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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간의 집중연재 세째주 네째날---오마이뉴스는 11월 21일부터 4주간 삼성의 편법 세습의 진상과 그 책임을 묻는 기사 '이재용은 왜 우리와 출발선이 다른가'를 집중연재합니다. 오늘은 '삼성 등 재벌의 불법세습 척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 상임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는 방송대 법학과 곽노현 교수가 편집국으로 보내온 글입니다. --- 편집자주)


지난 6월 29일 전국 법학과 교수 43명이 이건희 회장 등을 배임혐의로 형사 고발하는 기자회견장 ⓒ 오마이뉴스 이병한
이재용의 재산은 거의 전적으로 계열사 주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재용은 이 주식들을 모두 해당 계열사로부터 터무니없는 헐값에 신규발행 받는 형식으로 취득했다.

이재용만이 아니다. 재벌총수 일가는 모두 비슷하다. 이들은 주요 재산을 모두 계열사와 특혜성, 아니 '약탈성 거래'를 통해 취득한다. 특히 주식과 부동산이 그렇다. 문제는 총수일가와 계열사간에 이뤄지는 주식, 부동산, 금전 거래가 전혀 공정하지 않다는 데 있다.


부동산·주식 '헐값 매각'+'고가 매입'

물론 계열사가 손해를 보고 총수 일가가 이익을 본다. 계열사의 지분이나 재산, 혹은 금전이 총수 일가에게 헐값에 넘어가는 것이다. 어떤 때에는 계열사가 총수 일가의 보유주식이나 부동산을 비싸게 사들이는가 하면, 어떤 때에는 계열사의 보유주식이나 부동산을 총수 일가에게 싼값에 넘겨준다.

오마이뉴스 집중연재 특집판 '이재용은 왜 우리와 출발선이 다른가'

오마이뉴스 집중연재 '삼성 변칙증여' 실태
<1탄> 삼성 에스원과 삼성 에지니어링
<2탄> 제일기획과 삼성에버랜드
<3탄> 삼성전자
<4탄> 삼성전자 CB발행무효소송

이런 식으로 몇 차례 증여성 불공정거래가 쌓이다보면 총수 일가는 어느새 대자본가로 변신을 완료한다. 삼성이 그랬듯이 작전만 치밀하게 세우면 명목적인 가액으로 경영권 승계에 필요한 지배지분을 몰아줄 수도 있다. 대재벌일수록, 즉 계열사를 많이 거느릴수록 이렇게 하는 것이 손쉽고 표시도 덜 난다. 계열사마다 조금씩만 보태주면 되기 때문이다.

계열사와 거래형식을 취하여 실질증여하는 수법을 동원하면 국세청의 눈을 피하기 쉽다. 겉으로는 모두 '대가를 주고받는 거래'의 형식을 빌리고 있으니 속사정을 잘 아는 내부인이 고발하기 전에는 실질을 파악하여 증여세를 추징하기 어렵다.

이렇게 재벌 2세나 3세는 계열사와 몇차례 증여성 거래를 거듭하며 부(지분)와 지위(회장)를 쌓는다.


삼성만? 현대, LG도 마찬가지다

삼성의 이재용은 이런 사실을 웅변하는 가장 최근의 사례일 뿐, 다른 재벌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예컨대 각자 소그룹 하나씩을 벌써부터 꿰찬 현대의 '몽'자 회장님들의 경우 상속재산은 아직 있을 리 만무한데 증여세 납세실적마저 거의 없으니 아버지한테 받은 것이라고는 없는 셈이다. 엘지의 '구'씨 회장님도 같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 ⓒ 시민의 신문 권우성
그럼에도 이들은 각각 최소한 1조원 대의 계열사 주식을 보유한 이른바 오너 총수들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어떻게 그 많은 주식을 취득한 것일까? 정답은 계열사들이 자사주나 보유주식을 총수 자제들에게 저가발행, 저가양도, 불공정합병 등의 수법으로 헐값에 넘겨준 데 있다.

총수일가에 대한 재벌회사의 무이자대출, 신주 저가발행, 보유주식이나 부동산의 저가양도, 총수소유 주식/부동산의 고가매입, 불공정합병, 부당내부거래 등은 재벌회사 이사진의 배임을 전제로 이뤄지는 대표적인 증여성 거래로 총수 일가를 배불리는 수법으로 동원된다. 총수 아들이 딱 한 번씩만 모든 수법을 동원하면 재산은 백배, 천배, 만배 등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어렵다고? 예를 들어보자

처음에 총수 아들은 A계열사한테 44억원을 무이자로 빌린다. 이 돈으로 B계열사가 보유한 C계열사 주식을 산다. C계열사는 바로 상장된다. 44억원은 간단히 700억원으로 뛴다. 총수 아들은 이 돈으로 공장부지를 사고 개인회사를 차린다. D계열사는 총수아들한테 이 토지를 시가보다 두 배 이상 높은 1500억원에 사들인다. 모든 계열사들은 총수 아들의 개인회사가 만드는 부품을 시가보다 훨씬 비싼 가격으로 산다. 총수 아들은 이제 2000억원의 재산을 가졌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총수는 아직 비상장으로 남아있는 E계열사와 F계열사를 시켜 아들에게 초저가로 신주를 발행해준다. 이제 G계열사가 아들의 개인회사를 흡수합병할 차례다. 객관적인 가치를 따지자면 합병조건으로 10 대 1의 교환비율이 적정하지만 실제로는 1 대 1로 교환되는 불공정합병이 이뤄진다. 이렇게 하고 나니 총수 아들은 어느덧 1조원을 넘는 재산을 갖게 되었을 뿐 아니라 E, F, G 등 핵심계열사의 지배지분을 보유한 오너 총수가 돼있었다.

총수 아들은 무일푼에서 출발해서 총수가 되기까지 세금 한번 내지 않았다. 종자돈은 계열사 대출로 해결한데다 계열사들이 신주를 발행하거나 보유주식을 양도할 때마다 해당주식의 세법상 가치, 곧 과세표준액을 기준으로 거래가액을 정했기 때문이었다.

이재용이 특출난 것이 아니다. 총수 일가는 '누구든지' 계열사를 등쳐서 무일푼에서 오너 총수로 변신할 수 있으며 이 과정에서 완벽한 '절세'가 가능하다.


그렇다면 피해자는?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외아들 이재용 씨 ⓒ 시민의 신문 권우성
다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누군가의 희생이 따른다. 총수가 아들을 위해 노략질한 계열사와 그 기존주주들이 피해자다. 또한 자기 힘으로는 땡전 한푼 벌어본 적이 없는 이들에게 밥줄과 희망을 모두 저당 잡힌 그룹종업원들이 피해자다.

나아가서 이들에게 국민경제를 볼모로 잡힌 일반국민들도 피해자다. 말할 것도 없이 총수 일가가 이렇듯 부와 재산을 단시간에 쌓는 이유는 경영능력이 유전되기 때문도 아니고, 마이더스나 연금술사의 손을 가져서도 아니다. 오로지 총수의 지시에 따라, 계열사 사장들이 거래조건을 정할 때 배임을 저지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만지는 족족 황금으로 바꾸는 황금의 손 배후에는 계열사 이사진과 임원진의 더러운 손이 버티고 있는 것이다.

총수 일가는 계열사로부터 무이자로 돈을 빌리거나 자신의 보유재산을 계열사를 시켜 고가로 사들이게하는 등의 방식으로 땅짚고 헤엄치기식 재테크를 해왔다. 이런 재테크에는 잘못하면 손해를 입을 수 있는 재무적 리스크란 것이 있을 수 없다.

그렇다면 잘못하면 배상하거나 처벌받을 법적 리스크는 어떤가? 관련 이사와 주주가 모두 한 통속이니 민사소송을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따라서 민사적 리스크도 겁낼 것이 못 된다. 상속증여세법의 주식평가액을 거래가액으로 삼으면 증여세를 추징당할 세무적 리스크도 전혀 없다.

이들한테는 공정위도 위협적이지 않다. 공정위는 아직까지 계열사 측에 과징금을 물리는 것이 고작이기 때문이다. 배임이나 횡령으로 처벌받을 형사적 리스크 역시 지금까지 이론적으로만 존재할 뿐 실제적으로 관철되지 못했다. 물질적, 심리적 정경유착구조 때문이다. 요컨대 재벌총수 일가가 빈번히 출입하는 이 곳은 아직까지 치외법권과 성역으로 남아있다.


도대체 방법은 무엇인가

여기서 한가지 사항을 분명히 해둬야 한다. 특수관계인 사이에 발생하는 증여성 거래는 증여하는 측이 개인인지, 법인인지에 따라 법적 성격이 판이하게 달라진다. 만약 거래의 형식으로 증여하는 당사자가 개인이라면, 그리고 그 개인의 증여 권한과 의사가 분명한 경우라면 단순히 증여세를 피할 목적이므로 세법의 증여세 추징이 올바른 대응책이다. 부자지간에 이뤄지는 증여성 거래가 대표적이다. 이 경우에는 증여로 봐서 증여세를 물리면 된다.

그러나 증여하는 측이 회사나 법인인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다. 증여성 거래는 이사진의 배임행위가 없이는 발생하지 않는다. 회사나 법인은 일반적으로 회사의 지분이나 재산을 제3자에게 증여할 합당한 이유가 전혀 없기 때문에 특별한 이유가 없는 이상 증여 자체가 배임을 구성한다. 이 경우 배임성 증여에 관여한 회사 이사진에 대한 형사처벌이 우선이다. 증여받은 당사자에 대한 민사책임 추궁이나 증여세 추징, 그리고 증여한 당사자에 대한 과징금 부과 등은 모두 그 후의 일이다.

이재용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이재용에 대한 계열사의 저가발행은 총수가 발행계열사 이사진의 배임을 사주한 결과다. 일반적으로 형사처벌이 능사가 아니지만, 이런 경우에는 형사처벌이 능사다. 예방효과가 확실하고 빠르며 죄질이 아주 나쁘기 때문이다. 재벌총수와 그 일가의 계열사 등치기는 그 자체 악질적인 경제범죄로서 반드시 형사처벌될 때만이 근절된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을 형사고발한 전국 법학과 교수들 대표 ⓒ 오마이뉴스 이종호

덧붙이는 글 | 이 기획은 참여연대와 함께 합니다. 참여연대는 족벌세습심판 사이버캠페인(http://peoplepower21.org/samsung/)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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