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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 페인트를 풀어 놓은 듯 창궐한 녹조밭에 최 다니엘 수녀가 들어갔다. ⓒ 김종술
금강이 끈적끈적한 녹조로 뒤덮였다. 물고기도 자라도 죽었다. 죽은 물고기가 썩으면서 구더기가 들끓고 쇠파리가 윙윙거린다. 코를 찌르는 악취로 숨쉬기가 거북할 정도다. 그러나 현장을 찾았다는 환경부 담당자는 녹조가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12일 <오마이뉴스>는 금강에 녹조가 창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포털 사이트 기사에 이명박근혜 정권을 비난하는 글로 도배됐다. 농민들을 걱정하는 내용까지 2천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독자들은 4대강 사업으로 건설된 16개 보의 완전 개방을 요구하기도 했다(관련 기사: "이런 강물로 농사 짓는다니 눈앞이 캄캄").

"(4대강) 기사 쓰는 것을 잘 보고 있습니다. 언제 시간 되면 얘기라도 듣고 싶습니다."
"(녹조 기사) 어제 보니 좀 심한 것 같아서요. 제가 황산대교 주변을 돌았는데 (녹조) 알갱이만 보이고 띠는 보이지 않던데요. 오늘은 바람이 안 불어서 그런지 크게 보이지 않습니다."

13일 환경부 수질관리과와 녹조 관련 두 명의 팀장급 담당자가 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왔다. 기자는 지난 2009년부터 4대강 사업 취재를 해왔다. 그러나 환경부가 기자에게 직접 전화를 해온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지난 4월부터 동행중인 성가소비녀회 최 다니엘 수녀가 한마디 거든다.

"정권이 바뀌긴 바뀌었나 보네요."
익산시 용안면 용두저수지에서 논산시 황산대교 인근까지 녹조로 물들었다. ⓒ 김종술
익산시 용안면 용두저수지에서 논산시 황산대교 인근까지 녹조로 물들었다. ⓒ 김종술
하루 만에 녹조가 사라졌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현장을 찾았다. 금강 우안인 부여군 세도면에서 좌안인 논산시 강경읍 방향으로 바람이 불고 있다. 말끔하게 풀이 제거된 둔치를 지나 키 높이 만큼 자란 수풀을 헤치고 물가로 다가갔다.

시커멓게 눈앞을 뒤덮은 날파리가 먼저 반긴다. 앞장서서 걷던 최 다니엘 수녀가 손수건으로 코를 막는다. 어제보다 더 많은 녹조가 밀려 와있다. 한 두 마리 보이던 죽은 물고기도 오늘은 10여 마리 정도다. 최 다니엘 수녀가 긴 한숨을 쉰다.

"그러면 그렇지 하루 만에 없어질 녹조가 아니었는데요. 녹조가 이렇게 많은데 어떻게 없다고 하는지 참 한심합니다. 제가 들어가 볼 테니 오늘은 잘 찍으세요."

가슴까지 올라오는 바지 장화를 신고서 성큼성큼 물속으로 들어간다. 투명한 와인 잔에 강물을 떠서 하늘 높이 추어올렸다. 뭉게구름 사이로 잔에 담긴 녹색 빛이 선명하다. 죽은 물고기를 어루만지던 최 다니엘 수녀의 눈물보가 터졌다.
죽은 물고기를 어루만지던 최 다니엘 수녀의 울음보가 터졌다. ⓒ 김종술
"이런 강물로 농민들이 농사짓고 산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아픕니다. 자유롭게 뛰어놀아야 할 물고기들이 죽어가는 것을 보니 눈물이 납니다. 이런 게 국가권력자에 의한 폭력이 아니고 뭔가요. 문재인 대통령은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하고 지금 당장 강을 되살려야 합니다."

하루 사이에 더 짙어진 녹조를 보면서 가슴이 먹먹해진다. 지난 8년간 1년에 300일가량 강에서 살면서 1040개가 넘는 4대강 기사를 쏟아냈다. 물고기 떼죽음과 녹조 발생, 큰빗이끼벌레, 실지렁이와 붉은 깔따구 등이 발생할 때마다 환경부에 입장을 듣기 위해 수 없이 전화했었다. 그때마다 돌아오는 답변은 늘 이랬다.

"(물고기 떼죽음) 조사 중입니다."
"(녹조) 확인해 보겠습니다."
"(큰빗이끼벌레) 확인하고 있습니다."
"(실지렁이·붉은 깔따구) 확인해 보겠습니다."
낚시꾼들의 대상어인 50cm가 넘는 붕어도 죽었다. ⓒ 김종술
환경부는 이명박 정권이 자행한 4대강 사업에 알면서도 묵인하고 부역했다. 박근혜 정권 때는 우리 강이 최악의 상태라는 것을 뻔히 알았다. 국민들의 식수원 오염도 알고 있으면서 사실상 방치했다. 이것은 직무유기로 봐야 한다. 따라서 지난 10년간의 환경부 잘못에 대해서는 환경부 장관이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

또 환경부가 환경부답게 일 할 수 있도록 스스로 성찰하고 재발방지책을 세워야 한다. 보고 싶은 것만 보았던 환경부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
녹조가 뒤덮은 강물 곳곳에서 죽은 물고기가 발견되었다. ⓒ 김종술
늪지나 저수지에 서식하는 수생식물인 마름 사이로 녹조가 뒤덮고 있다. ⓒ 김종술
하얀 뭉게구름 사이로 와인잔에 담긴 녹조가 더 선명해 보인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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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