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래도 시간제 일자리가 좋다고? "영화할 때마다 전세 빼서..."

[영화 상영관 관계자] "(여기 영화?) 끝났어요. (끝났어요?)"

시민들이 영화를 보러 왔다 허탕을 칩니다. 영화 상영관이 문을 닫았기 때문입니다.

서울시민영화제 조직위측은 8월 16일부터 30일까지 반포 세빛둥둥섬과 청계광장 등 서울시내 5곳에서 '지자체의 지원 없이 오로지 기업들의 후원을 받아 시민들에게 무료 영화 관람 기회를 제공하는 첫 야외영화제'를 열겠다고 홍보했습니다. 기업 후원으로 10억여 원을 모아 무료영화제를 열겠다는 계획이었지만, 후원이 신통치 않아 하청업체 대금지급을 미루면서 영화제는 파행을 겪었습니다.

스크린 설치비 미납으로 상암 유니세프 광장 개막이 19일에서 22일로 미뤄졌고, 21일 개막 예정이던 청계광장은 22일로 하루 연기됐습니다. 또한 세빛둥둥섬은 장비 대여료 미지급으로 인해 원래 계획인 29일보다 나흘 앞당겨 26일부터 상영이 종료됐고, 상암 유니세프 광장 상영은 종료 예정일인 29일보다 하루 앞당겨진 28일에 중단됐습니다.

[영화 상영관 관계자] (이렇게 행사가 취소된 적이 있는지?) "행사해도 이런 건 없었지 끝까지 갔지."

영화제 파행보다 더 심각한 것은 영화제가 끝난지 4개월이 다 돼 가도록 해결되지 않고 있는 인건비와 대관료 미지급 문제. 영화인들이 꾸린 공동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스탭과 아르바이트생 40여 명의 인건비를 비롯한 상영 장비 비용 2억 5천만 원과 세빛둥둥섬 대관료 1억 7천만 원 등 파악된 미지급 금액만 4억 원이 훌쩍 넘습니다.

생활이 넉넉치 않은 영화인들은 당장 생계가 걱정입니다.

[장지연(38) 서울시민영화제 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 / 영화제 프로그래머] "체불은 500이지만 그 기간동안 그것을 메우기 위해 자비를 쓰면서 일을 했던 것들."

돈을 받지 못한 일당 5만원짜리 아르바이트생 중에는 고등학생도 있었습니다.

영화제에 수천 만원의 후원금을 지원했던 기업들은 영화제가 잘 끝난 줄로만 알고 있었다며 임금 체불 소식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대책위는 조직위가 수억 원의 기업 후원금을 받고도 임금을 체불했다며 조속한 임금 지급을 요구하고 있지만, 조직위는 아직까지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습니다.

이혁진 조직위원장은 "자신은 주로 기업들의 후원금 모금과 장소섭외를 맡았을 뿐이고, 미지급금은 하진욱 집행위원장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이혁진 서울시민영화제 조직위원장] "본인(하진욱 집행위원장이)이 횡령했던, 착복했던 돈에 대해서 모든 걸 다 이행을 하면 되는 문제입니다."

하진욱 위원장은 연락을 끊고 피해다니다 최근 경찰에 붙잡혔지만, 서울 서초경찰서와 서울지방노동청에 1~2달내에 자진출석하라는 요구를 받고 풀려났습니다.

영화인들은 단지 이번 영화제 뿐만 아니라 예술 분야에서는 이런 임금 체불이나 연체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며 이번 기회에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장지연(38) 서울시민영화제 공동대책위원회 공동대표 / 영화제 프로그래머] "사기를 연달아 3번을 당하니까 보증금을 사건이 터질때마다 작은데로 옮겨야하고. 최후에 남은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작업실에서 있는데 이 것까지 빼야하나?"

특히 프로그래머 등 공연기획자는 임금근로자가 아니라, 하도급 계약을 맺는 개인사업자로 간주되기 때문에 체불임금을 더 받기 어렵습니다. '을 중의 을'이라는 겁니다.

[최승현 노무사 / 대책위 대리인] "근로계약서 안 쓰는 경우 보호 못 받고 도급관계 애매하면 도움 못 받고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예술 분야 종사자들이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받아낼 수 있을까.

전문가들은 법적인 안전장치를 위한 근로계약서 작성과 행사 주최측의 비용 지급을 위한 담보 마련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최승현 노무사 / 대책위 대리인] "중요한 것은 예술인들 측에서의 계약 관행들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 큽니다."

[장달영 변호사] "법적으로 최소한 행사 주최측이 스텝이나 용역업체에 지급을 담보할 수 있는 법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축제공연예술산업 노동자들의 근로 조건은 길어야 3개월. 근로시간도 계산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들의 노동조건을 감안해 노동기본권 보장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박근혜 정부의 '시간제 일자리' 창출도 공염불이라는 지적입니다.

서울시민영화제는 지난 여름 막을 내렸지만, 아직도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는 스탭들과 피해업체들의 고통. 하진욱 집행위원장을 민,형사 고소한 서울시민영화제 대책위는 앞으로 예술 분야의 임금 체불 문제를 사회적으로 공론화시키는 동시에 예술인 단체들과 함께 대책 마련에 노력할 계획입니다.

오마이뉴스 박정호입니다.

| 2013.12.17 0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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