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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대구지역에서 활동하는 8인의 현역 예술인들이 '팔현습지 지키는 예술행동'을 결성하고 본격 활동에 나섰다.
 지난 17일 대구지역에서 활동하는 8인의 현역 예술인들이 '팔현습지 지키는 예술행동'을 결성하고 본격 활동에 나섰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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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를 지키는 예술행동 <선언문>

1. 우리는 전지구 생태계에 속한 종 인간으로서 생태계 안에 어우러져 살아가야 하는 존재임을 잊지 않겠습니다.
2. 우리는 팔현습지의 땅을 디딤에 감사하며 생태적 가치를 존중합니다.
3. 우리는 팔현습지에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들을 존중하고 자연과 연결되기 위해 항상 감각하겠습니다.
4. 우리는 팔현습지를 아끼는 마음을 담아 버려진 쓰레기를 줍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으로 존재할 수 있게 살피겠습니다.
5. 우리는 팔현습지의 무분별한 개발을 반대하며, 예술적 방식으로 행동하겠습니다.
6. 우리는 대구 팔현습지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팔현습지의 소중함을 널리 알리겠습니다.
7. 우리는 자연 생태계를 인간의 논리로 파괴하는 것을 방관하지 않고 살아가겠습니다.
8. 우리는 자연과 인간, 모든 생명을 사랑하며 자연과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삶에 대해 고민하겠습니다.
 
금호강 팔현습지를 지키기 위해 예술인들이 뭉쳤다. 대구지역에서 활동하는 현역 예술인 8인이 뭉쳐 '팔현습지 지키는 예술행동'을 결속하고 17일 발대식을 가졌다. 위 선언문은 발대식 도중에 발표됐다.

8인의 예술인 '팔현습지 지키는 예술행동' 결성하다

음악가, 미술가, 영화감독, 연극 연출가, 디자이너 등 대구지역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젊은 예술인들이 팔현습지를 위해 '연대'를 결성하고 '행동'할 것을 다짐한 것이다.
 
'팔현습지 지키는 예술행동'을 결성한 8인의 예술인들이 팔현습지에서 함께 결의를 다지고 있다.
 '팔현습지 지키는 예술행동'을 결성한 8인의 예술인들이 팔현습지에서 함께 결의를 다지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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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활동은 지난해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들 중 다섯은 지난해 5월부터 '금호강 디디다'팀을 결성해 금호강 대구 구간을 그야말로 디뎠다.

금호강의 대표적 습지인 안심습지, 팔현습지, 달성습지와 그밖의 금호강 구간을 그야말로 디디며 둘러보면서 금호강의 아름다움에 눈을 뜨고 시민들에게 금호강의 참가치를 알리는 일을 해왔다. 금호강 노래를 만들고, <팔현 반상회>란 소책자를 만들어내고, 영상도 만들어냈다.

이런 활동의 연장에서 올해는 조금 더 구체적인 '행동'에 나서고자한 것이다. 이름하여 금호강을 지키는 예술행동인 것이다. 금호강에 불고 있는 각종 개발 바람을 예술적 감성으로 막아내려 하는 것이다.

이들은 금호강 중에서도 특히 팔현습지에 주목한다. 팔현습지는 대구의 3대 습지 중 하나로 인간의 삶터와 가장 가까운 습지인데도 불구하고 아주 높은 생명다양성을 가진 습지로 그 가치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는 습지다.
 
팔현습지에 서시하는, 14종에 이르는 법정보호종 야생동물들을 거점나무에 매달아 놓았다.
 팔현습지에 서시하는, 14종에 이르는 법정보호종 야생동물들을 거점나무에 매달아 놓았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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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산과 강이 온전히 연결된, 소위 말하는 무제부 구간을 간직한 공간으로 산의 생태계와 강의 생태계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면서 특히 멸종위기 야생동물들의 '숨은 서식처'(cryptic habitat)로 기능을 하는 곳이다. 그래서 금호강 대구 구간 42㎞에서 발견되는 14종의 법종보호종 야생동물이 팔현습지란 이 좁은 구간에서 모두 발견이 될 정도로 생물다양성이 높다.

그런데 이렇게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자연 습지에 파크골프장과 정원 같은 인공의 시설들이 우후죽순 들어서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급기야 팔현습지의 숨통을 끊어놓을 개발 사업이 예고되고 있어 팔현습지에 심각한 위기가 닥친 것이다.

멸종위기종들의 '숨은 서식처' 팔현습지에 환경부가 삽질을?

황당하게도 멸종위기종의 서식처를 보호하고 지켜내야 할 환경부(낙동강유역환경청)가 팔현습지 생태계를 완전히 교란시킬 토건공사를 준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멸종위기 야생동물의 '숨은 서식처'인 팔현습지 무제구 구간에 1.5㎞에 이르는 보도교 공사를 강행하겠다는 것이다.
  
멸종위기종들의 핵심 거처인 숨은 서식처 팔현습지 왕버들숲에 봄이 왔다.
 멸종위기종들의 핵심 거처인 숨은 서식처 팔현습지 왕버들숲에 봄이 왔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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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를 가로지르는 보도교 공사 조감도
 팔현습지를 가로지르는 보도교 공사 조감도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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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공사가 그대로 강행되면 팔현습지 무제부 구간인 산지 앞으로 8미터 높이의 교량형 보도교가 들어서게 되고 그곳으로 사람들이 밤낮으로 다니게 되면 산과 강이 연결된 이 온전한 생태계는 철저히 교란돼 멸종위기 야생생물의 '숨은 서식처'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다.

생태학자 김종원 전 계명대 교수(<한국식물생태보감>의 저자)는 지난 2월 1일 자로 발표한 그의 칼럼 "'숨은 서식처' 대구 팔현습지 개발… 환경부, 책무부터 되새겨야"에서 '숨은 서식처'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팔현습지 하식애는 공룡시대 때부터 있어 왔고, 6400만 년 전 운석이 지구에 충돌하면서 일어난 공룡 궤멸 시대에는 몸집 작은 생물들에게 결정적인 피난처가 되어 주었다. 생태학은 그래서 '크립틱 헤비태트'(숨은 서식처)라 부르면서 특별히 존귀하게 여긴다.

사실 지구 역사에 다섯 차례 이상 생물종 절멸 사태가 있었지만, 그때마다 생물다양성을 잇는 유전자은행의 역할을 '숨은 서식처'가 톡톡히 해왔던 것이다. 오늘날 인류세의 여섯 번째 생물다양성 절멸 사태에도, 특히 인구 과밀의 국가나 도시 권역에서 야생 생물들이 생명줄을 가까스로 잇는 것도 바로 이 '숨은 서식처' 덕택이다.
 
 
원시 자연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왕버들숲
 원시 자연성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왕버들숲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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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에 이르는 팔현습지 무제부 구간은 이렇게 중요한 생태 공간으로서 반드시 그대로 보전되어야 할 구간인 것이다. 이곳은 또한 산지가 제방 역할을 해 인공제방이 없는 곳으로 지난 수억년 동안의 금호강 생성의 역사를 오롯이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즉 인간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하천의 자연성이 그대로 살아있는 구간인 것이다. 특히 무제부 구간 제일 안쪽에 자리잡고 있는 왕버들숲은 2015년 국립생태원이 실시한 제4차 전국자연환경조사의 평과보고서에서 "버드나무 군락의 원시 자연성이 그대로 남아 있어, 생태학적 가치가 높게 평가되고 있는" 숲인 것이다.
 
8인의 예술인들이 '팔현습지 지키는 예술행동' 깃발 앞에서 발대식을 열었다.
 8인의 예술인들이 '팔현습지 지키는 예술행동' 깃발 앞에서 발대식을 열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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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태적으로 중요한 공간을 가로지르는 8미터 높이의 교량형 보도교 공사가 "금호강 고모지구 하천정비사업"이란 이름으로 올해 계획돼 있어서 이들 예술가들이 긴급하게 나선 것이다. "팔현습지를 꼭 지키내겠다"면서 '행동'을 예고하는 발대식을 연 것이다.

인공 조형물이 팔현습지 이곳에 왜?

이들은 팔현습지 건너 동구 금호강변 광장에서 단체 및 8인의 행동원 소개와 '깃발 올리기'를 시작으로 태평소 연주에 맞춰 행진해 강촌햇살교를 건너 팔현습지로 들었다. 그런 후 그들이 선정한 거점나무로 가서 그곳에 미리 준비해놓은, 팔현습지에 서식하는 14종에 이르는 법정보호종 야생동물의 모형 설치 작품에 팔현습지를 꼭 지키겠다는 다짐의 소원지를 내거는 의식을 시작으로 발대식을 이어갔다.
 
팔현습지 지키기 행진에 나서다
 팔현습지 지키기 행진에 나서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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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대식 참가자들이 팔현습지와의 만남의 이야기를 통해 마음 나누기를 하고 있다.
 발대식 참가자들이 팔현습지와의 만남의 이야기를 통해 마음 나누기를 하고 있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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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참가자들이 모두 일렬로 도열해 왕버들숲으로 행진하고 그 왕버들숲에서 각자 마음 이야기를 나눈 다음 공사 깃발이 꽂힌 곳에 가서 공사 깃발 대신에 '팔현습지 지키기 깃발'을 꽂는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마음 나누기에서 한 참가자는 "저는 여기 처음 왔을 때가 작년 늦여름이었던 것 같은데 그때의 첫인상을 제가 까먹고 있다가 오늘 다시 한번 느끼게 된 계기가, 이곳의 흙이 푹신푹신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도 늦여름에 왔을 때도 혼자 왔었는데 흙이 푹신푹신해서 너무 신기해가지고 여기 정말 따뜻한 곳이다. 그렇게 느껴지는데 그 따뜻함이 좀더 오래 유지되었음 좋겠다"고 소감을 나누었다.

또 다른 한 참가자는 "저도 작년 10월에 여기서 했던 프로젝트에 처음 참석하게 되어서 이걸 알게 되었고요. 그때는 가을이었고 지금은 이제 초봄인데 그게 좀 되게 다르지만 지금도 예뻤고 그때도 되게 아름답고 계속 자연은 시시각각 변하는데 이렇게 계속 변하는 이곳에 우리 인간이 만든 변하지 않은 인공 조형물이 굳이 이곳에 있어야 하나 이런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며 응원하겠습니다"며 마음을 나누었다.
  
팔현습지 지키기 깃발을 꼽다.
 팔현습지 지키기 깃발을 꼽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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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현습지 지키는 예술행동 발대식에 참가한 모든 이들이 함께 섰다.
 팔현습지 지키는 예술행동 발대식에 참가한 모든 이들이 함께 섰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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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 명에 이르는 이날 참가자들은 마치 팔현습지 순례자의 모습으로 이후 다시 거점나무로 돌아와 8인의 행동원이 '팔현습지 지키기 예술행동 선언문'을 낭독하는 것으로 끝으로 발대식은 마무리됐다.

이후 8인의 행동원들은 팔현습지를 지키려는 보다 다양한 실천적 '예술 행동'을 계획중이다. 이들의 향후 행보가 주목되는 이유다.

부디 이들의 바람인바 멸종위기종들의 숨은 서식처인 이곳 팔현습지 무제부 구간이 온전히 보전되어 인간과 자연이 더불어 공존할 수 있는, 바람직한 생태 환경이 유지되기를 간절히 바라본 시간이었다.
 
▲ 특명! 팔현습지를 지켜라!! ..... 팔현습지 지키기 예술행동 발대식 열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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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태그:#팔현습지, #예술행동, #환경부, #왕버들숲, #숨은서식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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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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