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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대의 '사탄'을 보라."
진주평강교회 건물 외벽에 내걸린 현수막 문구다. 경남 진주시 옥봉동 삼거리 옆에 있는 평강교회 건물에 18일 오후부터 현수막이 내걸려 지나는 사람들의 시선을 받고 있다. 부시의 얼굴을 그려 놓고, 그 밑에 이같은 문구를 새겨 놓았다.

기독교 대한복음교회 진주평강교회는 박광희(47) 목사의 제안에 따라 교인들이 토론을 거쳐 현수막을 내걸기로 결정했다. 처음에는 '사탄'이라는 말이 지나치고 교회 분위기가 너무 난다는 의견도 있었지만, 그대로 하기로 했다.

평강교회는 교인 30여명의 작은 교회다. 다소 저소득층이 사는 동네에 있으며, 경상대 의과대학 학생들과 '옥봉무료진료단'을 구성해 5년째 매달 한 차례씩 무료의료봉사 활동을 하고 있다.

박광희 목사를 만나 부시 미 대통령 방한 반대와 현수막을 내 건 뜻을 물어 보았다.

- 동기는?
"미국의 패권주의에 맞서 작은 저항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교회 나름대로 플래카드를 내거는 게 적당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 당국에서 철거 요구가 없었는가?
"어제 현수막을 내걸었는데, 현재까지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경찰과 동사무소에서는 아직 모르는 모양이다. 실정법에 위배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 무기한 달아 놓을 것이다."

- 부시 미 대통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부시 미 대통령 아버지는 성공회 신자였던 것으로 안다. 부시 미 대통령은 최근 '악의 축'이니 '전쟁의 해' '최악의 상태' 등의 발언을 했다. 기독교의 기본 원리는 '평화'다. 부시의 발언은 평화와 전혀 맞지 않다. 역사를 거꾸로 가게 하는 발언이다. 그런 발언에 작은 돌멩이 하나라도 놓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현수막을 내걸었다."

- 미국과 외교 등에 대한 우리 정부의 태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당당했으면 좋겠다. 정치며 경제적으로 미국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측면은 인정한다. '우리'가 있을 때 대화가 가능한 것이다. 알아서 기는 식이 되어서는 안된다.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위한 입장에 선다는 사실을 우리 정부가 알아야 할 것이다. 부시 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서도 당당한 자세를 가져야 한다."

- 최근 한나라당 이회창 총재가 미국을 다녀온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마치 한나라당이 이회창 총재가 차기 대통령이 되어도 좋다고 미국으로부터 결재를 받아 왔다는 착각에 빠져 있는 것 같다."

- 부시 미 대통령 방한과 관련하여 사회 갈등도 심한데, 종교인으로서 사회에 던지고 싶은 말이 있다면?
"과연 어느 것이 옳은 지를 판단해야 한다. 어느 것이 민족에게 도움이 되고, 민족을 위해 올바른 일인지를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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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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