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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에 걸친 한국화 작가들이 각자의 개성과 지향을 드러내는 전시가 열린다. 4월 12일(금)부터 27일(토)까지 한벽원미술관에서 '한국화 3세대의 물결'을 만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1912년생인 고 월전 장우성 선생과 1940년대생인 오용길, 한진만을 비롯해 50년대부터 80년대 출생한 26명의 작가들이 함께 하는 실험과 모색의 장이다.

공간의 재현과 창출  

박창수와 임철민은 실경과 진경의 교차점에서 각자의 공간과 여백을 만들어낸다. 추상과 구상은 따로 있지 않고, 작가의 독자적인 사실寫實을 통해 드러날 뿐이다.

<백사실 계곡(현통사)>에서 박창수는 실경을 바탕으로 삼으면서도 아담하게 자리잡은 현통사와 계곡을 오르내리는 사람들, 허상과 탐욕貪慾을 지운 여백을 통해 작가만의 감흥을 펼쳐낸다.
 
박창수, 백사실계곡(현통사), 132x64, 한지에 수묵, 2024
▲ 박창수, 백사실계곡(현통사) 박창수, 백사실계곡(현통사), 132x64, 한지에 수묵, 2024
ⓒ 박창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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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빛으로부터 조난 당한 임철민 작가가 구도의 짜임새를 맞춰가며 중심을 잡아가는 <반월>과 <건널목1>을 만나면, 그가 만들어놓은 공간에 빠져들 수 밖에 없다. 조난의 원인, 즉 도시와 빛으로부터 '조난의 탈출구' 또한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중심을 잃었다면 구도를 통해 다잡으면 된다.
 
임철민, 건널목 1, 2023, 장지에 수묵, 70.x1400cm
▲ 임철민, 건널목 1 임철민, 건널목 1, 2023, 장지에 수묵, 70.x1400cm
ⓒ 임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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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재현'을 통한 모색은 필연적으로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는 실험으로 이끈다. 권인경의 작품 <홀로 앉은 기억1>은 공간의 주인인 사람의 '방'을 통해 인간과 공간을 직시하면서 작가가 느낀 흔적을 기록했다. 익숙한 듯 낯선 공간 속에 그려진 도시와 바다, 빼곡한 건물과 창, 문자와 이미지는 작품 앞에 선 독자들에게 새로운 질문 공간을 만들도록 한다.
 
권인경, 홀로 앉은 기억 1, 2023, 한지에 고서꼴라쥬, 수묵, 아크릴, 136x176cm.
▲ 권인경, 홀로 앉은 기억 1 권인경, 홀로 앉은 기억 1, 2023, 한지에 고서꼴라쥬, 수묵, 아크릴, 136x176cm.
ⓒ 권인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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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공간은 꿈의 바탕이다. 이용석에게 '정원'도 마찬가지다. 정원은 익숙하지만 인간의 실용적인 꿈이라기보다 오히려 인간과 자연의 융화를 보여주는 동양의 꿈이다. 다만 이용석의 <정원-꿈>은 동양적 순리와 안정 보다는 작가의 불안과 이상향에 대한 열망을 담은 정원이자 꿈이다.
 
이용석, 정원-꿈 24-04, 2024, 한지에 주묵, 167x80cm.
▲ 이용석, 정원-꿈  이용석, 정원-꿈 24-04, 2024, 한지에 주묵, 167x80cm.
ⓒ 이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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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의 안과 바깥 

시대에 부유하지 않고 작가 본연의 '진경정신'을 드러내고자 하는 것이 한국화를 그려내는 이들의 태도와 자세일테다. 작품을 마주하는 독자들의 미감도 그에 상응한다.

양정무는 <情景交融(정경교융), 소나무·안식의 빛 아래>를 통해 흐릿하면서도 분명한 '자기영혼' 즉 '진경정신'을 드러낸다. 진공 상태의 소나무와 빛 아래서 자신의 소명과 기도를 내보인다. 그렇기에 이를 만나는 독자 역시 자신의 내면을 작품에 내어주어야 한다.
 
양정무, 情景交融소나무·안식의 빛 아래Interactions between Emotion and Scenery_Pine tree·Under The Light of Rest, 2023, 장지에수묵, 70x140cm
▲ 양정무, 情景交融소나무·안식의 빛 아래 양정무, 情景交融소나무·안식의 빛 아래Interactions between Emotion and Scenery_Pine tree·Under The Light of Rest, 2023, 장지에수묵, 70x140cm
ⓒ 양정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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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는 한평생 추워도 향기를 팔지 않는다(梅一生寒不賣香)"는 상촌象村 신흠 선생을 닮은 매화가 피어나는 봄 저편에는 자유와 풍류를 뿜어내는 매화도 피어 자라고 있다. 성태훈의 <무지개가 매화에 피다>와 조풍류의 <자은도에 핀 매화>는 지속해서 변하는 시공간에서 변치 않는 자연의 서사를 기록한다. 지조와 희망, 자유와 풍류는 언제나 그대로 거기 있다.
 
성태훈, 무지개가 매화에 피다 A rainbow spreads over plum blossoms, 2023, 한지에 수묵아크릴, 92 x 100cm.
▲ 성태훈, 무지개가 매화에 피다 성태훈, 무지개가 매화에 피다 A rainbow spreads over plum blossoms, 2023, 한지에 수묵아크릴, 92 x 100cm.
ⓒ 성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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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풍류, 자은도에 핀 매화, 2024, 캔버스천 먹 호분 분채 석채, 24.2x33.4cm
▲ 조풍류, 자은도에 핀 매화 조풍류, 자은도에 핀 매화, 2024, 캔버스천 먹 호분 분채 석채, 24.2x33.4cm
ⓒ 조풍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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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외적 공간과 정신, (불)가능한 화해

교차하는 공간과 정신의 현현顯現 가운데서도 예외적 지평地平은 끊임없다. 가능한 혹은 불가능한 화해를 시도하는 이들이 있어 동시대인들은 언제나 기쁨의 연대를 만들어간다.

자연은 구체적 형상이자 형태적 청각이다. 수묵의 조형도 마찬가지다. 최순녕의 <봄의 노래>에서 작가의 유토피아, 그의 표현대로 "형상 밖의 형상(形象以外形象)"을 통해 우리는 '형상과 음율의 화해'를 마주할 수 있다.
 
최순녕, 봄의 노래Ⅰ Songs of Spring, 2024, 한지에 수묵과 혼합재료, 182x116.8cm
▲ 최순녕, 봄의 노래Ⅰ 최순녕, 봄의 노래Ⅰ Songs of Spring, 2024, 한지에 수묵과 혼합재료, 182x116.8cm
ⓒ 최순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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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 태생 젊은 작가 하루K가 그려내는 '(불)가능한 화해'도 지나칠 수 없다. <맛있는 산수(마라탕)>은 현대인의 이상향을 한국화의 고유성 속에서 담아 한 그릇 내어놓는다.
 
하루K, 맛있는 산수(마라탕), 2024, 한지에 수묵채색, 116.8x91cm.
▲ 하루K, 맛있는 산수(마라탕) 하루K, 맛있는 산수(마라탕), 2024, 한지에 수묵채색, 116.8x91cm.
ⓒ 하루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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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한국화3세대의물결, #한벽원미술관, #진경정신, #자유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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