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 전세' 정종환 장관 "비워둘 수 없어서..."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의 거짓말 논란을 둘러싼 여야의 대치로 오늘 국회 국토해양위 회의는 파행을 겪었습니다.

정 장관은 2008년 2월 인사청문회에서 투기 의혹을 부인하면서 '실제 거주용'이라고 밝혔던 서울 남산 부근 한 대형 주상복합아파트를 전세대란이 한창이던 지난해 11월 5억 원에 전세를 줬습니다. 거짓말을 한 셈입니다.

민주당은 투기용 전셋집을 소유한 정 장관이 전세대란 대책을 밝힐 자격이 없다면서 업무보고 보이콧을 선언하고, 정 장관의 사퇴를 요구했습니다.

[강기정 민주당 의원] "결국 알고봤더니 장관은 전세대란 대책을 세우는데 애쓴 게 아니라 강기갑 의원이 밝혔듯이 회현동 집의 전세 내놓는 일에 골몰하지 않았나. 이 국토부의 전세대란을 중심으로 한 업무보고는 차관으로부터 받을 것을 (요구하는) 의사진행 발언을 하는 것입니다."

[유선호 민주당 의원] "이 근본적 책임을 야기한 장관이 즉각 사퇴해야 회의의 의미가 있다고 생각을 하고..."

정 장관의 전셋집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했던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은 전세 투기를 하는 정 장관이 전세난 대책을 만드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이라며 정 장관의 사퇴를 거듭 주장했습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 "장관은 사퇴해야 한다고 봅니다. 아니 위원장님! 사퇴해야 되는 게 거짓말을 한 것이고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기는 것과 같습니다. 집이 5채나 되는 사람이고 이런 전세를 내는 사람이 어떻게 전세민들의 절규에 대해서 대책을 내놓을 수 있겠어요?"

하지만, 여당은 야당의 정 장관 사퇴 요구는 정치공세라고 일축한 뒤, 실거주용으로 샀다고 해도 사정상 전세를 줄 수 있다며 정 장관을 감쌌습니다.

[김성태 한나라당 의원] "지금 이 자리가 인사청문회가 아니지 않습니까. 주무부처 장관에 대한 인신공격이고..."

[현기환 한나라당 의원] "솔직하게 보셔야죠. 전세 줄 수도 있죠. 집이 가까우면 아니 산본하고 과천하고 얼마나 가까운지 누구나 아는 것 아닙니까."

정 장관의 사퇴를 놓고 여야 의원들은 고성까지 주고 받았고 결국 새해 첫 국토위 오전 회의는 회의 시작 45분 만에 정회됐습니다.

오후에 다시 열린 회의에서 정종환 장관은 전셋집 문제에 대해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다고 밝혔지만,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가 근무지인 과천정부청사와 가까워 이사를 가지 않았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제가 그 주택을 비워놓을 수가 없기 때문에 전세로 하면서 당분간 산본에 거주가 불가피하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제가 주택 문제를 다루는 주무 장관으로서 심려를 끼쳐드린 것에 송구스럽게 생각하면서..."

치솟는 전셋값으로 국민들이 고통받을 때, 전세 대책보다 재테크를 한 정종환 장관. 전세난 대책 주무장관의 부도덕한 행위라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 장관은 책임지는 행동 대신 변명만 반복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박정호입니다.

ⓒ박정호 | 2011.03.03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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