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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순 그림책
 고정순 그림책
ⓒ 웅진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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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창 일하고 있는데 전화벨이 계속 울린다. 교장실에서 열리는 부장회의는 중간에 나갈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아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걸까? 마음은 조급하지만 당장 전화를 받지 못했다. 회의가 끝나고 부리나케 큰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왜? 무슨 일이야?" 
"엄마, 나 배고파. 언제 와?" 


시계를 보니 퇴근시간을 훌쩍 넘겼다.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지만 빨리 간다고 해도 퇴근시간임을 감안하면 족히 한 시간은 걸릴 것 같았다. 

"OO아, 미안해. 엄마 회의가 너무 길어져서. 샌드위치 만들어 둔 거는 다 먹었어?" 
"응. 그럼 나 상가 떡볶이 먹으면 안 돼? " 
"그래, 조심해서 가고, 엄마가 아줌마께 전화 걸어 둘게. 그리고 미안한데 서율이 어린이집 차 오는 시간에 나가서 좀 데리고 가 줄래?" 
"알겠어. 엄마 빨리 와." 


아홉 살 꼬마에게 여섯 살 동생의 하원을 부탁했다. 

그 시절 나의 일과는 전쟁과도 같았다.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아이들과 남편의 아침식사를 준비하고, 아이들을 깨워, 먹여, 입히고야 내 준비가 시작되었다. 직장까지의 거리가 있어 남들보다 30분 먼저 출발해야 했기 때문에 둘째 아이는 늘 어린이집에 1등으로 등원했다. 

직장에서는 아이 키우는 티를 내며 일을 소홀히 하면 승진의 기회를 잡기가 어려워 질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더 악착같이 일했다. 육아와 직장생활 어느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었던 현실이었다. 
 
그림책의 한 장면
 그림책의 한 장면
ⓒ 웅진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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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여 년 전 나의 이야기, 그럼 현재 직장 여성들의 삶은 어떨까? 그때에 비해 많이 나아졌을까? 주변을 둘러보면 그런 것 같지도 않다. 여전히 아이를 낳기도, 키우기도 힘든 나라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를 향해 곤두박질치고 있다. 키우기 힘드니 낳지 않는 것이다. 

선거철이면 수많은 출산장려와 육아정책이 쏟아진다. 정책들을 꼼꼼히 다 들여다보지는 못하지만, 대표적인 몇몇들을 보면서 의문이 생긴다. 

영유아 1인당 100만 원을 준다고 해서 선뜻 아이를 낳으려는 커플이 있을까? 늘봄 교실 운영시간을 오후 8시까지 확대하는 것이 아이들을 위한 정책일까? 그렇게 오래 아이를 맡기는 부모가 과연 직장에서는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을까? 
 
그림책 한 장면
 그림책 한 장면
ⓒ 웅진주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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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아이를 키우는 데 어려움이 줄어들어야 한다. 부모와 아이 모두를 위하는 방법은 부모를 아이 곁으로 빨리 돌려보내는 것이다. 아이와 부모가 함께 하는 시간을 경제적 어려움 없이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일단 짧은 노동시간, 집에서 가족과 보내는 시간이 권리로 보장되어야 한다. 

당장은 많은 예산이 들기에 전면적으로 실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겠지만, 점진적으로 확대되었으면 한다. 

책 <엄마 왜 안 와>는 아이가 집에서 엄마 아빠를 기다리는 이야기로, 일하는 여성들의 일상이 잘 담겨있는 그림책이다 

'아이는 국가가 키워야 한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국가의 정책과 예산으로 부모가키울 수 있게 하는 것이 국가의 소임일 것이다. 

교실 문이 열릴 때마다 엄마가, 아빠가 아닐까? 기대하고 다시 실망하는 아이들, 마지막까지 혼자 남겨지는 아이들의 마음을 헤아리는 정치가 되기를 바란다. 부모의 마음으로. 

"잠 안 자고 울어대는 새들이 모두 잠들면 곧 갈게. 언제나 나를 기다려준 네가 있으니까." (그림책 속 대사)

엄마 왜 안 와

고정순 (지은이), 웅진주니어(2018)


태그:#출산장려, #육아정책, #부모돌봄,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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