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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3일, 온라인에서는 아주 작은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비방과 욕설, 크래킹으로 얼룩진 온라인 문화를 개선하고, 새로운 온라인 문화를 건설하기 위한 넷티즌들의 자발적인 캠페인이 시작된 것이다. 이른바 '따뜻밴드 배너 걸기'운동이 바로 그것이다.

네티즌들에게 고급 무료계정을 제공하던 '짜근커뮤니티'가 크랙킹을 당하면서 운영자가 스스로 사이트를 폐쇄한 것이 이 캠페인의 촉발점이 되었다.

짜근 커뮤니티는 완전히 상업성을 배제한 100메가 바이트의 계정, 그리고 홈페이지를 가진 네티즌들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싶어하는 php, mysql을 무료로 네티즌에게 제공했다. 짜근 커뮤니티가 이 계정을 제공하면서 제시한 조건은 단 두 가지, '양질의 컨텐츠'와 '적극적 참여'이다. 짜근 커뮤니티는 이러한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한국의 온라인 문화에 커다란 기여를 했다.

짜근 커뮤니티는 이러한 고급 무료계정의 제공을 통해 한국의 내로라하는 웹 디자이너와 웹 프로그래머들을 끌어들이고, 디자이너와 프로그래머의 결합이라는 '퓨전'열풍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짜근 커뮤니티가 2월 2일 크랙커들의 집요한 공격으로 결국 자진해서 사이트를 폐쇄했다.

짜근커뮤니티의 폐쇄 이후 처음엔 잠잠하던 온라인의 분위기는 그러나 2월 3일 완전히 반전되었다. 어떻게 보면 짜근 커뮤니티의 경쟁자라 할 수 있는 '예동커뮤니티'가 "사람의 온기가 느껴지는 온라인 만들기, 아름다운 만남"이란 모토를 들고 적극적인 넷문화 개선 운동에 나선 것이다.

2월 3일 밤 10시에 http://yedong.com/netculture에 예동커뮤니티가 오픈한 이 사이트에는 하루 평균 2만명의 네티즌들이 방문하고 있으며, 현재 840여 개의 홈페이가 등록을 했고 400여 개의 홈페이지가 등록대기 중이다. NetCulture 사이트에 등록한 홈페이지는 9개의 약관에 동의하고 '따뜻밴드'라는 배너를 자신의 홈페이지에 걸음으로써 온라인 문화개선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음을 스스로 표시한다.

Net Culture의 9개 약관은 건강한 넷문화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간단한 조항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조항은 다음과 같다.

1. 우리는 온라인 상에서 다른 이들에게 욕설과 비방을 하지 않습니다.
2. 우리는 다른 사람의 욕설과 비방에 동참하지 않으며, 토론을 통해 문제를 해결합니다.
3. 우리는 언제나 진지한 자세로 타인의 공간과 글을 존중합니다.
4. 우리는 목적을 위하여 수단을 정당화하지 않습니다.
5. 우리는 온라인에서의 해킹과 파괴행위를 오프라인에서의 테러와 똑같은 행위로 간주합니다.
6. 우리는 언제나 온라인의 이웃과 협력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7. 우리는 온라인에서 건강한 문화를 창조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8. 우리는 온라인에서의 건강한 문화를 오프라인에서도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합니다.
9. 우리는 언제나 위의 사항을 철저히 지킵니다."

이 따뜻밴드를 주도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10대와 20대 초반으로 실제 온라인 문화의 주도층이기도 한다. 그것도 일반 네티즌이 아니라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네티즌들이 이렇게 광범위하게 하나의 운동에 급속도로 참여하는 것은 한국 온라인 문화에서는 유례가 없다.

참가 홈페이지들 가운데는 하루 수천, 수만의 방문객을 기록하는 홈페이지에서부터 방문객 수가 10단위에 그치는 홈페이지, 그리고 시민사회단체로 반부패국민연대의 이름도 보인다.

NetCulture를 주도하고 있는 사람들은 이 캠페인을 네티즌들의 '자발적 참여'에 기초한 온라인 문화운동이며, 네티즌을 넷문화인(net-cultured)인으로 양성하는 넷문화 인큐베이터 운동으로 규정하며, 또한 온라인 커뮤니티들의 연대와 협력, 네티즌들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하는 넷사회(network society)운동 그리고 더 나아가 온라인의 건강한 문화를 오프라인으로 확산하는 온라인의 역문화수출운동으로 보고 있다.

현재 '따뜻밴드 배너걸기'운동으로 시작한 이 캠페인은 짜근 커뮤니티에서도 주동적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앞으로 온라인 문화헌장 발표, 전체 넷문화의 개선이란 목표로 발전해 나갈 전망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NetCulture 사이트에 게재된 발기문의 일부를 인용하고자 한다.

"사람의 따뜻한 온기가 그립습니다.
야만의 악취가 아닌 싱그러운 사람의 향기가 맡고 싶습니다.
향기가 풍기는 사람의 따뜻한 온기로 채워진 온라인의 아름다운 인연을 꿈꿔 봅니다. 그리하여 차가운 비트 속에서도 사람의 체온을 느끼고, 보이지 않는 정보의 바다 속에서도 인간의 향기를 만끽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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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간 반부패운동에 몸담아 왔다. 또한 10년간 가족들과 함께 홈스쿨과 대안교육활동을 했다. 편역/편저로는 반부패지도 I, II, III이 있으며, 저서로는 "다리미를 든 대통령-부패 없는 사회를 위하여"(민들레)가 있다. 현재 캐나다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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