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여옥 "콘텐츠 부족한 박근혜, 권력의지는 대단"

오늘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전여옥 한나라당 의원의 책 'i전여옥' 출판기념회.

축사를 위해 단상에 올라온 정몽준 의원이 전 의원의 책을 펼치더니 전 의원이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정치력을 비판하는 부분을 읽기 시작합니다.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 "'친박 의원들 사이에는 박 전 대표의 뜻을 헤아리느라 우왕좌왕하는 것이 널리 알려진 일이다. 그러면 박 전 대표는 제가 꼭 말을 해야 아시나요, 라고 한다고 한다. 선문답하듯 한마디씩 던지는 것은 정치가 아니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해라, 하는 것은 그 자체가 비민주적이다.' 이렇게 솔직하게 쓰셔도 괜찮은 것인지 저까지 좀 걱정이 됩니다."

그렇다면 정몽준 의원이 조심스럽게 전한 전여옥 의원의 책에는 과연 어떤 내용이 담겨 있을까.

전 의원은 자신의 정치 철학과 의정 활동은 물론 대변인 시절 지켜봤던 박근혜 위원장의 소통 능력과 지도력에 대한 평가를 책으로 풀어냈습니다.

전 의원은 "박근혜는 늘 짧게 답한다"면서 "뭔가 깊은 내용과 엄청난 상징적 비유를 기대했다, 그런데 거기에서 그쳤다, 어찌 보면 말 배우는 어린아이들이 흔히 쓰는 '베이비 토크'와 다른 점이 없어 보인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전 의원은 박 위원장이 "인문학적인 콘텐츠는 부족했다"며 "신문기사를 보고 분석하는 능력이나 해석하는 깊이 같은 것은 참으로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전 의원은 "저렇게까지 대통령이 되고 싶을까 싶을" 정도로 "박 위원장의 권력 의지는 대단했다"면서 "그녀에게 있어서는 권력이란 매우 자연스럽고 몸에 맞는 맟춤옷 같은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박근혜에게 한나라당은 '나의 당'(My way)이었다, 대한민국은 우리 아버지가 만든 '나의 나라(My country)'이었다. 이 나라 국민은 아버지가 긍휼이 여긴 '나의 국민(My people)'이었다. 물론 청와대는 '나의 집(My house)'이었다. 그리고 대통령은 바로 '가업', 즉 '마이 패밀리스 잡(My family's job)'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전 의원은 대변인 시절 박근혜 위원장의 차에 같이 탈 수 없었던 사실을 떠올리며 "운전기사와 비서관 말고는 불편한 것이다. 당의 대변인조차 불편할 정도였다. 하루 종일 같이 타는 것도 아니고 주요 행사에 일종의 수행인데 그 순간이 불편하다는 것은, 그리고 나뿐 아니라 어떤 의원도 그녀의 차에 동승한 적이 매우 드물다는 것은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라며 박 위원장의 스킨십이 부족하다고 비판했습니다.

특히 '박근혜의 입'으로 불릴 정도로 박 위원장의 최측근으로 꼽혔던 전 의원은 "박근혜 후보가 순발력이 부족하고 백단어 공주라는 것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면서 2007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던 이유도 밝혔습니다.

전 의원은 박정희 대통령 시절 핍박 받았던 한명숙 전 총리가 '박근혜 대항마'였다며 "모든 것을 다 떠나서 가해자 대 피해자의 구도라, 나는 심각하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전 의원은 "나는 도저히 박근혜 카드로는 안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박근혜가 후보가 된다면 저쪽 후보는 한명숙일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것은 내게는 필패의 카드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전 의원은 "박정희 대통령의 딸이 이 나라 첫 여성 대통령이 되는 것이 과연 이 시대에 맞는 '시대정신'인가"라고 되묻기도 했습니다.

박근혜 위원장의 정치 지도력을 직접적으로 비판한 전여옥 의원의 책은 '박근혜 비대위'의 인적 쇄신에 대한 친이계의 반발과 맞물려 한나라당 내에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입니다.

오마이뉴스 박정호입니다.

ⓒ박정호 | 2012.01.10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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