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재정 압박 속 대한민국 건강보험
 재정 압박 속 대한민국 건강보험
ⓒ 경실련

관련사진보기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정당들의 내부 갈등과 공약 부재가 유권자들의 정책 기반 선택을 어렵게 만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래서 경실련과 청년서포터즈는 이번 선거가 정책 선거가 될 수 있도록 We급한(위급한, 우리에게 급한) 공약을 제안합니다. 네 번째 공약은 지속가능한 건강보험을 위한 재정지출 관리 강화입니다.

최근 대한민국에서는 정부와 의료계 사이의 긴장이 뉴스의 주요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가 의과대학 정원 확대와 함께 필수 의료 분야에 대한 지원 강화를 골자로 하는 의료 정책 패키지를 추진 중인 가운데, 이러한 변화에 대한 의사 집단의 반대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특히, 필수 의료 분야의 수가 인상과 관련하여 양측 간의 다양한 의견들이 언론에 공개되고 있습니다. 의료수가는 의료서비스에 대한 대가를 말하며 국가 재정으로 지원합니다. 따라서 의료수가 문제는 건강보험 제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입니다.
 
건강보험이란?
 건강보험이란?
ⓒ 경실련

관련사진보기


먼저 국민건강보험제도(아래 건보)는 대한민국의 사회보험제도로 전 국민을 대상으로 포괄적인 의료 보장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모든 국민이 직장가입자 혹은 지역가입자로 구분되어 건강보험료를 납부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많은 국민들에게 혜택이 분배되고 있는 지금까지 훌륭한 정책이라고 평가받는 제도입니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비교적 단순한 질병으로도 병원에 쉽게 갈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도 이러한 제도 덕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훌륭한 제도가 지속가능한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건보는 애초부터 포괄적 사회보험제도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비용에 대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인구 구조상 혜택을 받는 사람보다 비용을 부담하는 사람들이 많아 재정 건전성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서 고령화가 진행되며 혜택을 받는 사람이 많아지고 과거와 달리 건강에 대해 사회적으로 관심이 증대되어 기존 환자의 수가 이전보다 늘어나 건보 지출이 지속해서 확대되어 가고 있습니다.
 
건강보험의 안정적 운영
 건강보험의 안정적 운영
ⓒ 경실련

관련사진보기

 
결국 건강보험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서는 지속가능한 재정 관리가 필요합니다. 특히 가진 돈을 잘 쓰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최근 필수의료 강화 대책으로 거론되는 "수가 인상"이 건보재정을 어떻게 쓸 것인가와 매우 밀접합니다.

수가는 간단히 말해서 의료행위의 대가로, 의료인이 환자를 치료하는 행위가 얼마인지를 나타내는 개념입니다. 우리가 직접 내는 병원비는 이렇게 '수가'가 적용되고 남은 나머지 비용이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수가제도가 어떻길래 재정문제를 고민하게 된 것일까요?
 
행위별 수가제도 문제점
 행위별 수가제도 문제점
ⓒ 경실련

관련사진보기


우리나라는 "행위별 수가제도"를 운용하고 있습니다. 행위별 수가제란 의사가 의료행위를 할 때마다 수가를 적용하는 방식입니다. 진료, 검사, 치료, 수술, 약제 등에 정해진 수가가 있고 이를 합산해서 진료비가 정해집니다. 이에 따라 의료 서비스 제공에 대한 정확하고 투명성을 높이고,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보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정책 본질이 행위의 양에 대비해서 보상이 주어지기 때문에 의료기관에서 의도치 않아도 불필요한 의료 서비스를 환자에게 제공하거나 환자의 요구가 있을 때 특별한 제한사항이 존재하지 않다면 요구를 들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장기적인 치료와 관리가 필요한 분야에 대한 행위를 객관적으로 수가 책정을 하기 어려움이 존재하고 수익성이 높은 치료나 시술이 의료수가가 높게 책정된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문제로 인해 의료수가가 낮게 책정된 분과들에 인력이 충원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소아청소년과 오픈런과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도 이런 점 때문입니다.

분과별로 선호도를 떠나서 많은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서는 의료 행위의 양이 많아야 하기에 1분 진료와 같은 현상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현상은 의료 서비스의 질적 저하 문제와 건보 재정 악화를 통한 지속가능성을 저하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총액 관리 필요성
 총액 관리 필요성
ⓒ 경실련

관련사진보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건강보험의 총액 관리가 필요합니다. 현재 대한민국 건보 체계는 수익 대비 지출에 대해서 상한선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지출에 대해 상한선이 존재하지 않아서 무분별하게 의료 행위가 이어지고 이를 충당하기 위해 국민들의 지갑에서 비용을 충당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대한민국의 현재 인구 구조상 고령화, 저출산이 진행되며 지출되어야 할 부분은 증가하지만, 미래 수익 기반이 약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상한선이 존재하지 않는 정책은 수익과 지출 간의 격차가 기하급수적으로 벌어질 것입니다.
 
현 정부 대책과 문제점
 현 정부 대책과 문제점
ⓒ 경실련

관련사진보기

 
정부에서는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으로 저평가되었던 필수의료분야 수가를 올리는 것과 동시에 수술·입원·처치료는 저평가됐지만 영상·검사 분야는 고평가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상대가치 조정을 제때 이루지 못하고 있는 현행을 대비하기 위해 상대가치 수가제도를 전면 개편하고 상대가치 점수 개편 주기를 현행 5~7년에서 2년으로 단축하고, 그 이후 연 단위 상시 조정 체계로 전환한다고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접근 방식에 대해 신중한 평가가 필요합니다. 정부 방식의 맹점은, 상대적인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고 원성이 높은 진료과 수가만 올린다는 점입니다. 이론적으로 상대가치 조정은 총액이 고정된 상태에서 비율만 조정되어야 하지만, 정부 방침대로 시행된다면 실제로는 총액이 10에서 6:4의 비율이었던 것이 5:5로 조정되어야 하나, 실제로는 총액이 15로 증가하면서 8:7과 같은 비율로 조정되는 경우가 발생합니다. 이와 같이 의료계의 요구에 따라 총액 자체가 증가하는 상황은 결국 진료 과간의 조정이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의 과도한 사용으로 이어지는 부작용을 낳습니다.

따라서, 상대가치 점수 개편의 주기를 단축하는 것뿐만 아니라, 건강보험 재정의 효율적 관리와 총액 관리에 대한 명확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건강보험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선 진료과 간의 공정한 수가 조정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건강보험 재정의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합니다.
 
외국 건강보험 사례
 외국 건강보험 사례
ⓒ 경실련

관련사진보기

 
우리와 조금 다른 상황일지라도 해외의 경우, 독일은 소득 비례 보험료 시스템과 고용주 기여를 통해 재정을 확보하며, 필요시 정부가 추가 자금을 제공하여 시스템의 안정성을 유지합니다. 프랑스는 의료비 지출의 상한선 설정과 고가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정부의 사전 승인 요구를 통해 비용 효율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일본은 지출 증가 억제와 필수 의료 서비스의 질 유지를 위한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여러 국가들이 지속가능한 건강보험 제도를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건강보험 재정지출 관리 강화를 위해서는 상대가치 점수 개편과 공정한 수가 조정을 넘어서 지출을 가장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총액 관리에 대한 법안이 필요합니다. 지금까지 건보에 대한 많은 개정이 있었지만, 미래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한 적은 없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중요한 사회적 이슈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국회에서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후보자에게 투표함으로써, 우리 사회의 건강보험 제도가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합니다. 국민의 가장 기본적인 복지와 직결된 이슈인 만큼, 정치적 이념을 넘어서 지속 가능성과 효율성을 우선시할 수 있도록 정책선거가 필요합니다.
 
경실련이 제안하는 공약이 궁금하다면?
 경실련이 제안하는 공약이 궁금하다면?
ⓒ 경실련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경실련과 안재민 청년서포터즈가 함께 작성한 기사입니다.


태그:#건강보험
댓글

경실련은 특정 당파에 얽매이지 않고 실현 가능한 대안을 제시하며 정부 보조금을 받지 않는 독립적인 시민단체입니다. 약자를 보호하고, 시민의 권익을 대변하는 경실련과 함께 해주세요!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