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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식.
 한식.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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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경로당에서 '점심'을 해결하는 시대     

얼마 전 구청에서 경로당 점심을 주 5일 제공할 수 있도록 부식 보조금 추경예산을 늘렸다는 현수막이 동네에 내걸렸다. 일주일 2~3회 경로당 점심을 5회로 늘린다는 것이다.
    
이 현수막을 본 한 지인은 "노인들이 경로당에서 매일 점심을 해결하면 건강에 도움이 될 것 같다"라며 환영했다. 나도 "가까운 경로당에서 점심을 지원하는 돌봄 서비스야말로 초고령사회를 맞아 시의적절한 정책"이라고 동조했다.
    
금천구는 4월까지 경로당별 중식 이용인원 등 수요조사를 파악한 후 주 5일 경로당 점심을 본격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과거 '노인정'이라 부르던 경로당은 노인들도 외면하던 고리타분한 시설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나이를 잊은 듯 정정한 백세 어르신들이 경로당을 지키고 있다. 경로당은 동네 곳곳에 있어 입지도 나쁘지 않다. 아파트 내에 자리 잡은 한 경로당은 화려한 외관만큼 노인들도 멋져 보인다.
    
경로당에는 마사지 리클라이너가 설치되고 보건소 건강프로그램이 연계돼 노인들의 건강을 체크하고 있다. 95세 아버지가 이용하는 경로당 옆에는 야외 운동기구들과는 다른 '어르신 놀이터'가 있다.
     
경로당은 노인여가시설이라는 점에서 노인복지관과 유사하지만 대개 90세 가까운 분들이 이용하고 있다. 경로당은 등록회원들이 회장과 총무를 선출하고 대한노인회가 관리하고 있다.

요즘 건강한 백세인들이 모이는 대표적인 곳이 경로당이다. 노인복지관을 이용하는 60~70대 세대가 80대가 되면 자연스레 경로당으로 이동하는 구조다.
     
일주일에 2번, 한 달에 10번의 점심을 경로당에서 해결하는 아버지는 경로당 중식을 늘린다는 소식에 반기는 표정이다. 경로당 점심은 무상이 아니다. 점심 회원은 한 달에 부식비로 월 2만 원(올초까지 1만 원이었다)을 별도로 내야 하지만 대부분 점심을 선호하고 있다.
     
현재 아버지가 다니는 경로당은 40명 내외 등록회원 중 13명이 중식을 점심을 먹고 있다. 경로당 등록회원과 중식회원의 차이가 나는 건 병들어 거동이 힘들거나 좌식식사 등 경로당 시설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점심 횟수 확대보다 양질 식단이 더 시급"
    
아버지는 점심확대를 반기면서도 식단 개선이 더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급식도우미가 제공하는 식단이 예상보다 부실하다는 것이다. 국에다 두 가지 반찬이 전부라 한다. 식판의 한 곳은 늘 비어있다고 한다.
    
급식도우미들이 차려주는 점심이 맛있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집에서 먹는 식사만큼 기대하지 않지만 고령의 건강과 영양을 고려한 식생활을 보다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구청에 알아보니 금천구 관내 77개 경로당 중 74곳의 경로당이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이용하는 어르신은 약 1700명이다. 이는 관내 60세 이상 1인 가구 1만 7377명의 10% 수준으로 이용객이 생각보다 적은 편이다.
      
현재 경로당 점심은 희망에 따라 제공하지만 이용인원을 보다 확대해야 한다. 빈곤한 노인들에게 식사 한 끼는 건강증진과 우울증 해소에 기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치는 경로당 활성화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전문가들도 경로당 노인들이 점심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식당환경을 개선하고 아울러 철저한 위생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함께 하는 식사가 '장수 비결' 
   
다소 맛이 떨어진다 해도 경로당 점심은 아버지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다. 아버지가 경로당 점심을 애써 챙기는 것은 자신을 매일 돌보는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도 자리하고 있다. 경로당에 가면 가족들의 손을 조금이나마 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아버지는 "40년간 해주는 며느리 밥이 제일 맛있다"며 "자신이 그나마 건강한 것도 규칙적으로 식사를 차리는 며느리의 공덕"이라고 추켜세운다.
     
경로당 점심은 장수의 비결이기도 하다. '혼밥문화'는 고립된 노인들이 경계할 식생활이다. 함께 어울려 먹는 점심이 혼자 먹는 것보다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건강에 도움이 되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어쩌다 외식을 할 때면 연로한 아버지를 모시고 가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족들이 두 시간 정도 천천히 세상 이야기를 곁들이면 아버지는 유대감을 확인하고 정서적으로도 안정된 기분을 느낀다. 이럴 때 잠시 콧잔등이 시려진다.
     
우리나라 유명 장수마을들도 노인들이 혼자 살더라도 마을회관이나 경로당에 나가서 이웃과 함께 식사하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노화혁명을 연구하는 박성철 전남대 연구석좌교수는 "스칸디나비아 같은 노인천국이 주거는 따로 식사는 모여서 하는 그룹홈 시스템을 보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가 내년 초고령사회를 맞아 시급히 검토할 노인복지대책 중 하나가 경로당 노인들에게 점심을 제공하는 돌봄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브런치스토리에도 게재할 예정입니다.


태그:#경로당, #경로당점심, #경로당중식, #금천구, #노인빈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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