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3.21 19:42최종 업데이트 24.03.21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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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정신이자 미래의 침로인 'ESG'가 거대한 전환을 만들고 있다. ESG는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의 앞자를 딴 말로,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세계 시민의 분투를 대표하는 가치 담론이다. 삶에서, 현장에서 변화를 만들어내고 실천하는 사람과 조직을 만나 그들이 여는 미래를 탐방한다.[편집자말]
멸종위기에 있는 산호초 복원을 위해 3D 프린팅 기술이 바닷속으로 뛰어들었다. 2020년 홍콩대학 건축학부의 로봇 제작 연구팀과 해양과학 연구팀을 중심으로 설립된 '아키리프(ArchiREEF)'는 3D 프린터를 이용해 진흙을 재료로 '산호타일(Reef Tile)'을 개발했다.[1]

산호초(珊瑚礁)는 산호가 분비하는 탄산칼슘(석회석)이 축적되어 만들어진 암초이다. 산호는 바닷물에 용해된 탄산염과 칼슘을 탄산칼슘으로 바꾸고 탄산칼슘을 내뿜어 자신의 딱딱한 외골격을 만든다.[2] 이렇게 만들어진 산호초에는 미세한 구멍이 무수히 뚫려 있고, 구멍 속에는 말미잘처럼 생긴 '폴립(Polyp)'이 들어 있다.[3]

미국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홍콩 바다에는 다른 해양 환경보다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산호종이 발견되며 아직 발견되지 않은 수많은 산호종이 존재한다. 그러나 2018년 홍콩을 휩쓸고 간 태풍 망쿳이 호이하완 해양공원 산호초의 80%를 파괴했고, 추가적인 생물침식의 위협으로 홍콩 전체 산호초의 75%가 속한 호이하완 해양공원이 위험에 처하게 된다. 해양공원을 보호하고 해양생물 감소를 막기 위해 홍콩 농업수산자원보존부가 홍콩대학에 산호초 구조 프로젝트를 의뢰해 산호타일이 탄생했다.[4]
 

산호타일에 생착한 산호들 ⓒ 홍콩대학

 
'산호타일'은 천연 재료인 테라코타 점토를 암초 패턴으로 3D 프린팅한 후 섭씨 1125℃에서 구워 제작된다. 각 타일의 지름은 60cm 정도이고 표면에 구불구불한 미로모양의 길이 나 있다. 산호타일은 콘크리트나 금속과 같은 전통적인 산호초 대체 재료의 친환경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산호타일의 디자인은 타일이 배치되는 해양 환경과 수중 조건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3D 프린팅 기술은 양면 금형 제작 방식보다 3차원이고 복잡한 타일 표면 디자인을 구현하는 데 경제적이다.

산호타일은 산호가 부착해 자라기 쉽고, 진흙을 사용한 덕에 산호에 독성을 덜 미친다. 서로 맞물리도록 디자인되어 2016년부터 홍콩 호이하완 해양공원의 세 지점 약 40㎡ 면적에 배치되었다. 2020년부터 2년간 가장 흔한 산호 세 종(Acropora, Platygyra, Pavona)을 산호타일에 심어 모니터링 한 결과 95%가 살아 남았다.[5] 또한 콘크리트 인공 산호초 보존 방법보다 4배에 달하는 산호 양을 채우는 효과를 얻었다. 연구진은 산호타일이 산호가 자랄 수 있는 지지대 역할을 해줄 뿐더러, 산호가 완전히 사라진 공간에서도 산호 복원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6]
  

네덜란드왕립해양연구소가 만든 인공 산호초 ⓒ 네덜란드왕립해양연구소

 
복원 대신 산호를 대체하는 방법도 연구중이다. 2023년 8월 네덜란드 왕립해양연구소(NIOZ)가 버려진 배나무로 인공 산호초를 만들어 효능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배나무로 피라미드 모양의 구조물을 만들어 와든해에 떨어뜨렸다. 와든해는 북해 남동부로 독일, 네덜란드, 덴마크와 접해 있다. 연안에 갯벌 습지 생태계 보호구역이 있어서 2009년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됐다.

연구팀이 버려진 배나무로 한 면이 3미터 정도인 피라미드 형태의 인공 산호초를 만들어 바다에 넣고 6개월이 지난 뒤 변화를 관측한 결과, 인공 산호초에 조류가 서식하고 배의 선체에 있는 따개비처럼 표면에 고정되어 있는 해양생물이 15종 이상이었다. 인공 배나무 산호초가 있는 지역은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3배나 더 많은 물고기들이 서식했다.[7]

산호 생장을 돕는 기술들

세계 최대의 산호초 군락인 호주의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Great Barrier Reef, 대보초[8])는 쉴 틈이 없다. 허리케인, 오염, 산호 백화현상에 맞서 세계 산호초의 90%를 차지하는 호주 대보초를 돕기 위해 로봇이 두팔을 걷고 나섰다. 호주 퀸즐랜드공과대학(QUT) 연구팀은 산호의 번식을 돕는 해양 로봇 '라발봇(LarvalBot)'을 개발했다. 산호의 난자와 정자 수억 개를 채취하여 수정한 지 일주일 후, 로봇을 이용해 작은 산호충을 암초나 죽은 산호초 지역에 퍼뜨린다. 손상된 산호초 지역에 광범위하게 산호충을 퍼뜨려 생태계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해양 로봇 라발봇 ⓒ 호주 퀸즐랜드공과대학

 
라발봇은 임무 한 번에 산호 유충 10만 마리를 싣고 움직일 수 있으며, 사전에 선택된 경로에 따라 산호유충을 바닷속에 고르게 분산 방출할 수 있다. 연구팀은 산호유충을 100만 마리까지 담을 수 있도록 로봇 크기 확장을 위해 호주와 필리핀 등에서 관련 실험을 진행 중이다.[9]

이에 앞서 연구팀은 살아있는 산호초를 파괴하는 가시왕관불가사리(COTS)를 퇴치하는 레인저봇(RangerBot)을 개발한 바 있다.

장내 미생물인 프로바이오틱스로 산호 생장을 촉진하는 기술이 개발 중이다. [10] 브라질과 사우디아라비아 공동 연구팀은 프로바이오틱스가 해양 수온 상승과 기후 변화 등 여러 환경 스트레스에 직면한 산호의 회복 탄력성을 40% 이상 높일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혔다. 연구진은 여러 가지 품종의 산호에서 수백 가지의 박테리아 품종을 분리·배양한 후 프로바이오틱스를 주입해 해수 온도 상승과 같은 열 스트레스 장애를 상쇄할 수 있는 미생물 개발에 성공했다. 특히 탈색한 산호의 폐사를 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11]
 

산호유치원에서 생장중인 어린 산호들과 산호유치원 ⓒ 세코어

 
카리브해에는 산호초 유치원이 있다. 산호보전 단체 세코어(Secore)는 국제산호초협회(ICRS) 등과 함께 2021년부터 수천 개체 어린 산호를 산호초에 정착시키는 복원 프로젝트을 진행하고 있다. 산호는 종에 따라 알을 바닷속에 퍼뜨리거나 자기 몸을 둘로 나누는 방식으로 번식한다. 알을 바닷속에 산란하는 경우 알은 플랑크톤으로 부화해 헤엄치다가 정착지를 찾으면 움직이지 않게 변한다. 세코어는 알로 번식하는 산호를 대상으로 '산호 유치원'을 조성했다.

바다에서 산호가 산란할 때 알을 수집한 다음 물 위를 떠다니는 풀장과 같은 형태의 수상 양식장에서 산호가 폴립이라는 먹이 수집 기관이 성장할 때까지 길러 야생으로 돌려보냈다. 세코어가 멕시코 국립자치대(UNAM), 미국 셰드수족관 등과 함께 프로젝트를 자체 분석한 결과 산호 5종 개체수 복원 효과가 밝혀졌다.[12]
 

영국 해양 과학자 엠마 캠프가 산호초을 옮겨 심는 작업 중이다. ⓒ Rolex 재단

 
영국 해양 과학자 엠마 캠프는 뉴칼레도니아의 수온이 높고 수질이 좋지 않은 극한 환경의 산호 서식지에서 20종의 산호가 잘 자라고 있다는 사실을 최초로 발견했다. 산호는 영양소와 침전물이 적고, 일정한 온도와 풍부한 산소가 있는 물이 깨끗하고 맑은 곳에 서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캠프는 맹그로브 주변과 같이 물이 탁한 곳에서 사는 산호나 인간으로부터 피해를 입은 산호가 열악한 환경에서도 탄력적 회복력을 보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는 살아남은 산호들의 습성과 유전적 특징을 연구해 백화현상과 같은 산호 파괴현상으로 영향을 받은 산호초에서 재번식을 돕는 방식을 연구 중이다. 또한 호주 대보초 북쪽 로우제도와 하윅 섬 두곳에서 산호초를 옮겨 심는 작업을 시도 중이다.[13]

산호초 복원을 위한 다양한 단체의 노력

여러 비영리 단체가 산호초 보존에 앞장서고 있다. 올해 설립 30주년을 맞은 산호초 보호 국제 NGO인 산호초동맹(Coral Reef Alliance, CORAL)은 하와이 및 멕시코, 온두라스 등의 지역사회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수질 관리, 산호 친화적 환경 설계, 자연 여과 프로세스 등의 민간 주도 과학 프로그램을 지원한다. 11개의 지역사회와 협력하여 폐수처리 인프라를 구축하여 하수처리를 돕고 20개 하와이 오물 처리장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법안을 의회에 제출했으며, 서부 카리브해와 하와이 전역에 설치된 수질 모니터링 지점 120개를 관리한다.[14]


'서프라이더 파운데이션-하와이(Surfrider Foundation - Hawaii Region)'는 바다와 해안선 보호를 위한 현지 법률 제정을 추진하는 단체이다. CORAL과 함께 하와이안항공의 파트너로, 하와이항공은 마일리지 기부를 통해 두 단체를 지원한다. [15]

'리프 서치(ReefSearch)', '코랄 워치(Coral Watch)', '아이 온 더 리프(Eye on the Reef)'도 널리알려진 산호초 보전 운동단체다. '리프 서치'는 산호초 보호 참여자에게 모티너링 교육을 실시한 후 다이빙이나 스노클링 또는 산호초 워킹을 하며 주요 종을 찾아, 산호초 상태를 확인하고, 발견된 쓰레기들을 기록하는 활동을 하게 한다.
 

코랄 워치 키트와 키트를 사용해 산호초를 모니터링 하는 모습 ⓒ 코랄워치 홈페이지

 
호주 퀸즐랜드 대학에서 관리하는 '코랄 워치'는 백화 현상을 주로 다룬다. 참여자는 제공되는 코랄 워치 키트(색상별 코드로 이루어진 슬레이트 포함)에 산호의 색을 확인 및 기록한 후 앱을 통해 글로벌 데이터베이스에 올린다.

'아이 온 더 리프'는 호주 대보초 해양공원에서 관리한다. 앱을 다운로드하거나 온라인에 로그인하여 산호초에서 본 것을 기록할 수 있다. 보고할 정도로 중요하다고 느끼는 것이라면 뭐든지 가능하다. 예를 들어 백화 현상, 악마불가사리, 떠내려오거나 병든 야생동물, 손상된 산호초 등과 같은 것을 포함한다. 체험객이나 참여자들이 모은 데이터는 산호초 연구자들에게 전달된다. [16]

직접 바다에 들어가지 않더라도 직접 기여할 수 있는 기부 프로젝트가 다양하다. 기부금은 100% 산호초를 살리는 활동에 사용된다. 호주 대보초 연구 재단(Great Barrier Reef Research Foundation), 리프 레인포레스트 연구센터(Reef Rainforest Research Centre), 대보초 시민(Citizens of the Great Barrier Reef) 등은 모두 크라우드펀딩으로 세워진 기관이며, 모든 기금은 호주 대보초 보호에 사용된다.[17]

전 세계 산호초 면적은 전체 해저 면적의 0.2% 미만이지만 세계 각지에 분포하는 산호초는 100개 이상의 국가, 5억 명 이상의 사람에게 식량, 생계 및 경제적 기회를 제공한다. 무엇보다 산호초는 성장과 생식을 거듭하는 생물로 수천 종의 해양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물론, 해안선이 침식되지 않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지구의 해양생태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산호초가 최근 해수면 온도 상승과 해양산성화로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산호초 보호를 위한 인간의 다양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해양생태계도 자정 노력에 분주하다.

산호 스스로 복원할 기회를 주는 파랑비늘돔

파랑비늘돔이, 산호초가 죽어 황폐화한 자리에 서식하는 미생물을 잡아먹으면서 산호가 스스로 복원할 기회를 준다는 흥미로운 연구결과가 있다. 호주 해양과학연구소(AIMS) 브렛 테일러 박사는 파랑비늘돔이 산호가 백화해 황폐해진 자리에 달라붙은 미세조류와 남세균을 촘촘한 이빨로 긁어 먹어 산호의 회복을 돕는다고 밝혔다. 파랑비늘돔이 산호의 의사역할을 하는 셈이다.[18]
 

파랑비늘돔 ⓒ Wikipedia

 
산호초를 살리는 근본적인 방법은 환경보호와 지구온난화에 대응하는 것이다. 더불어 이미 나타나고 있는 기후변화의 결과에 대해 다양한 분야에서 복구 동력이 있어야 한다. 인공 산호초 건설 등과 같은 보전 노력이 가치있는 일이겠지만 우리가 사는 지구의 재앙을 다루기에 충분하지 않다. 산호초와 미생물, 생물의 연결고리가 생태계를 복원하는 놀라운 현상이 주는 시사점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글: 이윤진 ESG연구소 부소장, 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덧붙이는 글 [1] (Mar.23.2023). ARCHIREEF : REVIVING CORAL REEFS WITH 3D-PRINTED TILES, Changemakr ASIA.
https://changemakr.asia/archireef-coral-reefs-restoration/

[2] 조유미. (2022.12.20.) 주변 바다 산소 함량 높아...해양 생물 4분의 1 살아요. 조선멤버스

[3] 신방실. (2008). 산호초로 기후변화 감지한다. 과학동아 (03).

[4] Vera. (Aug.10.2020.) 3D Printed Terra-cotta Ceramics Helps Restore Devastated Coral Reefs, FACFOX News Insights
https://facfox.com/news/3d-printed-terra-cotta-ceramics-helps-restore-devastated-coral-reefs/

[5] 홍콩대학 홈페이지
https://www.arch.hku.hk/research_project/reformative-coral-habitats-reef-tiles/

[6] Mikahila L. (Sep.14.2021). ArchiREEF’s 3D-Printed Terracotta Tiles Restoring Coral in Hong Kong, 3D natives.
https://www.3dnatives.com/en/archireef-3d-printed-terracotta-tiles-restoring-coral-140920215/

[7] 홍명표, (2023.8.30.) 산호초 멸종 막는 배나무? 네덜란드왕립해양연구소의 인공 산호초. IMPACT ON

[8] 산호초는 산호군락이 만든, 탄산 칼슘이 쌓여 만들어진 지형으로, 육지와 대양 사이 앞바다에서 석호(潟湖, lagoon)를 끼고 발달한, 띠 모양의 산호초를 보초(堡礁)라고 하고 산호에 의해 둘러싸인 반지 모양의 산호초를 환초(環礁)라고 한다.

[9] 그리니엄 (2021.10.11.) 위기의 산호초를 복할 기술들!, Greenium

[10] Phipple M. Sosado & oth. (2019). Marine probiotics: increasing coral resistance to bleaching through microbiome manipulation, The ISME Journal.

[11] (2022.10.19.). 위기에 직면한 산호초, 인공증식으로 살린다. 사이언스온

[12] 임병선. (2021.9.1.). 위기에 처한 산호 길러내는 ‘산호 유치원’, 뉴스펭귄

[13] Rolex Award Hompage(2019)
https://www.rolex.org/ko/rolex-awards/environment/emma-camp

[14] Coral Reef Alliance의 ‘Impact report’
https://coral.org/en/who-we-are/impact-report/

[15]  하와이항공, 하와이의 산호초 보호
https://www.hawaiianairlines.co.kr/hawaii-stories/adventure/hawaiis-coral-reefs-and-reef-preservation

[16] 호주 퀸즐랜드 주 홈페이지
https://www.queensland.com/kr/ko/places-to-see/experiences/great-barrier-reef/ways-to-help-the-great-barrier-reef

[17] Chlsea Tromans, (2021), 그레이느 배리어 리프를 함께 지킬 수 있는 방법을 알려드립니다. 퀸즐랜드정부 홈페이지
https://www.queensland.com/kr/ko/places-to-see/experiences/great-barrier-reef/ways-to-help-the-great-barrier-reef

[18] 동아사이언스. (2019.12.3.) 지구온난화로 죽어가는 산호초 살리는 물고기들, 동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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