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석훈 "세계경제, 기다리면 내년엔 좋아진다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주류경제학의 예측능력에 커다란 불신을 가져왔다. 리먼브라더스가 파산할 때 미리 알고 돈을 뺄 수 있었던 사람들은 단 0.1%, 주류경제학의 불공정성도 낱낱이 드러났다. '경제는 안정적이고 공정하다'고 여겨진 주류경제학의 신화가 깨진 것.

이처럼 주류경제학이 신화처럼 떠받들고 있는 오류 10가지를 증명하고 비판하며 혁명을 요구하는 데이비드 오렐의 <경제학 혁명(원제:ECONOMYTHS)>. 이 책의 해제를 맡은 우석훈 2.1연구소 소장도 0.1%를 위한 경제학은 경제학이 아니라며 "예측능력이 없는 주류경제학은 과학적으로 유용하지 않을뿐더러 정의롭지도 않다"고 말한다.

지난 26일 오마이뉴스와 인터파크 인문소셜클럽이 공동주최한 <경제학 혁명> 저자와의 대화에서 우석훈 소장이 독자들을 만났다. 우 소장은 이날 강연의 시작부터 경제학 원론의 절반에 해당하는 '균형의 지속'을 강조한 이론을 두고 "맞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일반균형이론은 위기이론이 없거든요. 모든 위기는 잠시 균형이 깨져서 교란이 온 거니까 기다리면 다시 균형이 올 거라고. 1929년에도 하버드 대학에서 10년 동안 계속 기다리면 내년이면 된다고 그랬는데 그 후로 10년 동안 공황이고 전쟁이 벌어졌어요. 지금도 2008년부터 보면 늘 그럴 거예요.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의 주류경제학자들이나 업자들은 내년에 괜찮아진다고 안 그러죠? 다음 주면 된다고 그러죠? 그러니까 안 맞아요, 사실."

그리고 우 소장은 2008년 금융위기 후 새로운 시대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 세계 곳곳에서 터져 나왔던 것과 달리 이명박 대통령은 잠시의 충격일 뿐 안정화가 돌아올 것을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이 컨베이어벨트 작업 시스템을 의미하는 포디즘적 생각을 갖고 있다고 꼬집었다.

"표준적인 사람들만 필요하고 잘난 사람도, 못난 사람도 안 필요하고요. 이명박 대통령도 그렇잖아요. 잘난 사람은 싫어하고 못난 사람 미워하고 그러잖아요. 자기 좋아하는 사람들만 좋아하고 상당히 포디즘 같은 생각이거든요."

이어 금융위기의 형태를 설명하던 우 소장은 60년대 경제강국으로 꼽히던 아르헨티나가 군사독재와 민간독재를 거치며 경제가 붕괴된 것을 예로 들었다. 그러면서 현재 여당의 대권주자들을 언급하며 우리나라의 경제 전망을 우려하기도 했다.

"이명박 5년하고 박근혜도 5년 한다는 거 아니에요. 그러고 나면 이재오도 5년 하겠다는 거 아니에요. 오세훈도 자기가 차차기에 하겠다는 거잖아요. 그렇게 15년 하다보면 이렇게 가는 거거든요? 아니 진짜로 그렇게 갈 거 같아요. 군사독재 하다가 민간독재하고 정신없이 가면 저렇게 되는 것이거든요."

우석훈 소장은 금융위기 이후 도래할 수 있는 3가지 경제 전망 방향을 설명했다. 첫 번째는 최근의 시장 중심 과거로 돌아가는 것, 두 번째는 국가의 역할이 컸던 케인즈 시대로 돌아가는 것, 마지막 세 번째는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1번처럼 지난 과거로 돌아갈 것 같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렇게 때문에 급식에 돈을 많이 쓰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지금 복지국가에 관한 얘기도 그 자체로는 2번에 가까워요. 국가가 중심이 돼 지출을 늘리고 그렇게 돼서 소비에 의한 어떤 효과를 만들자고 하는 것이고요. 3번설은 아직 경험해 보지 않아서 확실치 않거든요. 지금 <경제학 혁명>은 3번설에 가 있는 거예요."

이날 강의 내내 경제학이 새로운 방향으로 갈 수 있는 가능성을 강조했던 우 소장은 "우리나라 경제학에 혁명이 올지는 잘 모르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장하준 선생이 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많은 경제학자들은 왜 금융위기를 예측하지 못했을까'에서 시작하는 <경제학 혁명>. '경제는 안정적·합리적이다, 경제 성장은 우리를 행복하게 한다' 등 사람들이 당연하게 믿고 있는 주류경제학의 낡은 신화를 10가지 오류로 꼬집어 자세히 분석하고 새로운 경제학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 2011.08.30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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