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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하면서 수질개선 사업의 핵심인 총인 사업에 특정 공법을 사실상 유도해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이 공법이 다른 공법에 비해 시설비와 유지관리비가 턱없이 많이 들어 예산낭비라는 지적도 함께 일고 있다.

총인(Total Phosphorus) 사업이란 부영양화의 원인물질인 질소(T-N)와 인(T-P) 특히, 생물학적으로 제거하기 어려운 인을 제거하는 사업이다. 2011년 3월 현재 4대강 사업과 관련 총인 사업이 벌어지고 있는 곳은 모두 182개소로, 약 6500억 원의 예산이 투입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과 환경운동가들은 4대강 사업 준공 이후 수중보 등에 의해 정체수역이 생기고, 이 때문에 부영양화의 원인물질인 질소와 인이 생겨 수질이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가 총인 사업에 공을 들이는 까닭은 이 비판으로부터 4대강 사업을 방어하기 위한 성격이 짙다.

문제는 정부가 나서서 시설비와 유지관리비가 많이 드는 특정 공법을 사실상 유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떤 지자체가 환경부 뜻 거스르며 다른 공법 채택할 수 있겠냐"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대놓고 특정 공법을 4대강 관리 수역 등에 적용할 수 있는 공법이라고 선전하는 보고서를 환경공단 홈페이지에 버젓이 올려 놓고 있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대놓고 특정 공법을 4대강 관리 수역 등에 적용할 수 있는 공법이라고 선전하는 보고서를 환경공단 홈페이지에 버젓이 올려 놓고 있다.
ⓒ 국립환경과학원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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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환경공단 홈페이지엔 특정 공법을 선전하는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의 기술자료 다음으론 전직 환경부 간부들이 회장과 사장으로 있는 한 업체의 기술자료가 소개되어 있다. 두 공법은 일치한다.
 한국환경공단 홈페이지엔 특정 공법을 선전하는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의 기술자료 다음으론 전직 환경부 간부들이 회장과 사장으로 있는 한 업체의 기술자료가 소개되어 있다. 두 공법은 일치한다.
ⓒ 한국환경공단 홈페이지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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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2010년 12월 16일 <4대강 중점관리지역 하수종말처리장의 물리화학적 인 최적처리 및 최적관리방안>을 발표했다. 이 방안에서 환경연구원은 '적용기술제안 Ⅰ'로 흔히 '전단 공법'이라 불리는 '생물학적 처리 전후 공법'을 소개하며 "수질기준이 0.5mg/L인 Ⅲ지역에 가능하다"고 적시했다. Ⅲ지역은 바다로 물을 흘려보내는 곳으로 4대강 유역 유입하수처리장의 수질기준이 0.2mg/L∼0.3mg/L인 것을 감안하면 절대 사용할 수 없는 공법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환경과학원은 '적용기술제안 Ⅱ'에서는 '후단 공법'이라 불리는 '2차침전지 후단 공법'을 제안하며 "이 기술의 배출농도 범위가 0.2mg/L 이내로 가능하고 이는 Ⅰ, Ⅱ지역의 수질 기준"이라고 밝히고 있다. Ⅰ, Ⅱ지역은 상수도 보호구역 등 청정지구로 특히 4대강 사업 등과 관련한 수질기준이 0.2mg/L∼0.3mg/L인 것을 감안하면 총인 사업 공법으로는 후단 공법이 제격이라고 환경부 산하 연구원이 선전하고 있는 것이다.

관련 학계와 업계에서는 전단/후단 공법의 효과에 대한 논란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에서는 후단 공법에 대한 적용사례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환경부 산하 환경과학원은 특정 공법을 '최적 처리 및 관리방안'으로 홍보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 같은 자료를 총인 사업을 위임받아 검토하고 있는 한국환경공단이 자신의 홈페이지 '관련업체 기술자료 소개' 코너에 올려놓고 있다는 것이다. 이 코너 두 번째로 올라온 자료는 M업체의 기술 자료로, 이 업체는 전직 환경부 관료들이 회장과 사장으로 있는 회사다.

이와 관련 한 지자체의 관련 공무원은 "지방 공무원들은 총인 처리시설 등 전문분야에 대한 이해가 전반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환경부나 환경공단, 환경부 산하 기관의 자료를 전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다"며 "환경부와 산하 기관, 관련 공단이 대놓고 특정 공법(후단 공법)이 인 처리 시설에 맞는 공법이라고 하는데 어떤 지자체가 환경부의 뜻을 거스르며 다른 공법을 채택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환경부가 작성한 가이드북 역시 특정 공법을 은근히 강조하고 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해외 사례는 교묘하게 후단 공법을 추천하는데 이용되고 있다.
 환경부가 작성한 가이드북 역시 특정 공법을 은근히 강조하고 있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해외 사례는 교묘하게 후단 공법을 추천하는데 이용되고 있다.
ⓒ 환경부 가이드 북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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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역시 이른바 '가이드북'을 만들어 후단 공법을 은근히 유도했다는 지적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환경부는 지난 1월 31일 자로 <하수처리장 인처리 시설 가이드 북>이라는 공문(환경부 생활하수과 - 319호)을 낸다. 환경부는 "본 가이드북은 '인 처리시설 설치사업' 관련 업무의 참고서로 활용하라"고 밝히고 있다.

환경부는 가이드북에서 일반적으로 '전단 공법'이라 불리는 '생물학적 처리 전후 공법'과 '후단 공법'이라 불리는 '2차침전지 후단 공법'의 장·단점을 열거하고 미국과 일본 등 해외 사례도 소개했다.

환경부 가이드북은 전단 공법이 "기존 생물학적 처리공정에 최소의 시설개선으로 처리시설을 설치할 수 있어 별도의 소요부지가 최소화되고 설치비가 적게 소요되는 장점이 있다"고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응집제 성분을 포함한 하수찌꺼기의 반송에 의해 생물학적 처리공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약품투입량 및 하수찌꺼기 발생량이 증가한다"고 기술했다.

환경부 가이드북은 후단 공법에 대해서는 "별도의 처리시설 설치부지가 필요하고 초기설치비가 많이 소요된다"고 단점을 지적했다. 그렇지만 후단 공법이 "유기인과 폴리인산염은 생물반응조에서 간단한 형태(정인산염)으로 바뀌므로 응집효율이 더욱 증대되고, 인뿐만 아니라 추가적인 BOD, TSS 제거가 가능하며, 후속설비를 다단으로 연결할 경우 매우 낮은 수준의 처리수질을 달성할 수 있다"고 장점을 길게 열거했다.

요시가와 에이츠 "일본 어디에도 후단 공법 채용한 인 처리시설은 없다"

환경부가 만든 가이드북에도 후단 공법은 전단 공법에 비해 추가시설이 필요하는 등 예산이 더 많이 소요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럼 처리효과가 월등하게 달라야 하는데 하수처리 선진국인 일본의 전문가는 "후단 공법 자체를 일본에선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필요없는 예산이 더 들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환경부가 만든 가이드북에도 후단 공법은 전단 공법에 비해 추가시설이 필요하는 등 예산이 더 많이 소요된다고 밝히고 있다. 그럼 처리효과가 월등하게 달라야 하는데 하수처리 선진국인 일본의 전문가는 "후단 공법 자체를 일본에선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필요없는 예산이 더 들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혔다.
ⓒ 환경부가 작성한 가이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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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어지는 외국 설치사례에서는 미국이 후단 공법을 사용하고 있음을 구체적으로 나열하고 있다. 그러나 일본의 사례를 열거할 때는 일본이 전단 공법을 사용하고 있음에도 이를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일본 전문가의 지적처럼 "전단 공법을 후단 공법으로 착각할 수 있게 공법을 소개"하고 있다.

그렇다면 환경부와 산하 연구기관, 관련 공단이 사실상 유도하고 있는 후단 공법은 얼마나 효과적인 공법일까.

하수처리와 관련해서 가장 높은 기술력을 가진 나라는 일본이다. 특히 일본 최대 호수인 비와꼬(琵琶湖 비와호) 수질을 관리하고 있는 일본 시가현 하수도공사 정화센터의 시설과 운영능력은 세계적인 모범 사례다. 이 가운데서도 코난주우부(湖南中部 호남중부)정화센터에는 이를 배우려는 방문객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3월 8일부터 10일까지 코난주우부센터 등 일본 현지 취재를 진행했다.(비와꼬 수질관리 실태는 별도의 기사를 통해 전할 예정이다. -기자 주)

요시가와 에이츠(吉川 英一)씨는 재단법인 시가현 하수도공사에서 시설운전을 담당하는 주임 전문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에게 전단 공법과 후단 공법의 효과 차이를 물었을 때 돌아온 첫 번째 대답은 "일본이 이 분야와 관련 세계 최고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면서 "하지만 일본 어디에도 후단 공법을 채용한 인 처리시설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요시가와 주임 전문원은 한국에서 가져간 후단 공법의 공정 구성도를 보여주자 "이렇게 되면 별도의 설비를 최종 침전지 뒤에 또 만들 수밖에 없는데 효과도 크게 차이 나지 않고 필요 없는 예산만 들어갈 공법인데 이렇게 만들 특별한 이유가 있냐"고 되물었다.

그는 전단 공법의 인 처리 효과가 후단 공법에 비해 떨어지냐는 질문엔 "일본에서는 후단 공법 자체를 쓰지 않기 때문에 그 처리 효과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전단 공법으로도 일본 기준치인 0.25mg/L 보다 훨씬 낮은 수치인 0.016mg/L 기록하고 있다"며 "한국의 후단 공정도를 보니 저 과정으로 보면 다시 설비를 짓고 인을 다시 잡기 위해서 팩(PAC 폴리알루미늄 크로라이드)을 더 넣을 수밖에 없는데 그렇게 되면 시설비와 유지관리비가 전단 공법보다 훨씬 더 많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요시가와 주임전문원은 한국에서 가져간 후단 공법의 공정 구성도를 보여주자 “이렇게 되면 별도의 설비를 최종 침전지 뒤에 또 만들 수밖에 없는데 효과도 크게 차이 나지 않고 필요 없는 예산만 들어갈 공법인데 이렇게 만들 특별한 이유가 있냐”고 되물었다.
 요시가와 주임전문원은 한국에서 가져간 후단 공법의 공정 구성도를 보여주자 “이렇게 되면 별도의 설비를 최종 침전지 뒤에 또 만들 수밖에 없는데 효과도 크게 차이 나지 않고 필요 없는 예산만 들어갈 공법인데 이렇게 만들 특별한 이유가 있냐”고 되물었다.
ⓒ 이주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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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단 공법, 시설비 및 유지관리비 훨씬 더 든다는 것 환경부도 인정

후단 공법이 전단 공법에 비해 시설비 및 유지관리비가 훨씬 더 든다는 것은 환경부도 가이드북을 통해 인정했다. 실제로 경북의 한 지역에서는 처리량 33만 톤 총인 시설 설치 입찰에 후단 공법을 가진 회사들은 약 100억 원에서부터 150억 원의 시설비를 계상했고, 전단 공법을 가진 회사들은 약 60억 원의 시설비를 계상했다. 전단 공법이 후단 공법에 비해 시설비 측면에서 절반 이상 예산을 절약할 수 있는 공법이라는 것을 입증한 셈이다.

관련 전문가인 A씨는 "하수처리 선진국인 일본에서 적용되는 공법은 최종침전지 전단에 응집제를 투입하여 쉽게 인을 처리할 수 있는 공법"이라며 "이 공법이 시설비 및 유지관리비가 적게 소요되고 처리효율이 높기 때문에 일본이 채택하고 있는데도 우리나라 환경부와 관련 산하 기관 등이 이웃 일본과 달리 시설비 및 유지관리비가 많이 소요되는 공법을 유도하고 있는 꼴"이라고 꼬집었다.

관련 전문가 B씨는 "후단 공법을 지닌 업체 중 시장 영향력이 큰 업체 두 곳이 모두 전직 환경부 간부들이 차린 회사거나 환경공단의 자회사였다가 대기업에게 팔린 회사"라며 "불필요한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서라도 의혹은 풀고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주무부인 환경부의 관계자는 28일 <오마이뉴스>와 가진 통화에서 "환경부가 작성한 가이드북은 특정 공법을 유도할 의도가 전혀 없이 작성됐으며, 외국 사례가 그렇게 실린 것은 환경공단 자료를 그대로 인용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또 "환경부 산하 기관인 국립환경과학원이 이런 방안을 만들어 환경공단 홈페이지에 이렇게 올려놓고 있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면서 "확인해보고 그것이 사실이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할 문제"라고 답했다.

이에 대해 관련 분야 전문가인 C씨는 "주무부인 환경부가 결재하는 사업인데 이를 모르고 있었다는 것이 말이 되나"며 "몰랐더라도 산하 기관과 관련 공단, 관계 사업에 대한 지휘·감독권한이 있는 환경부가 사실상 책임을 방기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태그:#총인 사업, #환경부, #4대강, #일본, #환경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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