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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역비리 주범으로 도피생활을 해왔던 박노항 원사가 25일 오전 10시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에서 국방부 검찰단 수사관들에 의해붙잡혀 국방부로 압송됐다.

국방부 검찰단에 따르면 박원사는 이날 오전 10시 동부이촌동 현대아파트앞에서 정보를 입수해 미리 대기하던 군검찰 수사관에 의해 붙잡혔다.

박 원사는 병무청 파견수사관으로 근무하면서 병역면제, 카투사 선발, 보직조정 등 각종 유형의 병역비리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있으며 98년 5월 군.검 합동으로 병역비리 수사가 시작되면서 종적을 감췄다가 수배된 지 3년만에 검거됐다.

병역비리의 몸통으로 불리는 박원사가 검거됨에 따라 그동안 묻혀있던 병역비리의 전모가 드러나 엄청난 파장이 예상된다.

그는 99년 7월 발표된 서울지역 의병(依病) 전역 및 공익근무요원 비리 54건중 15건에 개입했으며, 수뢰액수도 1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을 뿐아니라, 그의 도움으로 병역면제를 받은 정.관계 유력인사나 비리에 연관된 군 고위인사들도 상당수 있을 것으로 보여 앞으로 수사결과에 따라 엄청난 파장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노항 원사 누구인가

병역비리의 `몸통'으로 알려진 박노항(朴魯恒.50) 원사는 병무청 파견수사관으로 근무하면서 병역면제와 카투사 선발, 보직조정 등 거의 모든 유형의 병역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인물.

병무청 직원과 군의관,유력인사 사이에서 청탁을 해결한 `메가톤급' 인물로 알려져있어 이번 검거로 병역비리의 전모가 드러나는 등 여파가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70년 1월17일 하사로 임관한 헌병수사관 출신으로 육군본부 범죄수사단등 헌병의 핵심 요직에서 30년 가까이 근무했으며 현재 현역신분을 유지하고는 있지만 탈영한 상태로 간주돼 98년6월1일자로 급여지급이 중지돼있다.

그의 비리는 98년 병역비리 합동수사단이 카투사 입대청탁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처음으로 포착됐다.

박 원사는 병역비리 1차 수사 당시 육군본부 인사참모부 소속 병무청 모병연락관 원 준위로부터 1억7천만원을 받고 12명을 병역면제시켜주는 등 병역비리 수사가 진행되면서 병역면제 비리 개입 100건 이상, 수뢰액이 100억대 가까이로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군주변에서는 박원사가 원준위보다 파워가 훨씬 세 카투사선발, 보직조정등 모든 병역비리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82년 부인과 이혼한 것으로 알려진 박원사는 검찰과 군이 98년 5월 병역비리에 대한 1차 합동 수사에 착수한뒤 종적을 감췄으나 지난 2월 합동수사본부가 해체된지 2개월여만인 25일 오전 검거됐다.

그동안 검.군 수사당국은 전담 검거반을 동원, 박씨를 추적해 왔으며 검거가 임박했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나돌았다.

지난해 11월 박씨를 외국 모처에서 봤다는 신고에 따라 검.군이 경찰청 외사과와 공조수사를 벌였으나 결국 해외도피설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수사당국은 박씨의 절친한 술친구로 알려진 승려를 지난해 3월 검거하면서 박씨 검거가 초읽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았던 것.

수사당국은 박씨가 검거망을 피해 국내에 은신해 있을 것으로 보고 주변 인물을 압박하는 등 박씨의 꼬리를 잡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 압박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거경위 - `박노항'외치자 머드팩하다 `예'

25일 오전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현대아파트 33동 1113호 은신처에서 박노항 원사를 검거하기까지 국방부 특별검거반의 작전은 `첩보영화'를 방불케 했다.

검거반은 초인종을 누르고 들어갈 경우 박씨가 베란다를 통해 투신하거나 저항할 수도 있다고 보고, 미리 이삿짐센터 사다리차와 열쇠전문가를 불러 박씨가 은신해있던 아파트 11층의 정문과 베란다를 통해 동시에 들어가는 검거작전을 펼쳤다.

이날 작전에는 군 검찰단 소속 정규 수사팀 10명을 포함한 30명 가량의 베테랑 수사관들이 동원됐다. 서울지검 추적 검거요원 3명을 비롯해 군.검.경 수사관들이 포함됐다.

이웃 주민들은 사다리차에 이삿짐이 아닌 수사관 2명이 타고 올라가는 것을 심상치않게 여기며 지켜봤다.

사다리차가 대기하고 있는 상태에서 열쇠 전문가가 순식간에 아파트 정문을 열자 수사관들은 정문으로 들어갔고, 밖에 있는 수사관들은 정문이 열렸다는 연락을 받자마자 사다리차를 타고 아파트로 올라갔다.

가스총을 휴대한 수사관들이 `박노항'하고 외치자 당시 맨발에 검은색 잠옷차림으로 전혀 낌새를 채지 못한 채 주방에 누워 마사지용 모자를 쓰고 얼굴에 머드팩을 하고 있던 박씨는 `예'하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검거반은 곧 박씨를 둘러싸고 수갑을 채웠으며 박씨는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별다른 저항없이 순순히 검거에 응했다.

검거반은 박씨가 감자가루 등이 섞인 머드팩을 해 얼굴이 몹시 더러운 점을 감안해 부엌 싱크대에서 얼굴을 씻겨 압송했다.

이에 앞서 검거반은 박씨의 소재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가 수사착수 1년여만인 지난해말 내연관계로 보이는 모여인과의 통화를 포착하면서 박씨 검거작전에 결정적인 전기를 맞았다.

이때부터 검거반은 전열을 재정비하고 1년여간의 수사성과를 분석한 결과 박씨의 가족들에 대해 소홀히 했다는 점을 인식, 박씨의 누나와 형 등에 대해 전화감청 영장을 발부받아 감청과 동시에 가족들에 대한 정밀 밀착수사에 돌입했다.

그러던 중 지난 15일 박씨의 누나(57)가 `열차로 부산으로 내려간다'고 전화를 통해 말하는 것을 감청한 뒤 검거반을 급파해 열차와 승용차로 20일부터 박씨 누나의 뒤를 미행했다.

그러나 박씨의 누나는 부산이 아닌, 충남 논산에 내려 다시 서천에 있는 박씨의 형(63) 집에 간 것을 확인한 검거반은 5일간 집주변에서 잠복을 하다 귀경하는 박씨의 누나를 다시 뒤따라갔다.

박씨의 누나는 이날 오후 3시께 신병을 확보, 국방부로 데려왔으며, 박씨의 형도 충남 서천에서 붙잡아 서울로 이송중이다.

수사관들은 영등포역에서 내려 택시로 어디론가 가는 박씨 누나의 뒤를 또다른 택시로 뒤쫓았지만 동부이촌동 현대아파트 부근에서 놓쳤다는 것.

수사관들은 그러나 그가 탄 택시번호를 추적, 동부이촌동 현대아파트 앞에서 내렸다는 택시기사의 증언을 확보했다.

수사관들은 이어 5일간 야간에 불이 켜있지 않은 아파트만을 찾았고 인기척이 없는데도 도시가스 미터기가 돌아가고, 신문이 없어지는 11층의 아파트를 뒤진 끝에 최종적으로 박씨의 은신처를 확신하게 됐다.


정치권 "불똥튈라" 우려

여야는 25일 박노항 원사의 전격 체포로 그간 드러나지 않았던 병역비리의 전모가 파악돼 투명한 병무행정이 확립될 수 있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민주당이 박 원사 체포를 병역비리 척결의 계기로 삼아야한다는 원칙론에 초점을 맞춘반면 한나라당은 정치권에 나돌아온 이른바 `박노항 리스트'설 등과 관련해 수사전개 방향에 촉각을 세웠다.


< 민주당 >

민주당 이명식(李明植) 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병역비리의 `몸통'으로 불리던 박 원사가 3년 가까운 도피생활 끝에 경찰에 체포됐다"며 "우리는 그간 각종 유형의 병역비리사건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박씨의 검거가 국민적 공분의 대상인 병역비리 발본색원의 계기가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부대변인은 "병역비리는 자신이 감당해야 할 의무를 다른 국민에게 전가한다는 부도덕성과 계층간 위화감을 조성해 국민 통합을 저해한다는 점에서도 용서할 수 없는 중대범죄"라며 "박 원사 체포를 계기로 신성한 병역의무를 도구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고 비리를 저질러온 당사자는 물론 돈과 지위를 이용, 병역을 기피한 모든 사람들은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벌에 처해져야한다는 점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핵심당직자는 "수사기관이 한점 의혹없는 철저한 수사를 통해 병역비리를 캐냄으로써 군복무를 신성시하는 사회풍토를 조성하도록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 당직자는 또 "사정당국이 박 원사를 일부러 안잡다가 정략적 카드로 악용하려고 뒤늦게 체포했다는 근거없는 판단을 야당이 하는 것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면서 "정략적 차원의 접근을 떠나 진정 신성한 국방의 의무를 공평무사하게 안착시키는 계기가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 한나라당 >

박 원사 체포를 계기로 병무 비리를 발본색원하고 병무행정을 바로 잡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는 `당위론적' 입장을 밝혔으나, 이보다는 병역비리 수사재개를 통한 `병풍'(兵風)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정두언(鄭斗彦) 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병역비리 총책으로 지목돼온 박 원사 검거를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면서도 "언감생심 이 정권이 지난 총선직전 터뜨린 `병풍'의 재판을 기도하려 한다면 결코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부대변인은 "소위 `5월 사정설'과 맞물려 정계개편 내지 야당파괴 수단으로 삼을까 걱정하는 시선도 있다"면서 "항간에는 박 원사를 못잡는 것이 아니라 일부러 안잡으며 정략적 카드로 악용하려고 시점을 조정해 왔다는 설이 난무했기 때문에 더욱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이와관련, `5월 사정설'을 제기한 정형근(鄭亨根) 의원은 "전에 여권 관계자로부터 박 원사를 언제든지 잡을 수 있는 상황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정 의원은 "여권이 치밀한 시나리오에 의해 박 원사를 잡은 것인지, 아닌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며 "실제 박 원사를 잡았어도 그동안 군.검.경 수사에 의해 박 원사 병역비리와 관련된 대부분의 사람들이 수사를 받았기 때문에 새롭게 나올 것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 자민련 >

박 원사 관련 병역비리에 자당인사들이 관련되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병역비리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을 요구하는 등 목소리를 높였다.

변웅전(邊雄田) 대변인은 논평에서 "병역비리의 몸통이자 해결사로 지목되어온 박 원사 검거로 검찰은 그동안 풀지못했던 병역비리의 전모를 밝혀야 한다"면서 "장기도피생활이 가능했던 이유, 병역비리 개입건수와 유형, 수뢰액수는 물론 병역면제를 받은 지도층인사들의 명단을 공개하라"고 촉구했다.

그는 특히 "병역비리는 신성한 국방의무의 형평성을 해친 최악의 범죄인 만큼 법정최고형으로 다스려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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