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지도: 당신 곁의 노란리본 [세월호 10주기 특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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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번째 4월 16일이다. 성호의 방은 10년째 그대로다. 성호가 입었던 교복은 물론, 책상 구석의 낙서까지 남아 있는 방에서 엄마 소영씨는 어느덧 편안함을 느낀다. 그러나 4월 15일까지 느끼지 못했던 감정이 4월 16일이 되면 다시 올라온다. '아, 성호가 없구나.'

성호와 같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여전히 단원고를 다닌다. 봄 햇살을 닮은 웃음소리 너머로 노란 고래 조형물이 보인다. 10년 전 학생들의 어깨동무 벽화도 눈에 들어온다. 학교로 향하는 평범했던 등굣길엔 '소중한 생명길'이란 이름이 붙었고, 이 특별한 길을 모두가 평범히 걷고 있다.

바로 옆 명성교회 옥상정원에 서면 안산 단원고가 한눈에 들어온다. 매일 오후 4시 16분 이곳에선 추모곡 <천개의 바람이 되어>가 흘러나온다. 인근 하늘공원엔 하늘의 별이 된 단원고 학생들이 모여 있고, 인천가족공원에도 우리가 종종 잊고 지내는 일반인 희생자들의 추모관이 따로 마련돼 있다. 국립대전현충원엔 순직 교사들이 나란히 안장돼 있고, 벽제중앙추모공원의 고 김관홍 잠수사 봉안함은 올해도 동료 잠수사의 눈물을 마주했다.

기다림이 일상이 된 진도 팽목항엔 여전히 분향소가 있고, 유가족이 있다. 근처 목포신항만엔 녹슨 세월호가 인양돼 있다. 항만 펜스를 메우고 있는 빛바랜 노란리본은 바람에 흔들리되 사라지지 않았다. 녹슨 세월호, 빛바랜 노란리본처럼 목포시민들이 모여 만든 '목포4.16공감단'이 그곳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목포뿐만 아니라 전국의 ○○촛불, ○○4.16연대, ○○시민모임, ○○약속지킴이 등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모임이 지금도 움직인다. 제주도의 청소년들은 매해 4월이면 세월호만을 위한 수학여행 길에 오르고 있다.

<오마이뉴스>는 세월호 참사 10주기를 맞아 '세월호 지도'를 그렸다. 여전히 세월호를 기억하는 공간이 곳곳에 자리 잡고 있음을, 그리고 멀지 않은 당신 곁에 그 공간이 존재하고 있음을 공유하기 위해서다. 공간은 시간을 공유하고, 시간은 기록을 이끌며, 기록은 기억의 단초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억은 힘이 세다.

ⓒ소중한 | 2024.04.16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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