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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현안스님)와 스승인 미국 영화스님
 필자(현안스님)와 스승인 미국 영화스님
ⓒ 보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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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어렸을 적 대장부 같은 기질을 갖고 태어났습니다. 게다가 무남독녀 외동딸로 말입니다. 그리고 어른이 된 후 이른 나이인 20대 후반에 사업을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직원을 부리고, 사장 역할을 하는데 타고난 성품이 꽤 도움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출가생활에 있어서는 그것이 많은 장애가 되었습니다. 출가하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그런 말투과 행동이 남아있으니, 그게 사람들의 기분을 상하게 했습니다. 나는 이미 그걸 고치려고 최선을 다하는 중이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렇게 보이지 않는 겁니다. 그래서 꽤 자주 사람들에게 말하곤 했습니다. 

"저도 이미 노력 중이라고요. 출가한다고 하룻밤에 다른 사람이 될 수는 없는 거예요!" 

이런 것들이 나에게 늘 괴로움을 주었습니다. 게다가 미국에서 출가 후 6개월 만에 스승님은 나를 한국으로 보냈습니다. 나의 타고난 강한 책임의식은 미국에서 보고 들은 것이 더 옳다고 스스로 믿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마주하는 상황 상황마다 많은 것이 나를 번뇌스럽게 했습니다. 

게다가 영화 스님은 나에게 어떤 결정권도 주지 않았는데, 사람들은 당연히 나에게 책임이 있다고 단정 지어버렸습니다. 그래서 자기 마음대로 안 되는 일이 생기면, 그때마다 나에게 탓을 돌렸습니다. 

사람들은 제각기 많은 스토리와 사연들이 있었습니다. 이런 모든 것들이 날 너무 힘들고 괴롭게 했습니다. 그래도 나름 참고 견디려고 무진장 애썼습니다. 화날 때도 많았고, 마음속으로 남을 탓할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또 노력했습니다.

한편 내가 많이 번뇌스러울 때, 사람들이 나를 싫어하거나 거부한다고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스승님은 이런 모든 걸 알면서도 개입 없이 그냥 내버려 뒀습니다. 다행히 이제 우리의 승가는 더 많은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모두 각자 자기 자신을 돌이켜볼 수 있는 기회도 더 많아졌습니다. 누구 한 사람 탓을 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나의 스승인 영화 스님은 더 뛰어나거나 오래되었다고 해서, 우두머리로 두지 않고, 동등관계로 만들어놨습니다. 그래서 선배부터 오늘 들어온 사람까지 모두가 괴로움과 번뇌를 겪게 만듭니다. 우리 모두 번뇌를 많이 겪어야 했지만, 덕분에 더 균형 잡히고 단단해졌습니다. 

예전에 저는 영화 스님처럼 뛰어난 스승님 곁에 오래 있어서 아는 것이 너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아닌 척하려고 내심 노력하고 있었지만, 다른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의 약점, 오류, 허물을 업신여기는 마음이 많았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너무나 어리석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수행은 그런 문제들을 파고들고 깊이까지 들어갈 수 있게 해 줬습니다. 나의 스승님은 내가 밤낮으로 하루도 쉬지 않고 일을 해도, 칭찬해 주는 때는 거의 없습니다. 어려운 문제를 잘 처리해 놓아도 잘했다는 칭찬은 없는 겁니다. 나의 멍청한 아상이 튀어나와서 잘난척하거나 힘을 휘두르게 두지 않는 겁니다. 

그러므로 이럴 때 나는 마음속 깊이 생각해 보고 선택해야 합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은 나를 위한 일인가? 진정으로 사람들을 위한 일인가? 인정받기 위해서, 좋은 평판을 위해서, 칭찬 듣기 위해서 하고 있는 것인가?

이런 개인적인 질문, 개인적 문제가 일어나야 수행이 비로소 시작됩니다. 몸과 마음이 힘들면 스승님이 날 인정해주지 않는다, 오해한다. 사람들이 너무 심하다, 이게 무슨 쓸모가 있어 등등 이런 여러 구실을 갖고 불평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이런 불편한 상황과 사람들을 거울삼아 내 마음을 비춰볼 수도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수행의 과정은 타인의 문제, 실수, 성격을 이해하는 게 아닙니다. 어떤 사람이 잘못했을 때, 그게 틀렸다는 걸 알아보는 것이 아닙니다. 겉으로 티 내지 않고, 말하지 않더라도, 마음 속에서 타인의 문제를 판단하고, 관심을 갖습니다. 그런 습관의 힘을 강력합니다.

그러니 기억하십시오. 누군가 실수를 했다면 그건 그 사람의 문제입니다. 그걸 핑계로 사람들의 마음에 미움과 증오를 퍼뜨리지 마십시오. 누군가 잘못하거나 번뇌하는 것은 그들의 괴로움입니다. 우리가 거기에 더 상황을 악화할 필요는 없습니다. 대신 자기 자신만 보십시오. 그것이 바로 수행입니다.  

덧붙이는 글 | 개인 브런치에 동시발행합니다.


태그:#명상, #선명상, #마음공부, #자기성찰,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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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 로스앤젤레스 위산사에서 영화스님의 제자로 출가했고, 현재 분당 보라선원에서 정진하며 선 명상과 대승불교를 지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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