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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늘부터라도 휴대폰을 조금씩 멀리해야지.'

매번 마음으로 다짐을 하지만, 작심 3일, 아니 실은 작심 1일도 못 지키는 경우가 많습니다. 

거북목 증상이 가끔 생겨서 고생을 하고 있고, 그 원인 중의 하나가 장시간의 휴대폰 사용시간이지만 조금도 줄이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예외 없이 카카오톡, 문자, 유튜브를 오가며 바쁜 손놀림을 하던 중 솔깃한 문장의 메시지를 하나 받았습니다 

"자기야...."로 시작되는 문장의 팝업창! 

이게 뭐지? 너무도 오랜만에 들어보는 "자기야"라는 호칭에 순간, 설레는 마음도 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잠시 동공을 확장해 커진 눈으로 발신자와 그 내용을 확인해 보았더니, 국제전화 007로 시작되는 번호였습니다. 혹시나 싶었더니 역시!

조심스레 문자를 열어보니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자기야, 며칠 후에 내가 한국에 너를 찾으러 갈게. 데리러 올 시간 있어요? 내 새 line... 7753913....." 

스팸인가 싶어 어이없는 웃음을 지으며 바로 삭제! 더 친근한 내용으로 구성된 새로운 유형의 내용이었습니다. 
 
발신번호 007774631.... 로부터 전달된 문자메시지 내용
▲ 보이스피싱범이 보내온 문자내용 발신번호 007774631.... 로부터 전달된 문자메시지 내용
ⓒ 박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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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문자를 받고 나니 문득 예전에 했던 경험이 떠올랐습니다. 

아들은 고교생이었고 그리 멀지 않은 고교를 자전거로 휘익 다녀오곤 했습니다 

그날도 예외 없이 아들은 자전거를 타고 등교를 하였고, 아들이 집을 나선 지 약 15분 정도 시간이 지났을 즈음, 모르는 번호로 한 통의 전화가 왔습니다. 

"여보세요? 아드님이 자전거 사고가 나서 지금 병원에 내가 데리고 왔는데요..." 

흥분한 듯한 그 남자는 흥분한 목소리로 이리저리 상황을 설명하였습니다. 

처음에는 나도 순간 당황하여 어떡하지? 하며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듯했습니다. 아들이 많이 다친 건 아닌지 잠깐이나마 말도 더듬거렸습니다. 하지만 어딘가 모르게 어눌한 말투 등 여러 가지 정황으로 곧 보이스피싱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습니다. 

대충 통화를 하다가 그대로 전화를 중간에 끊었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아들 담임선생님께 연락을 하며 상황설명을 드렸습니다. 선생님의 돌아온 답.

"어머니, 00이는 지금 교실에서 자율학습 잘하고 있습니다. 걱정 마세요. 제게 확인전화 잘하셨습니다." 

당연히 아무 일도 없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지만, 혹시나 싶어 막연한 불안감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여러 보이스피싱에 관한 에피소드와 사건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보이스 피싱범들의 수법은 업그레이드되기도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사람들의 대처방법도 다양하고 강력해진 것 같습니다. 

충분한 사회적 경험이 있어서 이러한 사기행각을 당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사람들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바쁜 생활 속에서 나를 찾아주고, 궁금해해 주고, 걱정하고, 함께 하고 싶어 하는 사람들과의 소통을 위한 매체인 전화, SNS와 DM(다이렉트 메시지) 등을 아무런 의심이나 망설임 없이 접하고 싶은 마음은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반갑게 지인의 소식을 맞이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서로 안부를 전하는 수단으로만 사용해도 되는 날이 오기란 정말 불가능한 것일까요? 

내 번호로 전달되는 나만을 위한 메시지가, 안전한 가운데 행복과 반가움으로만 느껴질 수 있기를 희망해 봅니다.

태그:#보이스피싱, #스팸문자, #피싱, #국제번호발신피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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