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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제 20대 총선을 하루 앞 둔 12일 오후 광주를 다시 방문해 금호동 일대에서 후보들의 지원 유세를 하고 있다. ⓒ 이희훈
더불어민주당은 웃었지만, 문재인 전 대표는 웃지 못했다.

더민주가 호남에서 국민의당에 참패하며, 문 전 대표의 입지가 곤란해졌다. 선거운동 막판 호남에 '올인'했던 문 전 대표는 "호남에서 저에 대한 지지를 거둔다면 정계를 은퇴하겠다"며 배수진을 쳤지만, 결국 호남 내 '녹색바람'을 저지하지 못했다. 총 123석을 차지해 승리를 거둔 당 상황과는 달리, 문 전 대표는 곤란한 처지에 처했다.

14일 확정된 개표 결과 국민의당은 호남 28석 중 23석을 차지했다. 더민주는 3석을 건져 겨우 영패를 면했지만, 2석을 얻은 새누리당과도 별 차이를 못보였다. 호남 지역 정당투표에서도 더민주는 국민의당에 패배했다. 광주, 전남, 전북의 정당투표에서 더민주는 국민의당에 각각 25%p, 17%p, 10%p 가량 뒤졌다.  

당장 국민의당 측에서 문 전 대표를 향한 은퇴 압박이 들어왔다. 국민의당 내 호남 좌장인 박지원 후보(전남 목포)는 "무신불립(無信不立, 믿음이 없으면 설 수 없다)"을 거론하며 "문 전 대표 스스로 (은퇴를) 이야기 했으면 그렇게 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문재인의 명분, '수도권 승리'
박수치는 더민주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대위 대표와 정장선 총선기획단장 등 지도부가 13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4.13 총선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박수치고 있다. ⓒ 남소연
결과적으로, 문 전 대표가 호남에 와 외쳤던 "정계 은퇴" 배수진은 그를 어려운 상황에 빠뜨렸다. 문 전 대표는 선거운동 막판인 8, 9, 11, 12일 호남 곳곳을 돌며 지지를 호소했고, 호남 승리를 목적으로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호남 승리를 목적으로 한 선언이 승리를 이끌지 못했다면, 당연히 그에 걸맞은 책임론이 나올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문 전 대표의 배수진이 완전히 무너져버린 것은 아니다. 우선 문 전 대표에게 호남 참패의 전적인 책임을 물기엔 무리가 있다. 문 전 대표 스스로도 자주 거론했듯 그는 호남 민심 이탈의 한 책임자이긴 하지만, 이번 총선을 이끈 당 대표도 아니고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도 아니다. 이번 총선 결과만 두고 호남 민심이 문 전 대표를 향한 지지를 거뒀다고 말할 수 없는 것이다.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도 "호남 유권자들의 마음이 완전히 돌아서 있어서 그걸 돌리려면 한참 시간이 있어야할 거라고 본다"라며 호남 민심 돌리기에 어려움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애초에 중과부적인 싸움이었음을 상기하며, 문 전 대표의 짐을 덜어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더민주의 선거 승리는 문 전 대표로선 다행스러운 일이다. 더구나 새누리당을 상대로 한 수도권 압승은 호재가 될 수 있다. 문 전 대표의 호남행을 반대하던 김 대표도 "(문 전 대표의 호남행이 선거에) 전혀 영향이 없지는 않았다고 생각한다"며 미미하나마 문 전 대표의 공을 인정했다.

특히 문 전 대표는 그가 호남에서 내세운 '교차투표론'에서 명분을 찾을 수 있다. 문 전 대표는 호남 곳곳에서 "정당투표는 마음에 있는 곳을 찍더라도, 지역구 투표 만큼은 더민주 후보를 선택해달라"고 강조했다.

문 전 대표의 선거운동 막판 '남행열차' 효과는 수도권에서 작용했다. 호남에선 이 호소가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지만, 수도권 유권자에겐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는 수도권 정당투표에서 국민의당에 약간 밀렸지만, 지역구 투표에선 월등했다. "정당투표는 마음에 있는 곳을 찍더라도, 지역구 투표 만큼은 더민주 후보를 선택해달라"는 문 전 대표의 요청이 수도권에서 먹힌 셈이다.

안철수와의 재경쟁, 불가피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가 13일 오후 서울 노원 안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노원병 당선이 유력해지자 당선 소감을 말하고 있다. ⓒ 이희훈
이번 총선을 기점으로, 문 전 대표는 중대 기로에 놓이게 됐다. 총선에선 그의 호남 지지도를 평가할 지표가 마땅히 없었다. 하지만 여야가 대선을 향해 달리는 지금부터, '대선주자로서의 문재인'을 평가하는 지표가 쏟아지게 된다. 이때도 문 전 대표가 호남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면, 정계 은퇴 압박이 곳곳에서, 더욱 거세게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총선 직전까지 달고 있던 '가장 강력한 대선주자'라는 타이틀도 이젠 흔들릴 수 있다. 호남의 지지는 야권 대선주자가 거머쥐어야 할 필수 요건이다. 당 대표로서 총선을 이끈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호남 맹주'라는 명분을 얻었다. 국민의당의 호남 압승으로 대권주자 경쟁에서 다소 처졌던 안 대표는 총선 이후 다시 급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이번 총선에서 호남의 더민주는 '심판의 대상'이 됐다. 호남 유권자들은 그 동안 "찍어주기 싫어도 찍을 수밖에 없었던" 한을 이번 총선에서 풀었다. 호남 민심은 아직 더민주를 정권교체의 역량을 갖추지 못한 정당으로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역으로 생각해보면, 국민의당의 압승은 "더민주가 싫다"는 반대 급부로 인해 발생한 현상이다. 이러한 해석이 맞다면, 호남 민심의 상수는 여전히 더민주다. 호남의 염원이 정권교체임을 생각해볼 때, 문 전 대표가 대선주자로서의 경쟁력을 갖춘다면 더민주를 향한 표심은 언제든 돌아올 수 있다. 어쨌든 호남은 지난 대선에서 문 전 대표에게 90% 이상의 지지를 보낸 이력이 있다.

문 전 대표는 호남에서 심판의 대상이 될까, 아니면 다시 호남의 사랑을 받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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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선악의 저편을 바라봅니다. extremes88@ohmynews.com

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15년이 넘었는데도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