씨가 "차장을 바꾸어야한다고까지 해 당시 임동원 국정원장께 사의를 표명하고 이 두사람을 만나 개별적으로 담판까지 지은 적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또 "국정원 내부에서는 국내 차장을 칼날 위에서 춤추는 무녀와 비교한다"면서 "업무가 자칫하면 법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 있고, 또 법만을 생각하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경우가 왕왕 있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진승현 씨 도피 혐의를 받고 있는 그는 탄원서에서 "진 씨를 자수를 시키려고 했다"면서 당시 정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모든 범죄를 시인했고, 증거도 인정했다"면서 "도피하거나 증거 인멸할 것이 없으므로 제 소원대로 치료라도 제대로 받으면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베풀어달라"고 호소했다.

다음은 김은성 국정원2차장의 탄원서 전문이다.
▲탄원서 내용 일부

존경하옵는 재판장님께

재판장님 그간 안녕하셨습니까. 저는 전 국정원 2차장 김은성 피고인입니다. 자주 글을 올리다 보니 마치 재판장님을 뵈온 적이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제는 저의 진심을 허심탄회하게 말씀 올릴 용기도 생긴 것 같습니다. 먼저 전 MCI회장 김재환에 대하여는 지난 4.2 입국 후부터 지금까지 검찰 조사결과 저희와는 아무런 관련사항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재판장님 일부 언론이나 조서 등을 통해서만 보면 제가 책임을 회피하려고 여기저기에 문제나 일으키고 비윤리적 행위나 하는 것처럼 인식할 수밖에 없이 나타나 있습니다.

반면에 제 입장에서는 그만큼 억울하게 언론 등에 피해를 입었습니다. 재판장님 결코 제가 제 죄를 부인하거나 변명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저의 짧은 판단과 직위에 어울리지 않게 처신한 죄에 대하여는 크게 반성하고 있고 죄의 값을 달게 받고 있습니다.

재판장님 최근에는 최규선 문제로 사회가 뒤끓고 있습니다. 최규선에 대하여는 2년 전에 이미 문제점들을 종합하여 청와대에 보고한 바 있었고 대통령임께서는 국정원이 책임지고 최규선을 조치하라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당시 김홍걸씨나 권노갑씨는(당시 최규선은 권노갑의 특보) 국정원 김차장이 허위정보를 만들어 유능한 사람을 죽이려한다고 임동원 원장님과 저에게 노발대발하였습니다. 심지어 차장을 바꿔야 한다고 까지 하여 제가 당시 임원장께 사의를 표명하고 권노갑씨와 김홍걸씨를 개별적으로 만나 담판까지 지은 적이 있었습니다.
작년에는 무기 구입사업까지 간여하여 제가 강력히 견제하였더니 김홍걸씨와 최규선은 청와대 민정과 검찰을 시켜 제 뒷조사까지 한 바 있습니다.

재판장님 또 하나의 예로 작년 4월 분당 파크뷰 아파트가 100:1로 분양되었는데 여기에 고급공무원 판검사 국정원 간부등 30여 가구에 특혜분양을 하였습니다. 저는 극비리에 해당자들에게 통보하여 해약을 시켰습니다. 사회적 물의를 최소화하기 위한 저의 판단이었습니다.

만일 이러한 사실이 언론에 노출되면 제가 상당한 책임을 져야 했을 것입니다. 범죄정보를 수집하여 조치를 취하면서도 경우에 따라서는 소리없이 문제 소지를 제거하는 역할도 수행해야 합니다. 따라서 국정원 내부에서는 국내차장을 칼날 위에서 춤추는 무녀와 비교합니다. 업무자체가 자칫하면 법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가 있고 또 법만을 생각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경우가 왕왕이 있습니다.

그리고 실수하여 어떤 사건이 벌어져도 아무런 변명이나 해명을 할 수도 없습니다. 30년의 국정원 생활에서 토, 일요일 휴가 없이 지낸 덕에 온몸은 병투성이가 되었습니다. 국정원의 철칙이 있습니다. "자랑하지 말라.", "변명하지 말라."입니다. 이로인해 국정원의 많은 직원들이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자기에게 유리한 증거가 있어도 제시하지 못합니다. 그냥 덮어쓰고 갈 뿐입니다.

재판장님 진승현의 도피를 제가 도운 것으로 되어있습니다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오히려 자수를 권유하려고 9, 10월 두 번을 만났고 실제 저 때문에 자수하게 되었습니다. 이에 대하여는 확실한 법리해석이 필요하다고 보입니다. 그리고 진승현을 방문할 때 차를 바꿔 탔다고 한것도 일방적으로 당시 상황을 모르고 판단한 것입니다.

그 당시 제 차로 20여분을 집을 못찾아 배회하다 정성홍 과장이 진승현에 전화를 걸어 안내차를 나오도록 하였습니다 5분 후에 차가 나왔는데 그 차를 따르려면 우리 일행 3대의 차가 멀리 돌아 U턴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제가 진승현이 보낸 차에 모두 타자하여 그 차에 옮겨 탄 것입니다. 재판장님 저와 제 예하 정성홍 과장의 범죄는 모두 제 책임입니다. 제가 책임자적 지위에 앉아 무슨 변명을 하겠습니까.

재판장님 그러나 이 사건으로 저의 30년간 쌓아온 공적은 무너졌고 제 딸은 결혼식을 올리고 당일 파혼이란 엄청난 화를 입고 심장병과 노이로제로 폐인이 되었습니다. 한 가정이 만신창이 된 것입니다. 제 건강도 재활이 어려울 정도로 엉망이 되었습니다. 제 둘째 셋째 딸은 자기들이 불우이웃돕기를 하여 애비의 죄를 대신 갚겠다고 현장에 나가고 있습니다.

재판장님 저는 모든 범죄를 시인하였고 증거도 인정했습니다. 도피하거나 증거를 인멸할 것이 없습니다. 재판장님 재판기일이 이제 열흘 남았습니다. 재판장님 제 소원이라면 늦었지만 제가 치료라도 제대로 받으면서 재판을 받을 수 있도록 기회를 베풀어 주셨으면 합니다. 재판장님 제 죄도 큽니다만 30년간 불철주야 공직에 몸담아온 제 공로도 조금은 인정받을 수 있지 않나 생각이 듭니다. 재판장님의 관대하신 은전을 기원하겠습니다.

2002. 4. 21 김은성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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