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어머니 이소선, 전태일 곁으로 가다

[상황음] 여균동 영화감독, 고은 시인의 추모시 '당신의 죽음을 울지 않습니다' 낭독

'이소선 어머니 당신의 죽음을 울지 않습니다. / 당신은 당신 아들 이후의 아들이었고 당신 아들의 어머니 이후 세상의 동서남북 떠도는 어머니였습니다. 거기 얼어붙은 평화시장 아스팔트 바닥 그 겨울 이래 당신의 고통은 기어이 불타올라 기어이 영광의 고통이고 말았습니다.'

오늘 오전 대학로. 2000여 명의 시민들은 '어머니'의 마지막 모습을 지키기 위해 길 위에 모였습니다. 고인을 기리는 한마디, 한마디에 생전의 모습이 떠올라 훔쳤던 눈가에 다시 눈물이 차오릅니다.

고 이소선 씨. 1970년 11월 13일, 첫째아들 전태일을 먼저 보내고 40여 년을 '노동자들의 어머니'로 살아왔습니다.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의 현장을 쉼없이 누비고서도 마지막 순간까지 '희망버스'를 타야한다고 나서던 그였습니다. 지난 3일, 크레인 위의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을 지켜야한다고 말하던 그는 끝내 82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영결식에 참석한 사회각계의 인사들은 '하나가 되라'했던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정리해고 없는 세상,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해 함께 싸우겠다고 말했습니다.

[김영훈 / 민주노총 위원장] 정리해고 없는 세상, 비정규직 없는 세상을 위하여 우리가 싸우겠습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함께 하라는 말씀 가슴에 새기겠습니다. 전태일 정신으로 노동자들이 함께하고 어머니의 따뜻함과 열정으로 세상을 바로잡겠습니다. 어머니 편히 가십시오.

2시간 여 동안 진행된 영결식이 끝나자 시민들은 동대문을 경유해 노제가 예정된 장소인 청계천 '전태일 다리'까지 행진했습니다. 고인의 영정과 붉은 바탕 위에 '노동자의 어머니, 이소선 민주사회장'이라고 쓰여진 대형 만장을 앞세운 운구행렬이 엄숙한 분위기 가운데 이어졌습니다.

[상황음] 퍼포먼스

고 이소선 씨의 넋을 기리는 퍼포먼스로 시작된 노제. 기륭전자,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 등의 사업장에서 온 노동자들은 '노동자의 어머니'였던 고인의 영정을 향해 큰절을 올렸습니다. 이들은 파업 때 입었던 티셔츠와 투쟁기록을 담은 DVD, 고인에게 전하는 메시지를 담은 현수막 등을 영정 앞에 올려놓았습니다.

시민사회 인사들의 조사도 이어졌습니다. 이들은 오늘날 민주화와 노동의 현실이 전태일 열사 때와 다르지 않다며, 고인의 유지를 받들어 '노동자가 인간답게 사는 세상' 만들기에 나서겠다고 말했습니다.

[박원순 /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오늘의 민주화, 노동 현실은 엄중하기만 합니다. 한진중 85호 크레인에서 김진숙 지도위원이 고공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전태일 열사 때와 다름이 없다. / 다시는 이 땅에 슬픔의 과정이 반복되지 않도록 더 평등하고, 천만 노동자들이 인간답게 사는 세상이 열리길 바랍니다.

잃어버린 아들 대신 모든 노동자의 '어머니'가 된 고 이소선 씨. 고인의 시신은 전태일 열사의 묘소가 있는 경기도 마석 모란공원에 안치됐습니다.

오마이뉴스 오대양입니다.

| 2011.09.07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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