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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기운 완연한 4월이다. 4월의 불청객이랄까, 꽃과 호수의 도시 일산에서 아이를 키우는 내내 가졌던 불만이 하나 있다.  왜 학교는 중간시험과 기말시험을 날 좋을 때 잡거나 황금연휴의 앞뒤로 잡는 걸까? 학생의 행복에 무심한 학교의 이 같은 처사에 번번이 나 홀로 격분하며, 이는 ‘권력기관(학교)의 횡포다’라고 규정하곤 했다.

어찌 됐든 나의 오랜 항변에도 불구하고 이제 곧 초중고와 대학은 중간고사 기간에 돌입한다. 중간고사를 앞둔 자녀의 시험대비는 잘 되고 있는가? 학원에서 대비시켜 주거나 인터넷 강의(인강)로 대비하는 경우가 주를 이룰 것으로 생각된다. 이 나라 아이들이 약속이나 한 듯 학원과 온라인 수업으로 시험 대비를 하지만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앞서 언급한 방법들로 시험준비가 제대로 안 됐기 때문이다. 시험준비가 미비한  이유는 아이별로 각기 다르지만 뭔가 빈 구멍이 있다는 얘기다. 학원 교육이나 인강 수업으로 자녀의 시험 대비가 잘 되지 않는 경우 참고해 볼만한 방법을 하나 제안해 본다.
 
우리 집 작은 아이의 초등 1, 2학년 학교 성적은 나쁘지 않은 정도였다. 많은 부모들이 그렇지만 둘째를 대할 때 조급증과 불안이 첫째 아이 때보다는 서서히 찾아온다. 둘째는 별 것 아닌 성취에도 과분한 인정을 받고, 심지어 그 존재만으로도 부모에게 기쁨이 된다. 나 역시 그랬으니 아이의 성적이 거슬리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는 달랐던 것 같다. 매사에 욕심이 많은 아이라 자신의 성적에 만족하지 못했고 성적을 올리고 싶어했다. 

‘그래? 성적에 욕심이 생기고 학습할 마음의 준비가 되었단 말이지’ 바로 지금이 코칭의 시간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코칭을 위해서는 먼저 아이를 파악하는 것이 먼저다. 아이의 발달과 수준, 특성에 대한 이해와 진단 없이는 코칭의 결과가 긍정적일 수 없고 심지어 아이의 상태를 더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집 작은 아이는 적응과 습득에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게다가 완벽주의 성향을 갖고 있어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그냥 넘기지 못한다. 이런 특성은 수업 내용을 빠르게 내 것으로 만드는 데 제약이 된다. 당시 난 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자습서(문제집이 아닌)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아이에게 자습서를 건네주고 읽게 했다. 

자습서는 내용이 상세하고 전달방식이 친절하기 때문에 자습서 읽기는, 아이가 수업시간에 놓친 부분이나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부분을 챙기는 것과 전체적인 맥락을 잡는 데 도움을 준다. 물론 자습서를 눈도장 찍는 정도로 휙휙 빠르게 읽는다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빠짐없이 꼼꼼히 읽기를 기본으로 강약 조절이 필요하다.

일단 글자의 크기와 굵기, 색깔에 유의해서 읽는다. 큰 글자, 굵은 글자, 색을 입힌 글자의 등장에는 다 이유가 있다. 주로 제목어이거나 핵심어, 반드시 기억해야 할 주요 내용들이다. 자습서 읽기를 꾸준히 하다 보면 큰 글자와 굵은 글자, 색 글자만 죽 연결해도 논지가 보이고 맥락이 잡힌다.  일단 이 흐름을 타게 되면 아이는 개별 학습에 진입할 수 있게 된다. 질문할 부분을 체크하거나 잘 외워지지 않는 부분에 표시를 해두거나, 시험 직전에 확인할 내용들을 구분하는 등.

시험을 대비할 때 자습서 이상으로 중요하게 다뤄져야 하는 것은 바로 교과서다. 절대 교과서를 무시해서는 안된다. 자녀의 학업을 중시하면서 교과서 한 번 들쳐보지 않는 학부모들이 있다. 이들은 학업을 중시하는 게 아니라 학업 성적을 중시하는 것이다. 실은 자습서 학습보다 앞서 이뤄져야 하는 것이 바로 교과서 읽기다. 자신의 성적에 불만이 싹튼 작은 아이를 데리고 내가 제일 먼저 한 일도 교과서를 펴고 함께 앉는 것이었다.

교과서도 자습서 학습과 크게 다르지 않다. 목차, 단원의 제목, 소제목, 학습목표, 알아보기 등에 집중했다. 먼저 이런 것들이 왜 중요한지 설명해 주었다. 이는 단원의 흐름과 맥락을 잡는 데 매우 중요하며 학습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목차, 제목, 소제목, 학습목표에는 그 단원에서 아이가 반드시 숙지해야 하는 키워드가 들어있다. 

예를 들어 초등 6학년 2학기 사회 교과서 목차 중, ‘이웃 나라의 자연환경과 인문환경’에서 아이는 '인문환경'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핵심어의 정확한 숙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키워드를 완전히 숙지하고 내용을 학습했다면 키워드들을 연결하여 그 단원의 핵심내용을 몇 개의 문장으로 정리하여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알아보자, 살펴보자' 등의 질문과 요구에 완벽하게 답할 수 있도록 공부가 돼 있어야 한다. 각종 도표와 지도 등을 유의해서 살펴보고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까지 잘 훈련됐으면, ‘내가 만일 선생님이라면 이 단원에서 어떤 문제를 시험에 낼 것인지 예측’ 해보고 이에 대비한다. 스스로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이 모든 과정을 아이가 혼자 해낼 수 있을 때까지 부모가 함께 반복 훈련한다.

아이의 준비도와 기질에 따라 훈련 횟수는 다를 수밖에 없다. 만일 꼼꼼한 읽기가 잘 안 되는 아이라면 문제풀이를 통해 놓친 부분을 다시 체크해 볼 수 있다. 틀린 이유를 확인하고 놓친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충한다. 아이가 꼼꼼하게 자습서 읽기 학습 과정을 잘해 낼 수만 있다면 문제풀이는 생략할 수 있다. 자습서 읽기와 문제풀이 병행을 위해 확보된 시간이 부족할 경우, 문제풀이보다 자습서 읽기가 먼저라는 뜻이다. 

우리 아이의 경우, 중학생이 된 후로는 학업량도 늘고 워낙 자습서 학습을 꼼꼼히 하다 보니 문제풀이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자습서 읽기가 잘 돼 있었기 때문에 아이는 문제 하나 풀어보지 못한 채로 시험을 봐도 좋은 성적을 받았다. 물론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얻으려면 응용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응용력보다 먼저 챙겨야 할 것이 바로 개념에 대한 이해이다. 개념 숙지도 안된 상태에서 문제풀이만 왕창, 문제를 외우다시피 해서 얻은 성적은 결국 모래 위에 쌓아 올린 성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많은 학원들의 전략이기도 하다. 물론 타고난 학습능력이 뛰어나 개념 정리가 잘 안 된 상태에서도, 문제 풀이만으로 놓친 개념과 원리를 깨치는 아이들이 있다. 따라서 자녀에게 맞는 방법을 채택하여 활용하면 된다. 모든 아이들이 자습서를 읽어야 한다는가 이 방법이 유일하거나 최고의 방법이란 뜻은 결코 아니다. 우리 집만 해도 큰 아이에게는 이 방법을 적용하지 않았다. 아이마다 특성과 상황, 목표에 따라 학습방법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자. 

이 방법은 꼼꼼하면서 책임감 있고 주의력 있는 아이에게 적용해 볼만하다. 독서가 잘 되어있지 않아 배경지식이 부족한 아이에게도 추천한다. 적용 범위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고등학생이라면 필요에 따라 선택적으로 활용하면 된다. 국어과에서 가장 큰 효과를 볼 수 있고 사회, 과학 순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때 자습서는 학교에서 채택한 교과서의 출판사가 출간한 자습서를 구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 집 아이는 이 방법을 빠르게 이해했고 곧바로 실천했다. 아이의 성적은 수직상승해 아이는 적용 즉시 원하는 성적을 얻었다. 나조차 예상치 못한 일을 해 낸 아이는 자신감을 장착하게 됐고 미래에 대한 꿈을 갖기 시작했다. 이 학습법을 자신에게 맞는 학습법으로 발전시켜 성적을 잘 유지하더니 결국 원하는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우수한 학업성취도가 뒷받침될 때만 들어갈 수 있는 고등학교였다. 

오늘 소개한 방법은 적은 비용으로 아이가 기본기를 다지고 자기주도학습을 훈련할 수 있는 학습법이다. 아이에 따라 입문단계에서는  많은 시간이 소요될 수 있으나 익숙해질수록 학습시간을 단축할 수 있고 자기만의 학습전략으로 발전시킬 수 있다. 좋은 성적은 덤이다. 성적이 오르니 자신감도 챙겨볼 수 있다. 가방을 들고 학원을 오가기만 하는 것보다 혹은 컴퓨터 앞에서 멍 때리고 있는 것보다 효과적일 수 있다. 왜일까? 수동적 듣기가 아닌 능동적 읽기 중심의 학습이기 때문이다. 

4월, 최소비용으로 자녀의 학습태도도 바로잡고 성적도 올려보자. 사랑하는 자녀가 학원이나 인강으로 낭비되는 시간과 에너지를 아껴, 꽃 피는 아름다운 계절을 만끽할 수 있도록 엄마의 코칭 지혜를 발휘해 보자.

덧붙이는 글 | 개인 SNS나 카페 등에 게재될 수 있습니다


태그:#부모교육, #자녀양육, #코칭육아, #시험대비법, #자습서교과서활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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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교육학 전공 경기도 고양시청 평생교육 강사 부모교육 강사 카카오 브런치 작가 / https://brunch.co.kr/@599dace1f4144c1 학원 의존도를 최소화, 두 자녀를 홈코칭으로 양육 양육에세이 출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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