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배동 주민 "산사태난다고 구청에 대책세워달라고 얘기했지만..."

[허경열(57) / 서울 방배동] "여기는 농사용 하우스가 큰 게 있었고, 저기 한 5분의 1 남았네, 저기가 제가 사는 집이예요."

오늘 오전 허경열씨는 20년 동안 살아오던 보금자리를 잃었습니다. 이번 집중 호우로 인한 산사태 토사가 허씨의 집을 쓸고 내려갔기 때문입니다. 세 식구가 오순도순 살던 집과 그 주변은 순식간에 폐허가 됐습니다.

허씨는 5분만 늦었으면 자신과 초등학생 아들이 그대로 토사에 휩쓸려 갔을 거라면서 급박했던 대피 순간을 떠올렸습니다.

[허경열(57) / 서울 방배동] "5분만 늦게 나갔으면 다 죽었어요. 한 5분 정도 걸렸을 거예요. 구름이 오는 것 마냥. 내가 6시에 올라가봤는데 조짐이 이상하더라고요. 나무가 넘어가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제가 6시 조금 넘어서 애가 초등학교 5학년이예요. 그 놈이 안 일어나길래 내가 강제로 끌었어요. '여기 있으면 죽는다, 아빠랑 도망가자' 저만큼 내려가니까 덮친 거예요."

2년 전에도 산사태 피해를 봤다는 허씨는 당시 서초구청에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허씨의 집이 무허가라는 이유로 구청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허경열(57) / 서울 방배동] "이게 2년 전에 조금 사태가 났었어요. 구청에다가 이걸 좀 (확실한 대책을) 다시 해줘라 그랬어요. 그때도 우리가 피해를 입었어요. 구청에서 사진을 찍어 오더라고 하더라고요. 찍어서 줬더니 무허가는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사람처럼 취급을 안 하나니까 그런가 보다 했죠. 없이 사니까 힘이 있습니까."

허씨의 집 주변을 폐허로 만든 토사는 점점 불어나 남태령 전원마을 주민 6명의 목숨까지 앗아갔습니다. 2년 전 서초구청에서 산사태에 대한 철저한 대비를 했다면 막을 수도 있었을 참사였습니다.

이 뿐만이 아닙니다. 오늘 오전 커다란 나무가 주택 앞 승용차를 덮쳐 주민 1명이 목숨을 잃은 현장. 전원마을 주민들은 주택가와 가까운 나무가 위험하다며 몇 차례나 서초구청에 베어달라고 요구했지만, 처리되지 않았습니다.

[남태령 전원마을 주민] "(나무를 잘라달라고) 민원을 넣는데 해결을 안 해줬다고..."

군 병력까지 투입돼 복구작업과 수해 예방 작업을 펼쳤지만, 마을 주민들은 불안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남태령 전원마을 주민] "(잠이) 안 오죠. 안 오는 게 당연하지. 가슴이 벌렁벌렁 거리는데..."

서울에 어제 오후부터 오늘 아침까지 330mm가 넘는 집중 호우가 내렸지만, 남태령 전원마을 참사는 서초구청이 조금만 더 철저한 대비를 했다면 최소화할 수 있었던 인재였습니다.

오마이뉴스 박정호입니다.

ⓒ박정호 | 2011.07.27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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