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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나토)는 냉전 종식 이후 최대 규모의 훈련인 'Steadfast Defender 2024(확고한 방어자 2024)'를 진행 중이다. 지난 1월부터 시작해 오는 5월까지 이어질 예정인 이 훈련에는 스웨덴을 포함, 32개 회원국으로부터 9만 명 이상의 병력, 80여 대의 전투기, 항공모함에서 구축함에 이르는 함정 50여 척 그리고 1100여 대의 전차가 투입되고 있다. 참고로 Steadfast Defender 2024 이전 가장 큰 훈련은 1988년 '리포저 훈련'(Reforger drill)이었는데, 냉전 중이었던 당시 훈련에는 병력 12만 명이 동원됐다.

이 훈련이 기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이유는 이미 전 세계 모든 군대의 총 탄소 발자국은 전 세계 배출량의 약 5.5%이라는 것이 밝혀졌고, 심지어 이 수치는 전투 자체로부터의 배출량이나 항공기 비행운으로부터 발생하는 추가적인 비-CO2 가열 효과를 포함하지도 않는 수치이기 때문이다. 만약 세계의 군대가 하나의 국가라면, 그것은 러시아보다 더 큰,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국가 탄소 발자국을 가지고 있는 셈이 된다는 건 여러 차례 언급됐다.

그렇기에 더욱 탄소중립 정책계획 수립 등 기후위기 대응에 앞장서고 있는 유럽이 역사상 손에 꼽히는 이번 대규모 훈련의 기후적 영향에 대해 얼마나 신경을 쓰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그래서 결론적으로, 이 훈련이 얼마나 지구 환경 및 대기에 영향을 미치고 있고, 앞으로 미치게 될까?

답은 '모른다' 이다.
 
유럽 분쟁 및 환경관측소 (Conflict and Environment Observatory) 및 The Military Emissions Gap에서 제안한, 기존 GHG Protocol 표준에 따른 배출원 범주에 Scope 3+ emission을 추가한 아래의 범주 리스트
 유럽 분쟁 및 환경관측소 (Conflict and Environment Observatory) 및 The Military Emissions Gap에서 제안한, 기존 GHG Protocol 표준에 따른 배출원 범주에 Scope 3+ emission을 추가한 아래의 범주 리스트
ⓒ 황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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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분쟁 및 환경관측소 (Conflict and Environment Observatory) 및 The Military Emissions Gap에서 제안한, 기존 GHG Protocol 표준에 따른 배출원 범주에 Scope 3+ emission을 추가한 아래의 범주 리스트
 유럽 분쟁 및 환경관측소 (Conflict and Environment Observatory) 및 The Military Emissions Gap에서 제안한, 기존 GHG Protocol 표준에 따른 배출원 범주에 Scope 3+ emission을 추가한 아래의 범주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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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분쟁 및 환경관측소 (Conflict and Environment Observatory) 및 The Military Emissions Gap에서 제안한, 기존 GHG Protocol 표준에 따른 배출원 범주에 Scope 3+ emission을 추가한 아래의 범주 리스트
 유럽 분쟁 및 환경관측소 (Conflict and Environment Observatory) 및 The Military Emissions Gap에서 제안한, 기존 GHG Protocol 표준에 따른 배출원 범주에 Scope 3+ emission을 추가한 아래의 범주 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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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토가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에 신경을 아예 안쓰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작년 2023년 7월 개최 나토 빌뉴스 정상회의(NATO's Vilnius summit)에서 도출된 코뮈니케 (외교상의 공문서, 정부의 공식 성명서)에 따라, 나토는 나토 기후 변화 및 안보 영향 평가(NATO Climate Change and Security Impact Assessment (Second Edition)), 모범 사례 개요(Compendium of Best Practice) 그리고 온실가스 배출 매핑과 분석 방법론(Greenhouse Gases Emission Mapping and Analytical Methodology), 이 세 가지의 기후·환경 관련 공식 문서를 발표했다.

특히, 세 번째 문서인 <온실가스 배출 매핑과 분석 방법론>은 탄소 배출 측정관련 범주 및 측정 프레임워크를 제시함으로써 나토가 기후 변화에 한층 더 기여하는 것인가하는 기대를 낳은 것도 사실이다.

2021년 NATO 브뤼셀 정상회의에서 NATO 기후변화 및 안보 행동 계획의 일부로 처음 발표된 이 방법론은 NATO 회원국이 군사 분야 탄소 배출을 평가하는 데 도움을 주고, 이를 줄이기 위한 자발적 목표를 수립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브뤼셀에서 1년이 지난 후, 2022년 마드리드 정상회의에서 NATO 사무총장 에른스 스톨텐베르그는 조직이 2050년까지 온실가스(GHG) 배출을 줄이고 넷 제로(Net Zero)에 도달하기 위한 계획을 발표했으며, NATO의 새로운 방법론을 사용하여 배출을 추적하고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무총장은 기후 변화와 안보에 관한 첫 번째 고위급 대화에서 "이것은 중요하다"며 "측정이 일단 되어야 줄일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투명성은 국가들 간 신뢰의 바탕이 되기 때문에, 방법론의 발표가 환영할만한 진전인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이 방법론은 온실 가스(GHG) 프로토콜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검증 과정 전반에 대한 정보는 제공하지 않지만 독립적으로 검증되었다고는 확언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NATO 회원국은 아직 NATO의 기관적 Net Zero 약속에서 배제되어 있고, 이 방법론은 NATO 군대의 배출 감축 목표나 약속을 설정하지 않았으며, 이러한 목표가 세계 기온 상승을 1.5°C 이하로 유지하기 위한 파리 협정과 일치하는지 여부도 명시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NATO에게 회원국의 국가 보고나 목표 설정을 지시할 권한이 없다는 사실은 조금 절망적으로 다가온다.

이 방법론의 가장 큰 문제점 중 하나는 NATO의 민간 및 군사 시설과 설치물을 다룬다고 명시하면서도, NATO 주도의 작전 및 임무, 그리고 훈련 및 연습과 같은 다른 군사 활동에서의 배출량 측정은 배제된다고 명시적으로 언급하고 있는 점이다.
 
"This methodology excludes emissions from NATO-led operations and missions and other process activities such as training and exercises."
-The NATO Greenhouse Gases Emission Mapping and Analytical Methodology (2023) p.5
 

이 글 서두에서 소개했던 Steadfast Defender 2024(확고한 방어자 2024) 훈련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이 훈련에서 사용되는 폭발성 무기로 인한 파편, 잔해와 그 운송 및 관리를 비롯하여 토질 악화, 화재, 인프라 손상 등의 항목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량은 전혀 측정되지 않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이미 전 세계 군대의 총 탄소 발자국은 전 세계 배출량의 약 5.5%라고 했는데, 이러한 집계는 실제 군사 훈련이나 활동에서의 배출량을 모두 포함한다고 가정했을 때,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전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진행 중이고, 안보 딜레마를 이유로 군사 훈련을 늘려나가는 추세에서 군사 활동/훈련/전투에서의 탄소 배출 측정이 건드릴 수 없는 성역이 되는 것은 아무리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을 늘려간다고 해도 국가들에게 한계로 작용할 수 밖에 없을것이다.

따라서 탄소 배출 측정 방법론에도 개선과 보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현재 나토의 측정 방법론은 GHG Protocol 표준에 따른 배출원 범주 Scope 1 emission, Scope 2 emission, Scope 3 emission 로 구분하고 있는데, 이러한 구분은 NATO라는 기구 그 자체가 배출량의 주요 원인이 아니며, 대부분의 배출은 NATO 회원국들의 군대에 의해 발생한다는 사실 반영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유럽 분쟁 및 환경관측소(Conflict and Environment Observatory) 및 The Military Emissions Gap에서 제안한, 기존 GHG Protocol 표준에 따른 배출원 범주에 Scope 3+ emission을 추가한 아래의 범주 리스트(사진 참조)가 도움이 될 것이다. 리스트의 내용을 최대한 반영하여 군사 활동 탄소 배출 측정의 틀을 잡아간다면 유럽은 국가 간 신뢰를 증진하는 투명성 원칙을 북돋우는 동시에, 기후 변화 대응을 비롯하여 전 세계 군사 분야 온실가스 배출 측정의 선구자라는 진정한 타이틀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유럽 분쟁 및 환경관측소 (Conflict and Environment Observatory) 및 The Military Emissions Gap에서 제안한, 기존 GHG Protocol 표준에 따른 배출원 범주에 Scope 3+ emission을 추가한 아래의 범주 리스트
 유럽 분쟁 및 환경관측소 (Conflict and Environment Observatory) 및 The Military Emissions Gap에서 제안한, 기존 GHG Protocol 표준에 따른 배출원 범주에 Scope 3+ emission을 추가한 아래의 범주 리스트
ⓒ 황용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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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군대, #탄소배출, #환경,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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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에서 국제관계를 공부하였고, 동북아시아 안보에 대한 평화적이고 외교적인 해법에 관심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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