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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다피 사망 소식에 기뻐하는 리비아 시민들.
 카다피 사망 소식에 기뻐하는 리비아 시민들.
ⓒ <알 자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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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의 42년 독재자 카다피가 20일(현지 시각) 사망했다. 카다피는 고향인 시르테 부근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 반군에게 수도인 트리폴리를 내주고 자취를 감춘 지 두 달 만에 카다피는 처참한 시신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대외적으로 반군을 대표하는 과도국가위원회(NTC)는 카다피 사망 사실을 공식 확인하고 "폭정과 독재의 종말"을 선언했다.

카다피 사망 후 리비아는 축제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진다. 독재자가 최후를 맞이했다는 소식에 기뻐하며 거리로 몰려나온 사람들 때문에 트리폴리 도로가 마비되고, 자동차 경적과 축포가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튀니지와 이집트에 이어 '아랍의 봄'을 맞이하는 데 성공한 것을 자축하는 의미다. 리비아 사람들은 독재 정권을 무너뜨리기 위해 튀니지·이집트 사람들보다 많은 피를 흘려야 했다. 2월에 반(反)카다피 봉기가 시작된 후 내전을 치렀기 때문이다. 

카다피 지지 세력이 아직 남아 있긴 하지만, 구심축인 카다피가 사라짐으로써 내전은 마무리 단계로 접어들었다. 이제 리비아 시민들은 '독재자 이후'를 본격적으로 준비할 수 있게 됐다. 그러한 리비아 사람들 앞에는 축제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들이 놓여 있다.

'공동의 적' 사라진 반군, 결속력 유지할 수 있을까 

먼저 '카다피 이후 리비아'를 이끌어갈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는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이는 만만찮은 과제다. 반군의 통합력이 높지 않기 때문이다. 반군은 카다피 밑에서 고위직을 맡았던 이들부터 이슬람주의자까지 다양한 세력으로 이뤄져 있다. 출신 지역, 부족, 계층 등에 따라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이들이 그동안 뭉친 이유는 '카다피 제거'라는 공동의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반군 내부의 분열 가능성은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우려한 사항이다. 근거 없는 우려가 아니다. 카다피 세력과 치열하게 전투를 벌이던 때에도 반군 내부에서는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왔다.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 것이 7월에 발생한 반군 최고사령관 압둘 파타 유니스 살해 사건이다. NTC 각료는 압둘 파타 유니스가 반군 내부의 이슬람주의 분파에 의해 살해됐다고 밝혔다.

내부의 균열은 반군이 트리폴리를 장악한 후에도 곳곳에서 나타났다. 미스라타(리비아 서부) 출신 반군이 벵가지(리비아 동부) 출신 반군의 명령을 따르지 않아 반군 간에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공동의 적인 카다피가 사라진 후 반군을 이루는 각 세력이 결속력을 얼마나 유지할 것인가는 리비아 재건이 순조롭게 이뤄질 것인지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다.

리비아 최고 지도자 카다피의 생전 모습.
 리비아 최고 지도자 카다피의 생전 모습.
ⓒ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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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전 상처 치유와 '검은 황금' 통제권 문제도 주목해야

새로운 국가 지도부를 매끄럽게 구성하는 것만큼이나 중요한 과제가 있다. 반년 넘게 지속되며 리비아 사람들에게 큰 상처를 남긴 내전의 후유증을 치유하는 문제다.

트리폴리를 함락하며 승기를 잡은 후 NTC는 반군들에게 '생포한 카다피 지지 세력에게 보복 공격을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트리폴리에서 카다피 지지자들로 추정되는 30여 명의 남성이 결박된 채 숨진 상태로 발견된 후였다.

NTC의 메시지는 온전히 이행되지 않았다. 실제로는 일부 반군이 여러 곳에서 약탈과 방화는 물론 보복 공격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신의 가족과 이웃을 죽인 이들에게 그대로 되갚아주겠다는 논리다. NTC가 모든 반군을 확실히 장악하고 통제하는 상황이 아님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피로 피를 씻으며 쌓인 이러한 원한과 갈등을 해소하고 화해와 통합을 이뤄내는 것은 새로운 리비아 지도부에 놓인, 어렵지만 피해갈 수 없는 과제다. 이와 관련, 내전을 거치는 동안 사방팔방 퍼진 각종 무기를 회수하고 치안을 확보하는 것도 해결해야 할 문제다.

엉망이 된 경제를 재건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재건의 핵심 고리는 역시 석유다. 리비아는 세계에서 손꼽히는 산유국이다.

눈여겨볼 사항 중 하나는 새로운 리비아와 나토 국가들의 관계다. 나토는 내전 초기에 궁지에 몰렸던 반군이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도와줬다. 1만 회에 가까운 나토군의 공습은 반군이 카다피 세력을 꺾을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해줬다.

국제관계에서 대가 없는 도움을 기대하기란 어려운 법이다. 그리고 그 대가는 석유와 관련된 이권일 가능성이 가장 많다. '검은 황금'에서 나올 이익이 리비아 시민들에게 제대로 돌아갈 것인지, 아니면 외국 기업들이 고갱이를 다 가져가는 형태로 재편될 것인지가 관건이다.

42년 독재자를 물리친 시민들이 이러한 과제들을 잘 해결하고 새로운 리비아에서 향연을 즐길 것인지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태그:#리비아, #카다피, #아랍 민주화, #석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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