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공지영 "민간인 사찰, 박종철 사건만큼 충격 받았다"

"오, 이 버스 되게 좋다. 이게 총선버스 411이죠?"

서울 강남구 내방역 사거리, "집에서 걸어왔다"는 공지영 작가는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40여만 팔로워들에게 "총선버스 411 탑승했어요"라고 알린 공 작가는 스튜디오가 있는 버스 뒤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트위터보면 너무 열이 받아서 소설을 안 쓰고 있다"는 공 작가는 민간인 사찰 이야기부터 꺼냈다. 공 작가는 "저는 진짜,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만큼 충격을 받았다, 우리나라에서 없어진 줄 알았던 민간인 사찰의 망령이 이런 식으로 귀신처럼 부활했다는 것이 믿겨지지 않았다"면서 "가위 눌리는 것처럼 밤새 사찰당하는 꿈을 꿨다"고 말했다.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가 '방송인 김제동씨도 사찰을 받았다'는 내용의 신문 1면을 들어보이자, 공 작가는 "우리 동네에서 김제동씨랑 술도 많이 먹고, 밥도 많이 먹었는데"라며 분노를 나타냈다. 또한 "김제동씨 사찰을 지시한 라인인 민정수석이 지금 법무부장관"이라면서 "믿을 수가 없다, 코메디"라며 쓴 웃음을 지었다.

이어 공 작가는 "소설 <도가니>가 대한민국 전체로 확대된 것 같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도가니>에서 무진이라는 작은 도시를 설정해서 성폭행 사건이 일어났음에도 가해자가 권력층이라는 이유로 침묵의 카르텔 형성되는 것을 보여줬다. 그런데 요즘 사찰 문제나 이런 것들에 대해서 주요 언론이 침묵하고 검찰이 수사를 덮은 것을 보면, 도가니가 확대돼서 대한민국 전체에서 권력자들이 침묵의 카르텔 형성하고 있는 것 같다."

공 작가는 "저는 역사를 위해, 후세를 위해 시대의 흐름을 거슬러서 인권을 말살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정권은 단 하루가 남았다고 하더라도 적법한 절차에 의해 응징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런 정권은 결코 임기를 마칠 수 없다는 것을 후손들한테 보여줘야 하는 것이 의무"라며 엄중한 처벌을 요구했다.

또한 그는 "저는 정치에 별로 관심이 없었는데 이명박 정부 들어서 분한 마음에 다른 아줌마들과 똑같은 심정으로 정치에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검찰, 사법부, 청와대는 물론이고 언론, 선관위(선거관리위원회)에도 국민들의 심판을 보여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여기자 성추행한 최재호 검사를 광주로 발령해서 덮으려고 하는 검찰도 그렇다. 그런 사람 광주로 보내면 그곳은 또 뭐가 되나? 법은 공정하지만 법을 집행하는 자들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검찰을 비판했다.

한편, 이번 총선에서 야권단일후보 멘토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공 작가는 꼭 당선됐으면 하는 후보로 천호선(은평을)·정동영(강남을) 후보를 꼽았다. 공 작가는 "이재오씨가 당선이 되면 'MB심판'이 말이 안 된다"면서 "카메라를 향해 천호선 후보님, 은평을 파이팅!"을 외쳤다. 정동영 후보와 관련해서는 "어떤 사람들이 부당하게 당하는 곳에는 늘 정동영 후보가 있었다"면서 "진정성이 있다"라고 높이 평가했다.

ⓒ이종호 | 2012.04.0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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