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인터불고호텔에서 바라본 팔현습지 전경. 이 아름다운 풍경을 품고 있는 호텔이 인터불고다.
 인터불고호텔에서 바라본 팔현습지 전경. 이 아름다운 풍경을 품고 있는 호텔이 인터불고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대구를 대표하는 호텔 인터불고는 '대구 3대 습지'라 불리는 팔현습지를 고스란히 품고 있다. 그런데 최근 이 호텔이 환경 훼손 논란에 휩싸였다.

호텔 인터불고는 팔현습지에 속한 제봉이란 낮은 산의 끝자락에 위치해 있어, 이 호텔에 서면 팔현습지의 아름다운 전경이 고스란히 눈에 담긴다. 

팔현습지의 덕을 톡톡히 보고 있는 이 호텔이 팔현습지 핵심 생태구간으로 오수를 흘려보내고, 수리부엉이가 날아오는 곳인 산꼭대기 나무들을 수십 그루 무단 벌채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다. 지난달 31일, 그 현장을 고스란히 확인했다. 
 
오수가 흘러내려 절벽 구간의 바위가 부식이 됐다.
 오수가 흘러내려 절벽 구간의 바위가 부식이 됐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그동안 오수를 얼마나 흘려보냈는지, 산 아래서 보면 절벽의 바윗돌이 다 부식되어 있을 정도였다. 특히 특정 부분만 흘러내린 것으로 봐서는 특정 관로에서 계속해서 흘러내리는 것으로 보인다.

또 나무 수십 그루도 벌채돼 있었다. 아마도 나무들이 시야를 가려서 팔현습지 전경을 볼 수 없기에 벌어진 일이 아닐까 짐작해 본다. 나무의 입장에서 보면, 절벽 구간이라 척박한 환경일 수밖에 없는데... 그런 곳에서 어렵게 겨우겨우 버텨온 셈인데도, 하루 아침에 싹둑 잘린 것이다. 
 
산꼭대기의 나무 무단 벌채 현장. 호텔 측에서 잘못을 인정했다.
 산꼭대기의 나무 무단 벌채 현장. 호텔 측에서 잘못을 인정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나무 무단 벌채 현장. 이렇게 수십 그루의 나무들이 잘려나갔다.
 나무 무단 벌채 현장. 이렇게 수십 그루의 나무들이 잘려나갔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팔현습지의 명물이자 마스코트가 돼버린 수리부엉이가 이곳 호텔 인터불고까지 날아온다는 것은 호텔의 에어컨 실외송풍기 위에 수리부엉이가 토해놓은 '팰릿'으로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곳의 나무들은 수리부엉이가 앉아 쉬어갈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한데, 싹둑 잘려나갔으니... 수리부엉이 입장에서는 하나의 휴식처가 사라진 셈이다.
 
호텔 갤실 뒤 에어컨 실외송풍기 위에 수리부엉이가 토해놓은 팰릿. 이곳까지수리부엉이가 날아다닌다는 결정적 증거다.
 호텔 갤실 뒤 에어컨 실외송풍기 위에 수리부엉이가 토해놓은 팰릿. 이곳까지수리부엉이가 날아다닌다는 결정적 증거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수리부엉이 뱉어놓은 팰릿.
 수리부엉이 뱉어놓은 팰릿.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사실 1980년대 이 호텔이 지어질 때만 해도 문제가 많았다. 절벽을 깎아서 공사를 해야 했기 때문에 당시에도 환경파괴 논란이 컸다. 특혜성 공사 시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 호텔 인터불고의 산 역사다.

물론 지금은 당시와는 다른 대구의 모 외식업체가 인수해서 운영하고 있지만 환경파괴 문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호텔 인터불고이기에, 이번 일은 씁쓸함을 더한다. 환경파괴라는 논란 위에 건설된 호텔의 '원죄'가 있기에 더욱 철저하게 환경을 보호해야 할 이유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환경훼손 논란의 한가운데 있게 됐으니 말이다.

설상가상 환경부 낙동강유역환경청은 호텔 인터불고 절벽 아래로 강바닥에서부터 높이 8미터, 길이 1.5킬로미터에 이르는 보도교를 설치하는 공사(관련기사 : "수리부엉이 부부 사는 곳에 도로를 짓는다니요")를 실시하려 해 지역 환경사회단체들로부터 거센 저항을 받고 있기도 하다. 
 
팔현습지를 품고 있는 호텔 인터불고 전경
 팔현습지를 품고 있는 호텔 인터불고 전경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인터불고 호텔은 아름다운 대구의 3대 습지인 팔현습지를 고스란히 품고 있는, 대구를 대표하는 호텔이기 때문에 더욱 철저하게 '환경'을 고려하는 경영을 해야 한다. 

호텔 인터불고의 자성을 촉구하며

환경 파괴 논란에 대해 지난 1일 호텔 인터불고 대표이사는 기자와 한 통화에서 "나무 무단 벌채는 직원들의 실수가 있었던 거 같다"라며 "아카시아 등 잡목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일부 나무들까지 벌채해버린 것은 맞고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어 "다만 오수 부분은 오수가 아니라 우수관로에서 나간 것으로 보인다"라며 "바위가 부식된 것으로 보이는 것은 오랫동안 물이 흘러내려서 그런 것 같다. 원인을 더 분명히 밝혀서 이 문제도 바로 해결하도록 하겠다"라고 해명했다.

대표이사의 분명한 입장 표명 듣고 기자는 무수한 법정보호종들의 '숨은 서식처'인 이곳 절벽의 밤을 밝히고 있는 호텔 인터불고 꼭대기 주차장의 야간 조명에 대해서도 시정을 요구했다.
 
야간 조명을 밝히고 있는 인터불고호텔 꼭대기의 야외 주차장
 야간 조명을 밝히고 있는 인터불고호텔 꼭대기의 야외 주차장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팔현습지에서 목격된 멸종위기종 담비의 모습
 팔현습지에서 목격된 멸종위기종 담비의 모습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이에 대해 그는 "현재 밤 11시까지 조명을 밝히고 있는데, 9시에는 소등할 수 있도록 바로 조치를 하겠다"라며 "산책하는 이용객들의 안전 문제로 최소 9시까지는 조명은 밝혀둘 수밖에 없음을 양해해 달라"라고 답했다. 

법정보호종인 수리부엉이나 하늘다람쥐, 담비가 수시로 드나드는 그들의 '숨은 서식처' 일부를 점령한 채 들어서 있는 호텔 인터불고는 그 원죄가 있기에 더욱 환경을 보호하고 보전하는 경영 방침을 가지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이곳에 자리잡은 원죄를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구를 대표하는 호텔 인터불고의 자성을 더욱 촉구해보는 이유다.
 
팔현습지의 명물이자 마스코트가 돼버린 수리부어잉 부부의 모습. 두 마리가 동시에 우우 하며 울고 있다.
 팔현습지의 명물이자 마스코트가 돼버린 수리부어잉 부부의 모습. 두 마리가 동시에 우우 하며 울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태그:#금호강팔현습지, #인터불고호텔, #수리부엉이, #담비, #나무벌채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