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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정책은 실종되었다. 정권심판이냐 이조심판이냐를 두고 선거판이 벌어진 가운데, 지역구 후보자 전수조사를 통해 기후 선거를 만들려는 시도가 있어 주목받고 있다. 기후정치바람 등 국내 16개 기후⋅시민단체가 22대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의 공약을 전수 조사한 결과 696명 중 24.1%가 적어도 2개 이상의 기후공약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4일 분석 결과를 발표한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기후공약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만큼의 많은 개발공약이 제시된 현실을 감안해서 그 기준을 '낮추어' 개발공약이 있음에도 기후 공약이 2가지 이상이 되는 경우는 기후공약이 있다고 분류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후위기가 점차 심각해지면서, 기후를 중요한 의제로 생각하는 '기후 유권자'가 늘어나는 것과는 대조되는 결과다.

이번 조사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선거공보를 기준으로 전국 254개 선거구에 출마한 후보자를 전수 조사했다. 이 소장은 "과연 2050 탄소중립을 약속한 나라의 국회의원 후보들인가"라는 자괴감이 들었다면서 "국제적으로 탄소중립을 위해 여러 제도가 정착하고 있고, 이번 22대 국회야말로 기후위기 대응에 골든타임"이라면서 이번 총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원내 정당들이 중앙당 차원에서 제시한 10대 공약에 기후공약을 제시한 것은 고무적인 일이지만, 지역구 후보자들이 기후공약과 동시에 기후에 악영향을 줄 개발사업이 상당하여 기후위기에 대한 정책적 고민이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2024 총선 후보 696명 공약 전수조사 발표 기자회견에서 기후공약을 보고 투표해 달라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2024 총선 후보 696명 공약 전수조사 발표 기자회견에서 기후공약을 보고 투표해 달라는 행위극을 하고 있다..
ⓒ 기후정치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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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공약을 두가지 이상 제시하는 후보를 지역별로 보면 경기 41명, 서울 31명  순으로 많았고, 해당 지역 출마자 중 비율로 보면 제주가 42.8%(후보자 7명 중 3명), 경남 40.5%(37명 중 15명), 인천 38.5%, 충남 35.5%, 광주 31.8%  순으로 나타났다. 대전, 전북, 부산 지역에서 기후 공약을 발표한 후보자는 각 5.6%, 9.0%, 9.3%에 그쳤다.

기후위기비상행동 등 기후관련 활동이 비교적 활발한 지역에서는 그나마 기후공약을 제시하는 비율이 높았다. 후보자들을 초청한 기후 집담회까지 열렸던 서울시 성북구의 경우 5명 중 4명이 기후공약을 제안했고, 그 내용도 긍정적으로 평가되었다. 정당을 기준으로 기후공약을 제시한 후보의 비율은 녹색정의당(100%) 진보당(48%), 더불어민주당(39%), 국민의 힘(15%), 새로운미래(14%) 순이었다.  

 
696명 지역구 후보 중 기후공약을 제시한 정당별, 지역별 현황을 보여준 표. 지역별 후보자 중 기후공약을 제시한 비율은 제주 42.8%, 경남 40.5%, 인천 38.5%, 충남 35.5%, 광주 31.8%  순으로 나타났다.
 696명 지역구 후보 중 기후공약을 제시한 정당별, 지역별 현황을 보여준 표. 지역별 후보자 중 기후공약을 제시한 비율은 제주 42.8%, 경남 40.5%, 인천 38.5%, 충남 35.5%, 광주 31.8% 순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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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와 민생과 연결된 교통 문제  

기후공약으로는 전국 공통으로 나온 것들 중 교통 패스 84건, RE100 51건, 태양광 16건 순으로 나타났다. 최근 서울에서 시작된 기후동행카드 등으로 교통 문제와 기후 문제의 연관성을 인식하는 분위기가 확산된 결과로 해석될 수 있다.

또, 대중교통 요금 지원 정책은 승용차 사용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활성화하면서도 물가 안정에도 기여하는 교통 복지 정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기도 하다. 올해 기후정치바람이 전국 1만 7000명을 대상으로 기후정책과 관련하여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승용차 대수를 제한하는 등 교통 문제에 대해 시민들의 문제의식이 높다는 것이 드러난 바 있다.

그러나 교통 패스를 넘어 자동차 수송분담률을 줄이고 대중교통을 늘리기 위한 정책 노력은 두드러지지 않은 것이 아쉬움으로 지적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서울시 마포구 후보자가 발표한 '차 없는 시민을 위한 지원 정책-관리비부터 공공요금 할인까지', 대구 수성구에서 나온 '대자보(대중교통, 자전거, 보행) 교통체계 중심의 도시기본계획 편성과 버스완전공영제 추진' 공약은 주목할 만한 것으로 평가되었다.

새롭게 유행하는 도로 및 철도 지하화 공약  

기후공약을 분석하고자 한 조사지만, 후보들의 개발공약의 수가 압도적이라는 점에서 두 성격의 공약을 모두 분석하여 그 특징도 함께 도출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이번 조사에서는 개발공약의 범주로 철도와 도로 지하화, 조속한 재개발·재건축 및 규제 완화, 그린벨트 해제, 원자력발전, 소형모듈원자로(SMR), 공항, 서울 확대 및 편입, 노후계획도시 특별법 확대, 수도권정비법 역차별 규제완화, 경제자유구역특별법, 메가시티, 거대도시, 성장촉진권역 지정 특별법, 수도권으로 연결되는 도로, LNG 산업유치, 도심복합화력, 데이터센터 클러스터를 선정하여 해당 공약 반영여부를 확인하였다.

그 결과 주차장 확대를 공약한 후보가 342명으로 가장 많았고, 그린벨트 및 상수원보호구역 해제 및 고밀도 개발 등의 규제 완화 공약을 제시한 후보가 196명, 철도와 도로 지하화를 내세운 후보가 181명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 경기가 가장 많아서 인구의 절반이 수도권에 살고 있음에도 여전히 수도권 과밀 정책이 부추겨지고 있다는 게 드러났다. 

 
22대 총선 후보자 개발공약을 지역별로 구분한 표
 22대 총선 후보자 개발공약을 지역별로 구분한 표
ⓒ 기후정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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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종영 기후정치시민물결 운영위원은 "철도 및 도로 지하화를 하면 지상에 공원을 만들어서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다면서 친환경 사업으로 포장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유행처럼 번지는 이 공약이 사실상 해당 부지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인근 주민들이 이익을 얻는 반면, 투입 비용은 어마어마해서 편익을 얻기 힘들 것으로 내다봤다. 이렇게 난무하는 개발 공약 중 일부는 실현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환경부가 지하화 사업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가장 많이 지적된 주차장 공약은 암스테르담의 경우처럼 도심 내 주차장을 외곽으로 이전하는 것이 흐름인데, 민원성 공약이 관성적으로 추진되는 점이 지적되었다. 이미 전국 평균 주차장 확보율은 103%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 조사에 함께한 로컬에너지랩의 신근정 대표는 가장 최악의 개발 사업을 묻는 질문에 "하나를 꼽기는 어려운데, 도로 지하화의 경우는 동부간선도로와 같은 긴 연장의 고속화도로의 경우 후보의 지역구 구간을 지하화하겠다고 공약하는데 25개 자치구 중 22개 지역의 후보들이 지하화를 내세웠다"면서 이러면 서울 전체가 공사판이 되는 것 아니냐고 우려했다.

경기 지역 후보자들 공약을 분석한 기후위기경기비상행동 김현정 공동실행위원장은 "대부분의 공약이 지역 현안에 치중되어 있어서 지자체장 선거인지, 국회의원 선거인지 모호하고, 유권자가 공약을 검증할 수 있는 시간이 너무 촉박하다 보니, 대부분 검증 없이 '규제 완화, 주민이 OK 하실 때까지'처럼 민원 해결성 공약이 난무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들 단체는 전수조사 자료 발표 이후에도 계속해서 후보자들에게 실질적 기후공약을 요구하는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며, 4월 8일(월)까지 후보자들이 추가로 기후공약을 발표하고, 로컬에너지랩(localenergylab@gmail.com)에 전달할 경우, 이를 기후 유권자들과 공유할 계획이다.   

태그:#기후정치, #기후유권자, #기후시민, #기후공약,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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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의 시대, 지역과 페미니즘을 고민하며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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