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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면적보다 큰 호수 비와꼬. 이 물을 오사카와 교토 등에 사는 주민 약 1000만 명이 마시고 있다. 비와꼬 주변에 있는 어린이집 아이들이 운동을 나왔다.
 서울 면적보다 큰 호수 비와꼬. 이 물을 오사카와 교토 등에 사는 주민 약 1000만 명이 마시고 있다. 비와꼬 주변에 있는 어린이집 아이들이 운동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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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도 아닌 비와꼬에 적조현상이? 비와꼬 살리기 나선 주민들..

일본 최대 호수인 비와꼬(琵琶湖 비와호). 비와꼬를 처음 접한 이들은 두 번 놀란다고 한다. 우선 바다라고 착각할 정도로 큰 면적에 놀란다. 비와꼬의 면적은 670.33km로 서울보다 넓다. 호수 주변 길이는 241km에 달한다.

두 번째로 놀라는 것은 오사카와 교토, 효고현 인구 가운데 약 1000만 명이 비와꼬 물을 상수원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시가현과 교토 일부의 생활하수가 모두 흘러드는 곳이 비와꼬다. 공장 폐수는 물론 호수 주변 약 460개의 하천에서도 물이 흘러들어온다. 그런데도 어떻게 인구 1000만 명이 마시는 물이 되었을까.

비와꼬의 수질이 처음부터 좋았던 것은 아니다. 1960년대와 1970년대 일본은 압축성장기를 거친다. 일본산(日本産)을 찾는 전 세계 고객들을 위해 공장은 쉼 없이 돌아갔다. 더불어 윤택해진 생활은 가정을 매혹적인 각종 화학용품의 창고로 변모시켰다.

비와꼬 인근 주민들이 피부병을 앓기 시작한 것은 바로 이즈음부터였다. 급기야 1977년엔 바다에서나 나올 법한 적조현상이 비와꼬에서 나타났다. 주민들은 경악했다. 주민들은 가정에서 합성세제를 과다하게 사용하는 것이 비와꼬 수질악화의 주범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비와꼬를 지키는 가루비누 사용 현민 회의'를 결성했다. 합성세제 반대 운동을 벌였고, 빨래는 모아서 한꺼번에 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필요함을 절감했다.

1978년 7월 8일, 시가현과 교토의 주민단체와 지방자치단체 약 80곳이 민관 네트워크를 결성한다. '비와꼬를 지키는 현민 회의'가 바로 그것이었다. 현민 회의는 비와꼬 수질개선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시작한다.

주민들은 가정마다 환경달력을 만들어 각종 생활환경 지수를 스스로 점검하고 실천했다.
 주민들은 가정마다 환경달력을 만들어 각종 생활환경 지수를 스스로 점검하고 실천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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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이 함께 살린 비와꼬... "세금보다 물이 주는 이익이 더 많다"

우선 당시 41%에 불과했던 하수도 보급률을 높이기 위한 운동에 나선다. 가정에서 나오는 오폐수를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 비와꼬 주변 농수로 개선작업도 진행한다. 농약에 오염된 물이 바로 비와꼬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였다. 주민들은 가루비누 사용하기 운동을 꾸준히 벌였다.

그리고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비와꼬 조례 제정 투쟁'을 벌였다. 공장 폐수 방류기준을 일본의 다른 지역보다 엄격하게 하는 것이 뼈대였다. 정치인들이 기업의 눈치를 보자 낙선운동도 불사했다. 그렇게 만들어진 조례로 기업진출은 상당한 제약을 받았지만 주민들은 개의치 않았다. 조례 초안을 작성했던 하야시 도시히로씨는 "몇 푼의 세금을 더 받아 얻는 이익보다 깨끗한 물이 주는 이익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주민운동단체들이 민관 네트워크 결성을 유인하며 생활개선운동과 제도장치 마련에 주력하는 동안 관은 수질정화센터를 건립해 기술적 안전장치를 확보했다.

현재 비와꼬 수질 정화센터는 모두 9개소가 있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질 높은 하수처리 기술을 가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시가현 하수도공사 코난주우부(湖南中部 호남중부)정화센터는 시설과 운영능력에서 세계적인 모범 사례다. 센터에는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코난주우부정화센터는 지난 1982년 4월 1일부터 가동을 시작했다. 9개 시 2개 정(한국으로 치면 읍/면), 약 65만 명이 배출하는 생활하수와 공장, 사업장 등에서 배출하는 폐수를 처리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기술로 예산 절감... 인구 1천만 명이 마시는 물 만들어

이 센터에서 사용하고 있는 수질정화 기술은 한국에서 '이차 침전조 전단 응집처리방법(흔히 '전단 공법')'이라고 표현하는 초고도 처리공법. 응집제인 팩(PAC 폴리알루미늄 크로라이드)을 최종침전지 앞에 넣으면 전단 공법이고, 뒤에 넣으면 후단 공법이다.

요시가와 에이츠(吉川 英一) 시가현 하수도공사 주임전문원은 이 공법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시설비와 관리유지비가 적게 들고 처리 효율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후단 공법을 사용하지 않는 이유를 묻자 "인을 잡기 위해 별도의 설비를 최종 침전지 뒤에 또 만들 수밖에 없는데 효과도 크게 차이 나지 않고 필요 없는 예산만 들어갈 공법인데 이렇게 만들 특별한 이유가 있냐"고 되물었다.

요시가와 주임전문원은 "하수처리와 관련해선 자신들의 공법과 기술이 세계 최고라고 자부한다"며 여러 수치를 댔다.

일본의 하수처리 기술은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다. 코오난주우부정화센터의 중앙 감시실 전경.
 일본의 하수처리 기술은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다. 코오난주우부정화센터의 중앙 감시실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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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난주부정화센터의 수질처리 공정도.
 코오난주부정화센터의 수질처리 공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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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기준으로 이 센터로 유입된 물의 각종 수치는 BOD 180, COD 89.9, 질소 30.4, 인 3.23(단위 mg/L) 등이었다. 일본 기준치는 BOD 4.8, COD 20, 질소 10(5), 인 0.25다. 하지만 이 정화센터에서 방류하는 물의 각종 수치는 BOD 0.9, COD 5.3, 질소 5.7(2.1), 인 0.07 등이다. 한마디로 경이로운 수치인 것이다.

주민은 생활 속에서 친환경 생활을 실천한다. 관은 최고의 기술로 예산을 절감하며 수질을 관리하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민관의 유기적 협력과 활동이 비와꼬 물을 인구 천만 명이 마시는 기적을 낳고 있다. 


태그:#하수처리, #수질개선, #총인, #민관,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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