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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4월, 일본 동경에서 초등학교에 진학한 큰 아이가 올 들어 활자에 부쩍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이의 수준에 맞는 간행물을 찾다가 초등학생용 조간신문이 있다는 것을 발견, 3월부터 구독을 시작했다. 

"엄마, 이것 봐! 오타니 쇼헤이 선수야!" 

어느 날 아침 아이가 건넨 신문에는 유명 야구 선수인 오타니 쇼헤이 선수의 사진이 크게 실려있었다. 거기에는 일본의 가장 큰 사교육 기관의 하나이자 오타니 선수가 앰베서더로 활동하고 있는 `ECC` 그룹(영어 전문 사교육 그룹)의 광고가 실려있었다.

`Show your dreams 2024`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이 캠페인의 내용은 올 8월 오타니 선수가 100명의 초, 중, 고등학생을 뽑아 해외 유학과 홈스테이를 선물한다는 내용이었다.
 
오타니 선수와 ECC가 진행하는 캠페인
 오타니 선수와 ECC가 진행하는 캠페인
ⓒ ECC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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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세계를 향해 꿈과 가능성을 넓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오타니 선수가 기업 측에 먼저 제안했다는 부연 설명. 100명의 아이들에게 이런 통 큰 선물을 줄려면 도대체 얼마의 비용이 필요한 것일까? 아이들에게 이 경험은 분명 세계로 꿈을 펼쳐나갈 큰 원동력과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하니, 오타니 선수가 새삼 대단하다는 마음이 든다. 

그런데 오타니 선수의 `통 큰 나눔`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작년 가을에는 일본에 있는 2만여의 초등학교에 `야구하자!`는 메시지와 함께 3개의 글로브(오른손잡이용 2개, 왼손잡이용 1개)를 선물했었더랬다. 일본 미디어들은 그가 100억 원 정도의 사비를 쾌척했으리라는 보도와 함께 `오타니 글로브`를 손에 끼고 기뻐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연일 보도했었다. 

나 역시 지난 2월 아이 학교에 방문했을 때, 복도 한편에 놓여있던 글로브를 신기한 마음에 찍어 사진첩에 저장해 뒀었더랬지. 
 
오타니 선수가 초등학교에 보낸 글로브
 오타니 선수가 초등학교에 보낸 글로브
ⓒ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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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오타니 선수가 있는 미국에 가 보고 싶다"라고 말하는 아들의 얼굴을 보며 오타니 선수가사회에 미치고 있는 `선한 영향력`에 대해 생각해 본다. 

지난 2009년부터 시작된 일본 생활도 어느덧 15년 차. 한국 드라마와 `욘사마`를 중심으로 하던 1차, 2차의 한류 붐이 지나고 `BTS`와 `트와이스`로 맞은 제3차 한류붐. 그리고 지금은 넷플릭스 등의 드라마가 가세한 4차 한류붐의 시대라고 했던가. 

한국인 깜짝 놀라게 만드는 일본의 한국 사랑

확실히 내 주변의 일본인들, 특히 젊은이들의 한국 사랑은 한국 사람인 나도 깜짝 놀랄 정도이다. 신주쿠나 시부야 거리를 걷고 있으면 한국 연예인들의 얼굴이 걸려있고 K-pop이 흘러나오는 가게들이 즐비하다. 거리를 걷는 젊은이들의 패션과 화장도 한국 아이돌들을 보는 것만 같다. 

심지어 아이의 초등학교 급식 메뉴에까지 `한국 풍 비빔밥`, `한국 양념치킨` 등이 자주 등장하는 걸 보면 어느 때보다 일본인들의 생활 가까이에 `한국`이 있음을 체감한다. 

반면 한국의 일본을 향한 마음은 여전히 `우호`보다는 `적대감`이 앞서는 것이 현실. 일본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은 늘었지만,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등의 문제로 일본을 향한 한국의 감정은 어느 때보다 차갑고 싸늘한 것만 같다. 

"난 일본은 다 싫은데 오타니 쇼헤이는 좋아"라고 말하는 한국 지인들의 말을 들으며 왠지 모를 안도감이 드는 건 왜일까. 일본에 사는 많은 한국 동포들, 재일 교민과 교포들에게 일본은 여전히 용서하기 힘든 나라이지만, 동시에 이곳 일본이 자녀를 키우고, 경제 활동을 하며, 이웃들과 함께 웃고 웃는 일상의 터전이기 때문이리라. 

MLB 개막전을 위해 한국에 입국하는 오타니 선수를 환호하는 한국 팬들의 모습을 TV로 바라보며 `한국에서도 사랑받는 일본인이 한 명쯤 있어서 다행이다`란 마음이 들었다. 

스스로를 `반은 한국인, 반은 일본인`이라고 말하는 아이의 손을 잡고 동경 거리를 걸었다. `가깝지만 먼 이웃`인 한일 양국이 미움이 아닌 화해와 평화로 나아가는 길에 -물론 과거에 대한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가 선행되어야겠지만- 오타니 선수와 그가 보여주는 선한 행보가 도움이 되었으면 하고 바라본다.

태그:#오타니쇼헤이, #일본, #환대,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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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영화와 미학을 공부했습니다. 번역을 하고 글을 씁니다. 동경 거주 중. 번역 및 원고 의뢰 36.5.translato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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