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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기후협약 체결 이후로 가장 중요한 환경협약으로 떠오른 '플라스틱 국제협약'.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목표로 법적 구속력을 갖춘 국제협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2022년부터 유엔환경계획(UNEP)과 175개국으로 구성된 정부간협상위원회(INC)가 관련 논의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오는 4월 23일부터 29일까지(아래 현지시각), 일주일간 캐나다 오타와에서 '제4차 정부간협상위원회(INC-4)'가 예정돼 있습니다. 이어 올해 11월 우리나라 부산에서 마지막 5차 위원회(INC-5)를 거쳐 2024년까지 플라스틱 국제협약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그러나 INC-4 개최를 앞두고 플라스틱 국제협약이 체결될 수 있냐는 우려가 곳곳에서 나옵니다. 주요국별로 플라스틱 오염의 원인에 대한 시각이 다를 뿐더러, 감축목표 설정 여부 등을 놓고 갈등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플라스틱 국제협약의 핵심 쟁점은 무엇이고, 남은 과제는 무엇일까요? 그리니엄이 짚어봤습니다.[기자말]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목표로 법적 구속력을 갖춘 국제협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플라스틱 국제협약. 2022년 3월 제5차 유엔환경총회 2차 회의에서 175개국이 만장일치로 통과한 결의안을 기반으로 추진 중이다.
 플라스틱 오염 종식을 목표로 법적 구속력을 갖춘 국제협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는 플라스틱 국제협약. 2022년 3월 제5차 유엔환경총회 2차 회의에서 175개국이 만장일치로 통과한 결의안을 기반으로 추진 중이다.
ⓒ Andrew Sullivan-Hask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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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살펴봤듯, 플라스틱 국제협약을 약화시키기 위한 압력은 INC-4에서도 계속될 전망입니다. 그렇다면 2022년 당초 플라스틱 협약의 높은 야망을 되살리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할까요?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은 앞서 성공한 환경협약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홍 소장은 지난 9일 서울 용산구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서 열린 '플라스틱 국제협약의 전망과 과제' 포럼에서 이같이 밝혔습니다. 포럼은 녹색연합·서울환경연합·동아시아바다공동체오션 등 15개 단체가 참여하는 '플뿌리 연대(플라스틱 문제를 뿌리 뽑는 연대)'가 주관했습니다.

홍 소장이 언급한 성공한 협약은 1997년 몬트리올 의정서와 2013년 미나마타협약입니다. 각각 오존층 파괴물질과 수은·수은화합물을 금지한 협약입니다. 홍 소장은 두 협약이 성공한 이유 2가지를 꼽았습니다. 유해성에 대한 합의와 명확한 대안입니다.

그러나 "플라스틱과 관련해서는 2가지가 모두 불충분하다"고 홍 소장은 진단했습니다. 플라스틱 오염 문제에 대해선 이견이 없으나, 플라스틱 자체를 금지해야 할 정도로 유해한가에 대해서는 입장이 갈린단 것이 그의 말입니다. 플라스틱 규제에 반대하는 국가들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협약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란 설명입니다.

실제로 당초 플라스틱 국제협약 초안에는 없었던 "과학에 기반한(science-based)" 문구가 수정안에서 다수 등장한 것도 이를 보여줍니다.
 
 
2024년 노르웨이 연구진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플라스틱 및 플라스틱 생산에서 배출되는 화학물질은 1만 6,000개로 확인됐다 그중 유해물질은 4,200여개에 달했다
 2024년 노르웨이 연구진의 최신 연구에 따르면 플라스틱 및 플라스틱 생산에서 배출되는 화학물질은 1만 6,000개로 확인됐다 그중 유해물질은 4,200여개에 달했다
ⓒ PlasticC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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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유해물질 4200여개 넘지만… "더 강력한 증거 나와야"

물론 현재도 플라스틱의 유해성에 대한 민간 연구는 여럿 나와 있습니다. 국제유해물질반대네트워크(IPEN)가 내놓은 연구가 대표적입니다. 2023년 IPEN과 UNEP이 공동 진행한 연구에 의하면, 전 세계적으로 1만 3000여개의 화학물질이 플라스틱 및 플라스틱 생산과 관련됐습니다. 그중 근거가 확실한 유해물질은 3200개 이상으로 확인됐습니다.

지난 3월 노르웨이과학기술대(NTNU) 연구진의 최신 연구 결과, 유해물질 목록은 더 늘어났습니다. 플라스틱 및 플라스틱 생산에서 1만 6000여개의 화학물질이 나온단 것. 그중 유해물질은 4219개로 늘어났습니다. '영원한 화학물질' 또는 '좀비 화학물질'로 불리는 과불화화합물(PFAS)이 대표적입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김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화학물질센터 실장은 이같은 화학물질에 노출될 경우 비만과 당뇨병, 심혈관 질병, 암 등의 질병을 유발할 수 있단 점을 강조했습니다. 2018년 연구에 따르면, 미국에서만 이로 인한 보건 비용이 2490억 달러(약 344조 8600억 원)로 추산됩니다.

다만, 플라스틱 감축을 강제하기 위해서는 "권리를 침해할 수 있을 정도의 강한 조치를 위해서는 강한 증거가 필요하다"는 것이 홍 소장의 지적입니다. 일반적인 판단을 넘어, "부정하는 사람을 설득할 수 있을 정도의 근거"라는 점을 덧붙였습니다.
앞서 1992년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체결 이후 기후변화의 원인이 '인간 활동의 영향'이란 점에 과학자들이 합의하기까지 30년 가까이 걸렸단 점이 이같은 어려움을 보여줍니다.

따라서 플라스틱 유해성에 대한 과학적 기반을 강화하기 위한 연구 및 모니터링이 국제적으로 강화될 필요가 있다고 홍 소장은 강조했습니다.
 
바이오·생분해 플라스틱 추가 연구 필요성 지적도

포럼에서는 바이오 및 생분해 플라스틱에 대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단 제언도 나왔습니다. 최근 생분해 플라스틱을 둘러싸고 유해성 논란이 나오기 때문입니다. 자연에서는 생분해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완전히 분해되는 대신 미세플라스틱으로 배출될 수 있단 우려입니다.

양순정 한국플라스틱산업협동조합 상무는 이에 대해 "각국에서 유해성 판단을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이어 생분해 및 퇴비화 관련 물성에 대한 연구 투자가 강화되고 있어 더 개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지난 9일 열린 플라스틱 국제협약의 전망과 과제 포럼에서 이유나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 국제협력팀장이 발제 중이다.
 지난 9일 열린 플라스틱 국제협약의 전망과 과제 포럼에서 이유나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 국제협력팀장이 발제 중이다.
ⓒ 서울환경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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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점 된 해양·미세플라스틱, 협약의 '송곳' 역할해야

한편, 플라스틱 국제협약 논의를 다시 끌어올리기 위해 해양플라스틱과 미세플라스틱에 주목해야 한다는 제언도 나왔습니다.

이유나 동아시아바다공동체 오션 국제협력팀장은 "플라스틱 국제협약 결의문에서 특별히 해양 환경이 강조된 이유는 해양 플라스틱이 출발점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합니다. 달리 말하면 해당 주제가 구속력 있는 국제협약을 통과시키기에 정치적으로 매우 유리한 주제란 것이 그의 말입니다.

국경을 넘는 전 지구적 문제로서 국제 논의에서 다루어야 할, 다루기 좋은 의제이기 때문입니다. 또 해양폐기물 문제로 접근하다 보니 '개발 대 환경 보전'으로 대립하는 여타 환경 문제와 달리 더 단순해 보였단 것. 실제로 해양플라스틱과 미세플라스틱은 다운스트림(Downstream), 즉 사용 후 처리 문제의 논의로 매몰되기 쉽습니다.

물론 현재의 플라스틱 국제협약 논의에서 드러나듯, 본질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전(全)주기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습니다. 해양플라스틱의 80%가량이 육상에서 기인하기 때문입니다. 또 염분이 묻은 해양플라스틱은 재활용이 어렵기 때문에 생산 감축의 강력한 근거로 사용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팀장은 합의의 기반이 된 해양플라스틱과 미세플라스틱을 '송곳'으로 삼아 "인류세 전반에 걸친 생활사 전체를 뒤바꿀 전환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강력한 무기' 보유한 한국 "해양플라스틱 논의 이끌 수 있어"

이 팀장은 특히 한국이 해양플라스틱 논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단 점을 역설했습니다. 국가가 나서서 시계열로 전국의 해양폐기물 데이터를 모으는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2018년부터 해양환경공단 주관으로 '국가 해안쓰레기 모니터링'을 실행하고 있습니다. 동·서·남해 연안에서 2018~2020년 40곳, 2021년 이후 60곳을 선정해 2개월에 1번 정기조사를 실시합니다. 조사에 의하면, 2023년 한해 60곳에서 수거된 해안쓰레기는 7만 8476개입니다. 무게로는 약 23톤에 달했습니다.

이 팀장은 "(해얀쓰레기는) 관리와 유입만으로는 (해양플라스틱 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단 점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한국은 데이터라는 강력한 무기를 갖고 있다"며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습니다.
 
지정학 갈등 고조 "이란-이스라엘 분쟁 변수 될까"

한편, 더욱 복잡해지는 지정학적 갈등이 플라스틱 국제협약 논의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단 우려도 나옵니다.

최재연 한국환경산업기술원 국제환경협력센터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2022년  우루과이 푼타델에스테에서 열린 1차 회의(INC-1)의 주요 도전과제는 플라스틱이 아닌 지정학적 분쟁이었습니다. 최 연구원은 플라스틱 국제협약 논의에 참석한 한국 대표단 중 한 명입니다.

당시 유럽연합(EU)과 한국·일본·미국 등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며 우크라이나와의 연대를 표명했습니다. 이에 러시아는 회의가 정치화되면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프랑스와 캐나다가 앞선 회의에서 러시아 대표단의 비자 발급을 거부했단 점을 들어 INC 개최국 지정에 항의하기도 했습니다. INC-2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됐으며, 오는 23일 INC-4는 캐나다 오타와에서 개최됩니다.

여기에 최근 이란과 이스라엘의 분쟁이 확장되며 지정학적 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기후테크·순환경제 전문매체 그리니엄(https://greenium.kr/)에도 실립니다


태그:#플라스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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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테크·순환경제 전문매체 그리니엄의 에디터. 지속가능한 사회로 나아갈 방법을 찾다 그리니엄에서 순환경제를 접했다. 스토리텔링 역량을 살려서 쉽고 재미있는 글을 쓰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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