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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의 영어발음을 부드럽게 하기 위한 혀늘이기 수술이 강남 일대에서 유행하고 있다고 한다. 일부 부유층의 일이기는 하지만 민족의 자존심까지 포기하기를 마다하지 않는 그들의 행동에 분개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러한 일련의 일들을 지켜보면서 우리나라 부모님들의 극성스런 자녀교육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최근 교육인적자원부가 이화여대 유아교육과 이기숙 교수에게 의뢰해 발표한 「창의적이고 전인적인 인적자원 양성을 위한 유아교육 혁신」보고서에서 이러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이 교수는 지난해 6월부터 12월까지 전국 16개 시도 사립유치원에 만2세∼7세자녀를 보내고 있는 부모 215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그 결과 유치원 교육이외에 별도의 조기 특기교육을 받고 있는 부모는 전체의 86%나 됐는가 하면 한 유아가 무려 열 가지 이상 조기특기교육을 받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유아들이 받고 있는 조기특기교육의 종류도 한글 글쓰기 교육에서부터 수학, 영어, 피아노, 미술, 종합학습지 등 다양했으며 부모들이 지출하는 교육비도 1인당 월 12만6천 원에서 105만 원을 지출하는 학부모들도 있었다.

조기교육의 필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이나 소질을 어릴 때부터 개발하는 것은 대단히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조기특기교육의 보고서에서도 지적했듯이 `남이 시키니까 불안해서' 또는 `같이 놀 친구가 없어서' 조기특기교육을 시키는 부모도 있었다.

과연 조기교육은 무조건 유익한가? 각종 조기교육 붐을 타고 자녀들에게 과다한 학습이 주입되면 아이들에게 정신적인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전문가들의 진단에 따르면 한국말도 모르는 상태에서 외국어 조기교육을 시킬 경우 말더듬이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한다.

유아들이 원만하게 자라나려면 언어능력이나 인지능력. 사회적 적응. 정서발달 등이 골고루 발달해야 한다. 물론 아이들이 건강하게 성장하기 위해서는 친구들과 함께 놀 수 있는 시간이 주어져야 한다. 자녀들이 놀면 불안해하는 부모들의 욕심 때문에 놀이를 통해 배우는 인간관계나 정서가 메마른 아이로 자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최근 갑자기 늘어나고 있는 자폐아도 후천적으로 사회적 적응이나 정서발달, 행동발달, 운동능력 등이 골고루 발달시키지 못해 나타난 결과라고 한다. 정서 발달이 가장 중요한 시기에 지적 능력 향상만을 강조하면 아이는 매사에 흥미를 잃고 불안증과 같은 정서장애를 일으키기 쉽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져 있는 사실이다.

아이에 대한 부모의 지나친 기대와 관심도 아이의 정신을 병들게 한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이런 부모의 기대를 못 미치게 마련이어서 열등감에 쌓이거나 매사에 미리 포기하는 성격으로 바뀌는 경우가 많다.

맞벌이하는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다해주지 못하는 사랑을 물질적으로 보상해 주거나 조기교육으로 대신하려는 자세는 옳지 않다. 자연과 만날 수도 없는 도시 아이들이 친구와의 놀이문화까지 상실하고 유치원으로 학원으로 전전긍긍하도록 한다면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없다.

밝고 건강하게 자라야 할 아이들이 부모들의 욕심 때문에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어린이헌장에도 지적하고 있듯이 공부가 정신적 육체적 부담이 되어서는 안 된다.

어린이들의 인권차원에서 그들을 보살펴야 함은 물론 어릴 때부터 경쟁에 매몰되어 정서불안에 시달리게 한다면 오히려 아이들의 장래를 망칠 수도 있다. 무조건 많이 가르치고 보자는 심리에서 아이들의 취미나 소질을 고려하지 않고 학원으로 내 몬다는 것은 어른들의 횡포다.

이제 유아들의 교육문제는 교육적인 차원에서 부모와 사회 그리고 국가가 함께 고민해야 할 때다. 성장단계에 있는 어린아이가 부모의 욕심으로 정신적으로 또는 육체적으로 비정상적으로 자라는 일이 없도록 국가적인 차원에서 의도적이고 체계적인 교육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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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택의 참교육이야기(http://chamstory.tistory.com/)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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