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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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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열기가 가라 앉은 시먼딩 거리를 그렸다. 오래된 가게의 한자 간판이 눈에 띈다. 번화한 곳이지만 바로 뒤에는 주거용 건물이 있다. ⓒ 오창환
 
지난 3월 23일부터 26일까지 4일간 대만 타이베이를 여행했다. 대만은 요즘 어반스케쳐들이 특히 선호하는 여행지 중 하나인데, 나는 대만이 처음이라 기대가 컸다. 우리 일행 4명 중에서 스케쳐는 나 혼자라서, 같이 여행하면서 눈치껏 스케치를 해야 한다.

스케쳐들은 보통 사람들보다 챙길 게 많다. 스케치북이며 물감 등이 꽤 무거워서 무엇을 가지고 갈까 항상 고심한다. 김포공항에서 타이베이 시내에 있는 송산공항으로 가는 직항 편을 예약했다. 김포공항 기내 수화물 검사 엑스레이를 통과하는데  내 가방을 좀 열어보라고 한다. 웬일일까 하고 열어 봤더니 카키모리 펜촉을 가져가서 자세히 본다. 카키모리 펜촉이 엑스레이에서 작은 총알처럼 보여서 수상하게 생각했던 것 같다.

요즘 송산 공항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있는데, 바로 대만 관광청에서 지원하는 여행지원금 '러키 드로우'에 응모하는 것이다. 지원 금액은 우리 돈 21만 원 정도이니까 적은 돈은 아니다. 그런데 우리 일행 4명 중 무려 2명이 당첨되는 행운을 얻었다. 당첨 율이 높다는 말을 듣고 은근히 기대는 했지만 이런 행운이 있다니!  여행 지원금 정책은 내년 6월까지 계속된단다.

반팔 차림인 대만... 밤거리를 걷다

대만의 도착하니 거의 여름이다. 대부분 반팔 차림으로 다닌다. 타이베이는 대중교통이 잘되어 있어서 여행 내내 거의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택시도 쉽게 잡을 수 있고, 가격도 싸다. 우리나라 카카오 택시도 편리하긴 하지만, 길에서 손을 들어 택시를 잡아타는 재미도 쏠쏠하다. 대만 택시는 준중형급 크기이고 깨끗하지는 않다. 운전은 와일드하다.
 
우리 나라 인사동 거리와 비슷한 모습의 디화제 거리. 차와 천, 향료가 많이 거래되고 멋진 식당과 카페도 많다. ⓒ 오창환
 
대만에서 제일 먼저 방문한 곳은 디화제(迪化街) 거리. 디화제는 1850년대 개항 이후 딴수이강을 통해 각종 약재와 차, 천, 향 등을 거래하며 대만 무역의 중심지로 자리 잡은 오래된 거리다. 지금도 약재와 차, 천, 향은 디화제에서 거래되는 주요 물품이다. 거래되는 품목으로 보면 한국의 경동시장이나 동대문 시장과 비슷하고 거리 모습으로는 인사동과  비슷하다.

아주 오래된 건물들이지만 전통적인 물건들을 파는 가게들과 힙한 카페와 식당이 뒤섞여 있다. 관광객 인파가 엄청나다.
  
대만은 우리 같은 동양권이라 친근하다. 번화가와 주택이 혼재되어 있어서 큰 도로에서 한 블록만 들어가도 좁은 골목에 주민들이 산다. 이륜차가 많고 버스도 디젤을 연료로 사용해서 덜덜거리고 시끄럽고 매연도 심하다. 뭐든 반짝반짝하고 으리으리한 우리나라에 비하면 소박한 반면, 오래된 것을 소중하게 가꾸는 것을 보면 부럽기도 하다.
  
반원형 네온사인과 반원형 방범창살. ⓒ 오창환
 
타이베이의 밤거리는 한자로 된 간판들과 네온사인으로 현란한데 건물 코너에 있는 반원형 네온사인이 특이하게 보인다. 왜 저렇게 만들었을까 생각했는데 다음날 동네를 돌아보니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여기는 집이 좁고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옆집으로 넘어갈 수 없도록 반원형으로 방범 쇠창살을 달았는데 그 모양대로 네온사인을 만든 것이었다. 문화라는 것은 자기에게 익숙한 것에서 변형되어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의 시먼딩 거리는 인산인해다. 맛집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지만 보기 보다 오래 기다리지는 않는다. ⓒ 오창환
 
우리는 대만의 명동이라고 불리는 시먼딩(西門町)에 숙소를 잡았다. 청나라 말기인 1884년에 완공된 타이베이 성은 불과 20년 뒤인 1904년 타이완 총독부에 의해 북문, 남문과 소남문, 동문 등 4개의 성문만 남기고 성벽의 대부분이 철거되었다. 가히 졸속 행정의 표본이다. 서문은 도로 공사 과정에서 철거되었고 시먼딩(西門町)이라는 이름으로만 남아있다.

시먼딩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 명소이자 쇼핑 지구다. 또한 저렴하고 맛있는 대만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식당이 많아서 가게마다 웨이팅 손님들이 진을 치고 있다. 밤이 깊어 갈수록 사람들이 더 많이 모여든다. 젊은 관광객도 많고 가족 여행자도 많다. 한국 일본 사람도 많이 보이고 인도네시아등 동남아에서도 많이 오는 것 같다.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지만 길에 너무 사람이 많아서 스케치북은 꺼내지도 못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일어나서 어제 봐둔 시먼딩 거리에 다시 갔다. 밤의 흥분과 열광이 가라앉은 거리에는 간간이 동네 사람들과 관광객이 지나간다. 새벽에 청소를 했는지 거리는 비교적 깨끗했다. 전날 점심을 먹었던 천전리 식당 건너편에 자리를 잡고 스케치했다.
 
왼쪽은 시먼딩 스케치를 마치고 찍은 사진이고, 오른 쪽은 타이베이 중앙역에서 스케치 하는 장면 ⓒ 오창환
 
좋은 어반스케치는 디테일, 스타일, 스토리가 있는 그림이라고 생각한다. 거리 그림을 그릴 때에는 한문으로 된 간판을 생략 하지 않고 일일이 써넣는 것이 좋다. 그래야 대만적인 느낌을 살릴 수 있으니까. 물론 다른 요소도 최대한 자세히 그리고 채색은 간단히 했다. 길에서 담배를 피우는 아저씨와 그림에 보이는 천천리식당에 출근하는 아줌마를 그려 넣었다.
 

덧붙이는 글 | 대만여행 2편으로 이어집니다.

태그:#대만여행, #타이베이, #시먼딩, #디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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