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대응'만 부추기는 국회, 연평도 주민들은 망연자실

북한군의 연평도 포격 이틀째인 오늘, '공포의 하룻밤'을 보낸 시민 500명여 명이 속속 인천 해양경찰청 전용부두를 통해 입항했습니다.

이들은 해양경찰청 소속 경비정 두척과 해군 군함 한척에 나눠 타고 7시경 연평도를 출발했습니다.

다소 상기된 표정으로 배에서 내린 시민들은 마중나온 가족, 친척, 지인들과 얼싸안으며 비로소 전쟁터가 된 연평도에서 벗어났음을 실감했습니다.

[시민 인터뷰] 암흑이야 암흑, 새카만 연기가 와서 나는 부둣가에서, 동네에서 1km 떨어진데서 봤는데 동네가 안보였어요. 티비엔 하늘로 치솟는것밖에 안보였는데 동네도 안보였어요.

[시민 인터뷰] 새벽에는 불바다 됐어요. 학교 뒷산이랑 다 불나고 초등학교 주변에 아무것도 없었고. 친구들도 거의 다 울고.

[시민 인터뷰] 현장가니까 폭탄 떨어져있고 일하던 건물도 반파가 됐었다.

[시민 인터뷰] 일하고 있었다. 옥상에 올라가서 구경하고 있었는데, 이차 때는 공사현장에
산에도 막 떨어져서 건물 지하에 피신해 있다가 2,30분 있다 마을로 내려갔다. 마을은 더하더만요.

밤새 이들을 괴롭힌 것은 포성과 전쟁에 대한 공포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난방과 식량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대피소에서의 하룻밤은 또 하나의 악몽이었습니다.

시민들 대부분은 불편으로 인해 밤새 눈을 붙이지 못하고 있다가 오늘 아침 6시반 경에 소집돼 연평도를 출발했다고 말했습니다.

[시민 인터뷰] 대피소 생활이아니라 탄광생활이지. 춥고 통신도 단절 그런 바람에 다 얼어죽는 거나 마찬가지였어. 대피소 속에 60명씩 들어가 있었지. 밤에 잠도 못자고 두려웠지. 언제 폭격나올지 모르고. 밤새웠지. 공간이 어딨어.

[시민 인터뷰] 좀 추웠어요. 배고픈데 밥 아니고 빵주고 그래서 밥도 잘 못먹었어요.

입항한 시민 대부분은 바로 버스편을 통해 원하는 지역으로 이송됐지만, 문제는 집이 폭격에 불 타 오갈 데가 없게 돼버린 주민 50여 명입니다.

이들은 임시거처인 인천항 인근 찜질방에서 당분간 생활할 예정이지만, 포탄으로 집과 재산을 잃은 이들의 생계는 앞으로 막막하기만 합니다.

[시민 인터뷰] 아무 것도 없어요, 지금 당장 갈 데도 없어요.

[시민 인터뷰] 다시 들어가야할지도 모르겠고, 뭐하고 살아야할지 모르겠어요.

[시민 인터뷰] 21년 저 집하나가 전분데 저집이 저렇게 됐으니 어떻게 합니까. 대책이 있겠죠.

한편 오늘 오전 국회 국방위원회는 김태영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긴급현안질의를 갖고 피격 상황에 대한 보고를 받았습니다.

여당을 비롯한 보수성향의 정당 소속 의원들은 우리 군이 더욱 강력하게 북한군의 도발에 대응했었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송영선 미래희망연대 국회의원] 장관은 이해해주는 듯한 여지남기고 국군통수권자는 애매한 지시내려 군 대응에 불안해 하고, 이게 대한민국 군대 맞나?

[김학송 한나라당 국회의원] 포탄 쏘지 못하고 피격 끝나고 대응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안된다.

[김태영 국방부장관] 스타크래프트하듯 대응, 실제 상황에서 즉시 대응사격하는 것 만만하지 않은 일.

하지만 '확전을 불사하라'는 일부 의원의 강경대응 주문은 국민들의 고통을 배제한 '탁상공론'이라는 지적입니다.

정계가 포격으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시민들의 고통보다 인기영합식의 '군사적 응징'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됩니다.

오마이뉴스 오대양입니다.

| 2010.11.24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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