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0.15 18:46최종 업데이트 23.10.15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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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정신이자 미래의 침로인 'ESG'가 거대한 전환을 만들고 있다. ESG는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의 앞자를 딴 말로,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세계 시민의 분투를 대표하는 가치 담론이다. 삶에서, 현장에서 변화를 만들어내고 실천하는 사람과 조직을 만나 그들이 여는 미래를 탐방한다. [편집자말]
 

서울 한 대형마트에 전시된 국산 세탁기 (자료사진) ⓒ 연합뉴스

 
"우리 모두 차가운 물로 전환하자!(Let's#TurnToCold Together!)"

글로벌 세제 및 생활용품 제조기업인 P&G가 소비자들이 찬물 세탁으로 전환하도록 벌인 캠페인 문구다.  


P&G에 따르면 세탁기나 세제 제조 과정과 별도로 세탁기 사용으로 매년 약 190억 톤의 물을 소비하며 약 6200만 톤(CO2 Eq)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세탁기 사용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유럽기준)의 최대 60%가 세탁 용수 가열에서 발생한다.[1] P&G는 2015년부터 소비자에게 저온 코스로 세탁기를 돌리도록 장려함으로써 CO2 약 1500만 톤(CO2 Eq)을 줄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2]

드럼세탁기는 냉수 세탁 코스 선택이 가능하지만 세탁기의 기본 세탁 수온은 40°C로 설정되어 있어 물 사용시 가열이 사실상 불가피하다.[3] P&G는 204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제로' 목표를 설정하고 LCA(전과정평가) 관점에서 사업 운영과 제품 전 과정을 검토하여 탄소배출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것과 동시에 소비자가 일상에서 친환경 생활을 실천하도록 독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한다.[4] 냉수 세탁 권장 캠페인이 이러한 노력의 하나다.
 

P&G의 ‘Let’s#TurnToCold Together!’ 캠페인 ⓒ P&G

 

소비자의 친환경 의식이 높아지면서 기업은 친환경 전략을 추구하고 지자체, 공기업, 정부 등 공공 영역에서도 친환경 정책을 펴고 더불어 소비자와 소통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7] 이때 시장과 공공 영역이 소비자에게 접근하는 주류적 방식은 친환경 제품 구매, 유기농 매장에서 쇼핑, 친환경 가전제품 사용 등 친환경 소비를 선택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에 집중한다. 기업, 지자체, 정부 등은 소비자가 녹색시민으로서 전략과 정책 수립 과정에 목소리를 내는 것을 장려하기보다 사적 영역에서 개인으로서 녹색 소비를 할 것을 강조한다. [8]

녹색제품은 제품 생산과 소비, 유통, 폐기 등 전 과정에서 에너지와 자원의 소비 및 오염 물질 발생을 줄인 친환경 제품을 말한다. 녹색제품에는 환경표지, 저탄소, 우수 재활용 등 친환경 마크가 표시돼 있다.[9] 녹색소비(그린컨슈머리즘)는 녹색제품 구매뿐 아니라 재활용, 재사용 등을 포함한다. 녹색소비는 미국을 중심으로 1990년대 초반 주목을 받다가 2000년대 들어 다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10] 녹색소비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면 가격이 조금 더 비싼 제품을 소비할 의사가 뚜렷하고, 제품의 생산방식, 포장재, 원료 등의 친환경성을 고려하며, 친환경 경영을 추구하는 기업을 선호하는 것을 뜻한다.
 

환경성적표시제도 ⓒ 환경부

 
비슷한 개념으로 쓰이는 윤리적 소비는 소비자가 상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할 때 윤리적 가치 판단, 도덕적 믿음에 근거해 의식적인 소비 선택을 하는 것으로, 윤리적 소비자는 제품의 가격이나 품질을 넘어 건강 환경 사회 인권 등 윤리를 소비 결정의 기준으로 고려한다[11]. 윤리적 소비는 지속가능한 소비, 소비감축 행동, 공정무역 상품 구매 행동, 비윤리적 상품 및 기업에 대한 불매행동, 윤리적 상품만을 골라 구매하는 선택적 구매, 지역사회 제품과 서비스를 이용하는 로컬 소비를 통해 이루어진다.[12] 최근 코로나19와 기후위기를 겪으면서 녹색소비자는 환경, 사회뿐 아니라 기업의 지배구조, 사회책임 성과보고 등의 거버넌스까지 소비 기준으로 삼는 ESG소비자로 발전하고 있다.

녹색소비 인식과 실천

한국P&G가 발표한 'P&G 2023 글로벌 환경 지속가능성 설문조사(2022.12~2023.03)'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의 친환경 생활방식에 대한 의지는 글로벌 평균보다 한국이 높았으나 실제 실천율은 평균을 밑돌았다. 환경 지속가능성에 관한 소비자 인식 및 실천 양상 파악을 목적으로 진행한 글로벌 차원의 설문조사는 미국, 캐나다, 중국, 한국(1086명)을 포함한 주요 10개국[13] 성인 1만636명을 대상으로 했다. 조사 결과 한국인 응답자의 81%는 '친환경적으로 생활을 바꾸고 싶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미국과 프랑스를 포함한 글로벌 평균은 78%였다.

소비자의 실천 정도인 '친환경적으로 생활 방식을 바꿨다'는 65%(한국), 66.5%(글로벌)이다.[14] 한국인이 가장 활발히 실천하는 친환경 활동은 '플라스틱 분리배출'(86%)로, 글로벌 평균 실천율인 76%를 웃돌았다. 환경 지속가능성을 위해 실천해야 하는 중요한 행동으로 '일회용 제품 사용 줄이기'(51%)와 '재활용'(47%)을 각각 1, 2위로 꼽았다. [15]

정도 차이가 있지만 이처럼 많은 소비자가 녹색소비 의지를 갖고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ESG소비자로 대표되는 녹색소비자는 친환경 제품 구매를 통해 사회적, 환경적 결과를 개선하는 행동에 참여하고자 한다.[16] 개인적으로 친환경 소비 의지를 갖고 실천하는 것이 무의미하지 않지만 소비자가 친환경 구매라는 사적 영역의 활동을 실천하는 것만으론 사회에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없다.

마음 먹기에 따라 녹색소비자는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 모두에 걸쳐 있는 일반적인 일상 생활에서 소비자가 탐색하고 참여할 수 있는 환경적이고, 사회적 행동을 할 수 있다. 녹색소비자는 재활용, 재사용, 자원 사용 감축, 친환경 제품 구매 등 사적 영역의 행동을 자원 공유, 친환경 및 사회책임 기업 지지, 친환경 주제 지지 커뮤니티 참여 등 공적 영역의 행동으로 확장해 '녹색시민(Green Citizen)'이 될 수 있다.[17]
 

P&G 2023 글로벌 환경 지속가능성 설문조사 ⓒ P&G

  
사적 영역의 녹색 소비와 CO2 배출의 관계

모든 소비는 에너지 사용 및 CO2 배출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다. CO2 배출량 감축은 전 세계가 직면한 기후위기의 중요한 열쇠다. 기업과 사회, 국가기관은 소비자 사적 영역에서 에너지와 CO2 배출량을 줄이는 녹색소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전체 소비를 줄이지 않고 음식, 여행, 기타 가정 행동에 녹색소비를 채택하는 것은 규모와 상관없이 환경과 생태학적인 영향에 큰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앨프레드의 <녹색 소비는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의 해결책이 아니다>는 제목의 연구는 사적 영역의 친환경 소비 실천이 미치는 환경과 생태학적인 영향으로 추정하기 위해 1996년을 기준으로 2010년, 2020년, 2050년까지의 녹색소비의 에너지 요구량 및 CO2 배출량의 영향을 조사했다.

연구에서 사용된 '전반적인 녹색소비 시나리오'는 음식, 여행, 가정생활 카테고리를 포함하여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시뮬레이션했다. '녹색소비 시나리오' 음식 부문에는 고기, 생선, 달걀, 빵, 뿌리채소, 과일, 소프트드링크 등 음식을 소비할 때 친환경 제품을 소비하는지 여부가 포함되고, 여행 부문에는 대도시 청년의 자동차 선택, 짧은 여행시 도보나 자전거 선택 유무, 에코드라이빙 및 연료 선택, 카셰어링 멤버십 유무 등이 포함된다. 가정생활 부문에는 온수 사용, 전기 사용, 기술적 변화, 에저지효율 주택, 바이오연료 사용, 지열 사용 등이 포함된다.

1996년과 2010년, 2020년, 2050년까지의 영향을 시뮬레이션한 결과, 가정의 녹색소비 실천은 녹색소비가 아닌 일반적 소비 패턴과 관련한 에너지 요구량의 8%(2010년), 13%(2020년), 17%(2050년),  CO2 배출량의 13%(2010년), 25%(2020년), 29%(2050년)를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예측기간 중 에너지 및 CO2 배출 감소에 따른 비용 감축 및 추가 소득 지출 등의 대체 효과를 고려했지만 소득 수준 증가는 고려하지 않았다.

소득 수준 상승에 따른 소비 증가와 소비 에너지 요구량 및 CO2 배출 증가량(1996년과 2010년 비교)까지 고려하자, 녹색소비를 채택했을 때 소득 증가율이 연 1%이면 에너지 요구량이 5% 늘고 CO2배출량은 7% 줄었으며, 소득 증가율이 연 2%이면 에너지 요구량과 CO2 배출량이 각각 29%, 13% 상승했다. 이 결과는 녹색소비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일부 완화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지만, 소득 수준이 지속해서 상승하는 실제 현실에서는 소비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하면서 녹색소비 패턴을 채택하는 것이 기후변화의 주요 요인인 CO2와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는 뜻이다.[18]

사적 영역의 녹색소비에서 공적 영역의 '목소리' 참여로
 

개인이 녹색소비에 초점을 맞추면 커뮤니티 참여, 기업이나 정부의 정책 변경을 위한 영향력 있는 활동과 같이 의미 있는 행동의 기회를 가지려는 동기가 덜 부여될 수도 있다. 나아가 지속가능한 녹색소비를 지원하기 위한 정부와 기업의 정책은, 소비자의 지역사회 참여, 친환경 정책 전환을 위한 투표를 포함한 더 큰 규모의 영향력 있는 행동 등 공공적 참여와 같은 녹색소비의 대안적 경로를 차단할 수 있다.[19] 즉 눈 앞의 작은 실천을 통해 윤리적 만족감을 얻고 죄책감에서 벗어나게 함으로써 문 밖의 거대한 산불을 외면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이다.
 

ESG시민 개념도 ⓒ 이윤진

 
정치학의 전통적 모델인 '보이스와 엑시트(Voice vs. Exit)'로도 설명된다. 전 세계가 직면한 기후위기 문제 해결을 위해서 온실가스를 줄여야 한다는 데에 이견이 있을 수 없고, 그러려면 현재의 경제/사회 시스템의 근본적인 변화가 시급하게 추진돼야 한다. 문제는 시민이 녹색소비자로만 머물면 '보이스'가 잦아들면서 결과적으로 녹색소비가 일종의 '엑시트'로 기능하게 된다는 점이다. 녹색소비를 함으로써 민주시민으로서 자신의 윤리적 의무를 다했다는 윤리적 착각을 불러일으켜 지금 당장 필요한 '보이스'를 못 내는 현상에는 보기에 따라 소비자와 기업/국가의 이해가 일치한다. 국가와 시장(기업)이 합심해서 소비자의 죄책감을 자극하여 녹색소비를 하게 만들면, 보다 본질적인 책임을 묻는 일에 시민이 관심을 덜 갖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드럼세탁기는 세탁의 기본 설정시 물 온도가 40°C로 맞춰진다. 직접촬영 ⓒ 이윤진

 
녹색소비는 필요하다. P&G의 냉수 세탁 권장 캠페인 또한 의의가 있다. 문제는 현재의 상황이 그이상을 요구한다는 사실이다. 녹색소비자로서 P&G의 캠페인에 호응하면서 시민으로서 세탁기 제조 업체가 왜 변화한 상황에 맞춰 기본 세탁 수온을 냉수로 바꾸지 않고 있는지를 물어야 한다. 더불어 산업 전반의 획기적 전환을 기업과 정부에 강력하게 또 끊임없이 요구해야 한다.

이제 기후위기와 무관한 삶의 영역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녹색소비는 더 강력하게 실천돼야 하지만 모든 일에 각성의 목소리를 내는 일과 병행돼야 한다. 기업과 정부에 맡겨 놓아서는 실기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 

글: 이윤진 ESG연구소 부소장, 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덧붙이는 글 참고자료

[1] Johnny Langenheim, (), Laundry:Lightening the load, National Geographic
https://www.nationalgeographic.com/environment/article/partner-content-laundry-lightening-the-load

[2] P&G 블로그
 https://us.pg.com/blogs/pg-sustainability-tide-ariel-cold-water-wash/

[3] 조미덥, (2020.12.7.), 드럼세탁기 전기요금 4분의 1로 줄이는 법?, 경향신문
https://m.khan.co.kr/economy/market-trend/article/202012071518001#c2b

[4] Kim Jae-heun, ( ), Korea adopts Life Cycle Assessment methods for sustainability, Korea Times
https://www.koreatimes.co.kr/www/tech/2023/10/129_349731.html

[5] 지난 6월 한 달간 환경부가 '2023 녹색소비 주간'을 진행했다. 슬로건 '폼나게 녹색사자'에는 '최근 소비 트렌드인 '가치소비'를 '폼(가치관)'으로 표현해 녹색소비를 실천하는 사람이 자부심을 가지고 함께 녹색제품을 사자라는 중의적 표현'이 녹아 있다.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등 시민단체와 제조 유통사, 은행사, 카드사, 녹색구매지원센터 등 총 81개 기관 및 민간 기업이 참여했다. 행사에는 녹색제품 할인 판매, 녹색구매 시 (카드)포인트 지급, 녹색소비 SNS 인증 시 경품 이벤트 등 소비자의 친환경 제품 소비를 장려하는 프로그램이 포함되었다. 녹색소비주간은 작년에 이어 올 해 두번째로 '전국민의 녹색소비 생활을 유도하는 캠페인 추진을 통해 탄소중립 사회로의 전환을 유도(환경부)'하기 위한 목적이다.

[6] 녹색전환지원실, (2023.5.30.), 2023 녹색소비주간 운영 안내, 한국환경산업기술원
 https://www.keiti.re.kr/site/keiti/ex/board/View.do?cbIdx=277&bcIdx=35878

[7] Herman Fassou Haba & oth.(2023), Green consumer research:Trends and way forward based on bibioetric analysis, vol.8, Cleaner and responsible Consumption.
 

[8] Herman Fassou Haba & oth.(2023), Green consumer research:Trends and way forward based on bibioetric analysis, vol.8, Cleaner and responsible Consumption.

[9] 김윤경, (2023.6.20.) 6월 녹색소비주간 폼나게 녹색사자, 대한민국정책브리핑
https://www.korea.kr/news/reporterView.do?newsId=148916425

[10] 이우형, (2018), 녹색소비주의가 시장구조에 미치는 영향, 경제연구, 26(4), p. 121-141.

[11] 국민권익위원회

[12] Clark D., Unterberger R. (2007). The rough guide to shopping with a conscience. Rough Guides.

[13] 대한민국, 캐나다, 미국, 독일, 프랑스, 그리스, 일본, 칠레, 중국, 헝가리

[14] 신선미, (2023.4.25.), P&G "한국 소비자, 기후변화·플라스틱 폐기물 환경문제 우려", 연합뉴스 https://www.yna.co.kr/view/AKR20230425074500003

[15] 이신혜, (2023.6.28.), 한국P&G "韓 소비자 친환경 생활 의지 높아…실천 정도는 글로벌 평균 이하", 조선비즈
https://biz.chosun.com/distribution/fashion-beauty/2023/06/28/IMIPFL6ZFNDZJHQKHC3LEOH

[16] Herman Fassou Haba & oth.(2023), Green consumer research:Trends and way forward based on bibioetric analysis, vol.8, Cleaner and responsible Consumption.

[17] E.C. Alfredsson, (Oct.18.2002), "Green"consumption-no solution for climate change, Energy 29,

[18] E.C. Alfredsson, (Oct.18.2002), "Green"consumption-no solution for climate change, Energy 29, p. 522.

[19] De Young, Beyond Green consumerism: Uncovering the motivations of Green Citizenship, Michigan Journal of Sustainability,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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